올해 마술사 경력 15년차인 쇼맨기획 배웅직 대표.
올해 마술사 경력 15년차인 쇼맨기획 배웅직 대표.

 

 15년째 마술사 '지크'로 활동
 고교생 시절 본격적으로 배워
 대중 마술 위주로 전국서 공연
"나만의 마술 위해 부단히 노력" 



"저에게 있어 마술은 한마디로 쇼(Show)입니다. 마술사는 관객에게 웃음과 즐거움을 주는 동시에 상업적으로 최고의 효과를 보여주며 쇼맨십을 선사하는 주인공이라고 생각합니다."
 
배웅직(32) 쇼맨기획 대표는 자신의 업(業)을 이같이 정의했다. 그는 마술사다. 30대 초반이지만 벌써 15년차의 중고참이다.
 
배 대표가 마술사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아버지 때문이었다고 한다. 어렸을 적 아버지가 그에게 보여줬었던 동전을 입으로 가져가 먹었는데 엉덩이로 나왔던-지금은 너무나 티가 났다는-그것을 본 뒤 마술에 흠뻑 빠졌다.
 
초등학생과 중학생 때는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마술 관련 책을 구입하거나 빌려 보면서 독학으로 마술을 배웠다. 
 
그 당시 그의 우상은 지금도 당대 최고인 이은결과 최현우 마술사였다. TV에서 그들이 나와 마술을 보여 줄 때면 자기도 꼭 저런 무대에서 멋진 마술을 보여주는 마술사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고등학생이 되면서 그는 마술이 취미가 아닌 자신이 평생 가야 할 길이라고 여기고 본격적으로 마술에 집중했다. 
 
창원의 한 마술학원을 무작정 찾아가서 "아르바이트라도 할 테니 마술을 가르쳐 달라"고 졸랐다. 그는 동전 숨기는 마술을 제일 처음 배웠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자 앞에서 100원짜리 동전을 눈앞에서 순식간에 사라지게 하거나 500원짜리 동전으로 바꾸기도 했다. 이런 마술은 주로 관객들 가까이서 보여주는 마술이어서 '클로즈업 마술'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가 하는 마술은 '스테이지 마술'로, 무대에서 공연 형태로 진행하는 것이다. 자신이 보여주는 마술로 관객들이 환호성을 지르면 그것보다 좋은 응원도 없단다.
 
배 대표는 "마술도 대중을 상대로 하는 대중 마술과 마니아층을 상대로 하는 마니아 마술로 나뉘는데, 저는 철저히 상업적인 대중 마술을 표방하며 그 영역에 집중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너무 속보이는 것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그의 이야기를 마저 들어보자.
 
그 역시 마술을 너무 힘들게 배웠다고 토로했다. 그래서 마술사라는 직업에 자부심도 느끼며 지역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을 때 이른바 '재능기부'로 마술 공연에 참가해 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았다. 
 
그런 요청이 있을 때마다 고민할 것도 없이 흔쾌히 수락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기획사는 이미 행사 주최 측으로부터 공연비를 받았음에도 그에게는 재능기부 명목으로 공짜로 부려 먹기만 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그는 "사실상 사기를 당했던 셈이죠. 그럴 바에는 차라리 제대로 돈을 받고 더 멋진, 그래서 다시 저를 찾고 싶은 공연을 선보이자고 다짐하며 노력했어요"라고 했다.
 
계속된 노력 끝에 마술 공연의 질은 높아졌고, 자연스레 전국에서 그를 찾는 일이 늘었다.
 
정확히는 배웅직 대표가 아닌 마술사 '지크'의 섭외 요청이 늘었다. 지크는 철저한 상업주의에 입각한 그의 활동 예명이라고 한다.
 
그는 "한창 바쁠 때는 전남 여수에서도 배 타고 섬에 가서 공연을 한 뒤 다시 배를 타고 인천 강화도에 가서 2박 3일 일정으로 공연을 마치고 창원으로 내려오는 동안 다른 지역에 들러 공연을 하기도 했는데, 자동차 주행거리를 보니 1년에 4만㎞ 이상 달린 적도 있었다"며 회상했다.
 
그런데 코로나19는 그의 일상을 송두리째 앗아갔다. 공연으로 밥벌이를 했는데 코로나 여파로 그 공연이 뚝 끊기면서다. 지난 2년은 정말 힘들었다고 했다.
 
그러다 최근 공연에 설 기회가 조금씩 생기면서 숨통이 트이는 중이라고 했다.
 
배 대표는 "마술도 결국엔 댄스나 무용, 음악 등 무대에서 공연을 하는 여러 장르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며 "그저 그런 마술은 도태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특히 생존이 힘든 세계이다 보니 부단한 노력을 하지 않고는 일회성에 그칠 뿐"이라고 충고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부산과 경남지역에는 전국에서도 내로라하는 마술사가 꽤 많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과는 다른, 자신만의 마술을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무대에 올라간 저는 마술사이자 광대라고 생각한다. 끝까지 관객들의 마음에 각인된, 인정받는 그런 광대로 살고 싶다"고 말했다.
 
김해뉴스 강승우 기자 kkang@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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