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동철 김해향교 논어 강사/전 김해고등학교 교장
류동철 김해향교 논어 강사/전 김해고등학교 교장

지난 20일, 가락국시조대왕 숭선전 2021년도 추향대제가 200여 명의 관계자·시민들이 모인 가운데 성대히 봉행됐다. 그런 가운데 명함을 돌리며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인사를 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그리고 지난 추석 전후에도 시내 곳곳에 평소에 보이지 않던 이름의 현수막이 종종 보였다.
 
아마 내년 선거를 대비해 이름을 홍보하려는 사람들이라 생각된다. 이 작은 나라에 대통령이 되겠다고 하는 사람이 왜 이리 많을까?
 
이러한 현상을 목도(目睹)하면서 저 사람들이 정말 우리의 지도자가 될 인품과 능력, 투철한 소신이 있는가에 대해 자꾸 의구심이 든다. 그러던 중 독일의 현 총리인 마르켈이 뇌리에 스쳤다.
 
독일은 '내각책임제' 국가로 대통령은 형식적 국가 원수이다. 실질적 행정수반은 총리에게 있고 잘못하면 의회에서 해임결의를 해 물러나게 하는 제도를 가진 나라다. 이런 나라에서 마르켈은 16년간 총리직을 수행하며 자국을 강력하고 부강한 나라로 성장시켰다. 
 
마르켈은 이런 국가에서 어떻게 16년이나  총리직을 수행할 수 있었는가? 그것은 이 여인이 지도자로서의 인품·능력을 갖췄음은 물론 거짓없고 소신있게 오직 국가를 위해 일해왔기 때문이다. 그는 정무를 수행하면서 위선이 없었고, 친인척을 지도부에 임명하거나 특혜를 준 일도 없다고 한다. 그리고 말을 함부로 하지 않았으며 사진을 찍기 위해 거리에 나타난 적도 없다. 그가 사는 아파트도 서민이 사는 아파트와 비슷하고 화려한 장식도, 넓은 정원도 없다. 그는 정직하고 진실했으며 자랑하지 않고 꾸밈이 없어 국민으로부터 존경받는 지도자가 됐다. 다산 정약용은 "몸을 닦아서(수신·修身) 공경하는 것은 성의정심(誠意正心)이고 몸을 닦아서 사람을 안정시키는 것은 수신제가(修身齊家)이고 몸을 닦아서 백성을 안정시키는 것은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다"라고 했다.
 
수신은 공경을 몸에 베게 하는 것이고 공경은 자기를 낮추고 남을 배려하는 것이다. 또 참되고 정성스러워 올바른 마음을 가지도록 극기(克己)할 줄 알아야 한다. 
 
훌륭한 지도자가 되려면 먼저 먼저 지·인·장·례(知仁莊禮)가 갖춰져야 한다. 지(知)는 일할 수 있는 능력, 인(仁)은 그 지위을 지킬 수 있는 공익적 정신, 장(莊)은 국민으로부터 존경을 받을 수 있는 장엄함을, 예(禮)는 자기 자신을 낮추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자세를 뜻한다.
 
행사장에서 명함을 돌리고 앞으로 대통령이 되겠다고 경쟁하고 있는 이 많은 인사가 국민 앞에 나설 만큼 정직하고 성실하며 지인장례(知仁莊禮)가 구비돼 국민의 모범이 된다고 보는가. 그러나 선거는 상대적이니 그중에서 가장 이에 근접한 사람을 뽑아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249개국 가운데 인구수가 28위, GDP는 10위로 잘 사는 나라 중의 하나다. 이 작은 나라에서 이렇게 풍족하게 사는 것은 우리 조상들이 피와 땀과 목숨을 걸고 나라를 지킨 덕분이다. 더욱 살기 좋은 나라를 후손에게 물려주려면 마르켈처럼 겸손하고 정직하며 꾸밈없는 솔직함이 생활화돼야 하고 그런 지도자가 나라를 이끌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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