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현광 전 해군 교육사 기술행정학교 교장
장현광 전 해군 교육사 기술행정학교 교장

아니나 다를까 지난 10월 14일 해군본부 국정감사에서 경항모의 필요성에 대한 해묵은 공방이 있었다. 사실 항모 도입계획에 대한 사업승인은 20여 년 전 김영삼 정부 시절에 이미 이루어진 바 있다. 당시에도 많은 찬반 논쟁이 있었지만 항모 도입 쪽으로 정책 결정을 할 수 있었던 배경은 때마침 발생한 일본과의 독도 영유권 갈등이 결정적이었다. 정부의 단호한 대처를 요구하는 시민사회의 여론과 일본의 막강한 해상전력에 실질적으로 대응 가능한 수단으로 한국형 항모의 확보가 시급하다는 해군의 주장이 크게 작용하였다. 그러나 실제 사업착수 단계에서 오히려 국방부의 반대로 인하여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당시 국방부가 밝힌 항모 도입 백지화의 표면적인 이유는 현존하는 가장 강력한 해상 공격 전력인 항모를 한국이 도입할 경우 중국, 일본 등 주변국들과 불필요한 긴장이 야기되어 군비경쟁 촉발 및 지역 안보를 더욱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당시 국방부가 항모 도입을 반대한 보다 핵심적인 이유는 한반도 안보 상황과 전투 종심이 짧은 지정학적 특성상 효용성 측면에서 항모가 불필요하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여기에서 한반도 자체가 '불침항모(不沈航母)'라는 사자성어 신조어까지 등장하였다.

20여 년이 흐른 지금 항모로 가기 위한 예비단계라고 할 수 있는 경항모 건조사업이 승인되었다. 개념설계는 완료된 상황이고 '22년 기본설계 착수, '26년 상세설계 및 함건조 착수, '33년 전력화하여 실전에 투입한다는 마스터 플랜이 발표되었다. 물론 한반도 주변의 안보상황이나 국방전략, 군사기술력, 국가경제력 등 모든 면에서 그 당시와는 여건이 상이하므로 그때의 논리로 필요성이나 타당성을 반추해 보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국감에서 보듯이 항모 때와 비슷한 논리로 찬반 논쟁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그간 지속되어 온 반대 논리의 핵심은 '항모 무용론'이다. 그 재원을 다른 쪽에 투입하는 것이 효용성 측면에서 더 가치가 있다고 주장한다. 물론 많은 부분에서 공감이 가는 주장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찬성하는 쪽에서도 몇 가지 의미 있는 주장을 하고 있다.
 
경항모는 이지스함 등과 더불어 해군 전략무기체계에 포함된다. 전략무기의 사전적 정의는 "전쟁 수행에 큰 영향을 미치는 군사 기지, 산업 시설 따위의 목표를 공격하는 데 쓰는 무기"라고 되어 있다. 즉, 핵심목표를 일거에 공격하여 전쟁의 주도권을 순식간에 장악할 수 있는 무기를 말한다. 그렇다고 모든 전략무기를 다 갖추어야 할 필요는 없다. 전략무기는 주변국과의 안보 상황 및 역학 구도를 고려하고 우선순위를 잘 설정하여 시의적절하게 추진하는 정책 능력이 더 중요하다. 지금까지는 잘해 왔다고 평가한다. 사실 전략무기의 가장 큰 효용성은 가공할 전투력 그 자체가 아니라 전쟁 억지력에 있다 할 수 있다. 말 그대로 전략적 판단에 의해 도입한 무기가 가상의 적에게 신경이 쓰이게 하고 전쟁을 하고 싶어도 못하게 하는 강력한 억지 수단이 된다면 효용성은 충분히 입증된다고 할 것이다. 경항모가 그러한 무기이다.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시작하는 사업인 만큼 제대로 된 전력이 탄생하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국방 뉴딜정책이 되어 국가 경제 및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길 바란다. 찬반 논리 중 필자의 가슴에 와닿는 구절이 있다. "이제 충분한 조건과 시기가 되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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