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철 작가의 작품 '마주보기'.
정원철 작가의 작품 '마주보기'.

 

급속한 변화·발전 겪어온 한국
목판화, 시대상 간직한 매개체
20세기 출판미술·목판화 전시

실험적이고 새로운 작품 선봬
조선시대 능화판도 볼 수 있어
2022년 2월 6일까지 열려

 
우리나라는 지난 100여 년 동안 유례없는 격동의 시간을 지나왔다. 19세기 후반~20세기 초 찾아온 개항기부터 일제강점기, 해방, 한국전쟁, 산업화, 민주화, 세계화까지. 짦은 시간에 사회·정치·경제·문화 등 대부분의 영역에 걸쳐 큰 변화들을 지속적으로 겪으며 동시에 급속한 발전과 번영을 이뤘다. 
 
이런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당대의 시대정신은 문화와 예술에 꾸준히 묻어났다. 이런 시대상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매개체 중 하나가 바로 '목판화'다. 개화·계몽·항일의식을 담은 작품부터 우리의 삶에 대한 역사적·실존적 성찰, 삶의 터전에 대한 경험과 고민까지. 목판화는 그야말로 '시대상의 거울'이다. 
 
우리나라 근현대 역사의 과정을 목판화에 투영한 대형 기획전이 열린다. 
 
경남도립미술관(관장 김종원)은 오는 29일부터 내년 2월 6일까지 미술관 1·2층 전시실에서 '각인(刻印)-한국근현대목판화 100년' 전시를 진행한다. 
 
이번 전시는 20세기 한국 근대기의 출판미술과 목판화를 포함해 195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실험적 판화와 1980년대 민중미술목판화를 대중에게 선보이는 기획전시다. 또 최근 동시대 미술현장에서 목판화를 독립 장르로 개척하고 있는 작가까지 만나볼 수 있다. 더불어 조선시대에 책표지를 제작하기 위해 사용했던 '능화판'도 특별전 형식으로 선보인다. 전시는 이러한 내용을 잘 전달하기 위해 총 3개의 섹션으로 구성된다. 
 

정비파 작가의 '백두산 천지 기운 전도'.
정비파 작가의 '백두산 천지 기운 전도'.

 

 
1부 '20세기 한국근현대목판화의 도전과 성취'에서는 20세기 초반부터 중반까지 주로 출판을 통한 표지화나 삽화로 동시대를 반영한 대표적인 작품들이 전시된다. 또 민충정공의 순국을 기린 양기훈의 '혈죽도', 이도영의 '대한민보 시사만평', 1921년 개벽 13호에 실린 나혜석의 '개척자', 1932년 조선일보에 연재된 이북명의 소설 '질소비료공장'에 들어간 이상춘의 삽화 등의 목판화들도 만날 수 있다. 
 
2부의 주제는 '2000년대 목판화의 확장-공간과 존재'다. 지난 20세기를 온몸으로 거쳐 온 중진·원로 작가들이 인생을 걸고 도전한 실제작업물을 바탕으로 기획됐다. 목판화를 수십 년 이상 연구해온 작가들이 남긴 결과물들인데, 60대 중진작가의 초대형 목판화와 70대 후반에 이른 원로작가의 밀도 높은 소형 목판화가 함께하는 전시이기도 하다. 
 
크게 '공간에 대한 접근'과 '인간의 역사적·실존적 성찰' 두 부분으로 나뉜다. 
 
김억·정비파·류연복·안정민·김준권·유대수 6명의 작가는 우리가 살고 있는 한반도의 풍경과 산수, 즉 우리 삶의 터전에 대한 경험으로부터 공동체와 자신의 개별적 존재를 동시에 고민한다. 
 
강경구·정원철·이윤엽은 역사적 실체인 사람에 대한 오마주를, 서상환·주정이·윤여걸은 근원적 생명성에 대한 반성적 성찰을 목판화에 담아냈다. 
 
20세기의 목판화가 1000년이 넘은 전통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수준을 일궈냈다면 21세기 들어 시작된 대형 목판화를 통한 작가들의 현대미술에의 도전은 20세기 한국 목판화를 계승한 유산이라 할 수 있다. 
 

강경구 작가의 '공재 윤두서 초상'.
강경구 작가의 '공재 윤두서 초상'.

3부는 특별전 '조선시대 능화판을 만나다'로 꾸며진다. 능화판이란 조선시대 당시 한 권, 한 권 직접 손으로 책을 만들던 사람들이 책에 대한 애정·정성을 담아 귀하고 상서로운 문양으로 책 표지를 장식할 때 사용한 목판을 가리킨다. 능화판에 사용되는 문양은 주로 꽃, 나비 등 동식물을 모티브로 하거나 하늘·땅·우주를 상징하는 문양, 길하고 복된 의미를 담고 있는 문자 등으로 이뤄져 있다. 
 
이 특별전은 한국국학진흥원이 보유하고 있는 소장 작품과 기탁 작품으로 구성됐다. 
 
경남도립미술관 관계자는 "목판화는 다른 시각매체들에 비해 좀 더 직접적이었으며 보다 넓고 광활한 소통기능을 발휘했다. 20세기 한국현대목판화는 전통과 현대가 잘 어우러진, 그리고 그에 비례하는 표현과 소통을 우리미술에 각인시킨 훌륭한 미디어"라며 "목판화 작가들이 겪어온 20세기의 삶과 미술언어 그리고 21세기 현실에 조응하는 목판조형세계를 관객들이 함께 거닐면, 꿈틀거리는 에너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오늘을 관통하는 목판화의 힘이다. 마음에 각인(刻印)된 그 맛을 도민들이 맘껏 누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해뉴스 이현동 기자 hdlee@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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