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은경 김해뉴스 독자위원/김해대청초학교운영위원장
송은경 김해뉴스 독자위원/김해대청초학교운영위원장

얼마전 어느 TV 경연 프로그램을 시청하다 눈물이 핑 돈 적이 있다. 일곱살 어린아이가 이선희의 '아 옛날이여'를 아주 멋지게 불러 놀라기도 했지만 그 어린이가 한 심사위원과 나눈 이야기가 가슴에 남아서였다. 
 
"너에게 있어 그리운 옛날은 언제냐"라는 한 심사위원의 질문에 경연 참가 어린이는 "친구들과 키즈카페에서 마스크를 벗고 신나게 놀았을 때가 그립다"고 대답했다. 
 
필자에게도 이 말은 그리 낯설지 않았다. 아이가 예전처럼 친구들과 놀고 싶다는 말을 할 때마다 '코로나 때문에 안돼'라며 단칼에 잘라버리곤 했다. TV를 보면서 아이에게 느꼈던 미안함과 안쓰러움은 나만의 생각이었을까.
 
코로나를 겪으며 우리 아이들의 일상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올해 2학기부터 전면등교가 시작되긴 했지만 교과수업에서 그룹활동보다 개인활동 위주의 수업이 많아지고 있다. 
 
또한 2교시에 걸친 수업을 하나로 연강하는 블록수업도 진행되다보니 학교에서 친구들과의 소통은 쉽지 않다. 쉬는 시간도 줄고 또래들과 무리지어 활동할 여건도 안 되다 보니 활발했던 놀이문화마저 자연스레 줄어들고 있다. 
 
활동적인 아이들은 점심시간은 물론 쉬는 시간 10분, 그 짧은 시간이라도 운동장으로 뛰어 나갔다 들어와야 하는데 에너지 발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는 것이다. 이게 학교에서만의 일일까. 
 
하교 이후나 주말에 아파트 단지 내에서 야구를 하며 놀던 아이들의 목소리가 사라진지 오래다. 아이들도 어른만큼이나 그들이 누려왔던 일상이 사라졌다. 그 순간들이 그리웠을텐데 제 눈에 박힌 티가 아파 남 눈에 박힌 들보가 보이지 않은 것처럼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의 그런 마음을 애써 모른척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최근 학교별로 학부모의 동의를 얻어 숙박형 체험학습(수학여행)을 일일 체험학습으로 대체한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물론 한편에서는 우리가 처한 상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 감염 위험에 대한 학교 측의 부담이 컸을텐데 야외 체험학습을 수락한 학교의 배려가 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는 고마웠다. 얼마전 학교운영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6학년 학생대표는 차량 이동시간이 많으니 좀 더 일찍 출발해 친구들과 놀 시간을 늘려달라는 이야기를 했다. 이 말을 들으면서 아이들에게 친구들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간절했는지 느낄 수 있었다. 가족과의 안전하고 오붓한 여행도 중요하지만 또래와의 여행은 가족여행에선 찾을 수 없는 또 다른 즐거움과 행복을 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아이들에게 이번 체험학습은 단지 학교 밖을 벗어나 놀고 온다는 의미 이상일 거라고 생각한다. 마스크를 벗어던질 순 없지만 아마 아이들에겐 코로나 이전의 일상을 잠시나마 누릴 수 있는 의미있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비록 하루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오롯이 아이들이 행복한 시간이 됐으면 한다. 물론 코로나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키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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