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규진 김해의생명산업진흥원 팀장
심규진 김해의생명산업진흥원 팀장

2014년 대기업을 퇴사하고 창업의 길을 걸었던 순간을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아무런 계산 없이 뛰어들었던 사업은 마치 종착지 없는 고속도로 위에서 오래된 수레를 끄는 기분이었다. 아무리 달려도 수레는 제자리였고 나를 스쳐 지나가는 고급 승용차들이 야속하기만 했다. 시간이 지나 약간의 성공을 맛보게 되었고 지금은 그 수레를 잠시 밀쳐두었다. 현재는 그간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에서 창업기업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 시절 알고 지낸 대표 중에 고급 승용차를 넘어 초고속 로켓을 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미 엑시트(exit·M&A나 IPO를 가리키는 말) 후 재창업에 도전한 사람도 있다. 이러한 성공을 맛본 스타트업 리더들의 모습을 상상해보면 공통된 특징이 있다.
 
첫째, 그들은 사명감(mission)을 가지고 일한다. '우리는 옳은 일을 합니다'. 
 
이 슬로건은 국내 최대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대표 신혜성)의 미션이다. 와디즈 대표는 단순 펀딩 중개 역할을 넘어 옳은 일을 한다는 사명으로 사업을 시작했고, 지금은 300명이 넘는 직원들과 함께 대한민국 창업 생태계를 견고하게 만들어가는 역할을 하고 있다. 
 
사명이 없으면 내일을 볼 수 없고 고객을 감동시킬 수도 없다. 사명이 있는 자는 매일 진취적인 생각을 할 수밖에 없고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는데 익숙하다. 스타트업을 시작했다면 가장 먼저 나의 사명은 무엇인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둘째, 그들은 멀티플레이어(multiplayer)이다. 출신과 전공에 상관없이 리더가 알아야 하는 지식을 습득하는 것은 물론 현장에서 몸으로 부딪치며 노하우를 축적하는데 사활을 건다. 
 
또한 나의 일을 대신해줄 직원을 채용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없는 전문성을 가진 자를 채용하는데 앞장선다. 그렇기 때문에 성공하는 스타트업 리더를 만나보면 참 배울점이 많다. 
 
우아한형제들 김봉진 대표는 디자이너였지만 사업을 위해 다방면으로 학습하는 것은 물론 현장에 몸을 내던져 지금의 성공을 이루어냈다. 나 또한 여전히 그들처럼 되기 위해 오늘도 흉내 내기 연습을 하고 있다. 당신의 오늘 하루는 어땠는가.
 
셋째, 그들은 돈을 넘어 사람(human)을 본다. 
 
당장의 매출에 급급하면 순간의 짜릿함은 있을지언정 결국 회사에는 생기가 사라지고 회사를 팔아넘길 마작꾼만 남는다. 이것을 빨리 깨닫는 스타트업 리더만이 조직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고,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을 만들어낼 수 있다. 사람을 돈으로 보지 말고 돈을 사람 위에 두지 말자.
 
사명감을 가지고 사람을 존중하는 멀티플레이어가 이끄는 회사가 있다면 무조건 투자 해야 한다. 
 
나는 지역에서 그러한 기업을 발굴하려고 애쓰고 있으며, 역외 우수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 김해시에도 성공하는 스타트업이 점차 많아질 것이며, 수많은 창업기업의 롤모델이 될만한 리더가 탄생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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