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관 시인이 포엠하우스 회원들과 함께 펴낸 동인시집을 소개하고 있다.  이현동 기자
이병관 시인이 포엠하우스 회원들과 함께 펴낸 동인시집을 소개하고 있다. 이현동 기자

 

제15회 낙동강문학상 수상
 시 수백 편 완성한 천상 시인
"시집 한권 내지 않고 글 써가
 그저 즐긴다면 더할 나위 없어" 



"저는 단지 글을 쓰고 시를 쓰는 게 너무 좋아서 제가 쓴 시를 동료들과 나눴을 뿐입니다. 그런데 참 감사하게도 상을 주시더라고요. 역시 무슨 일을 하던지 즐기면서 하는 게 최고라는 생각이 듭니다."
 
김해 출신 시인 이병관(75) 시인이 지난달 부산강서문인협회가 주관하는 '제15회 낙동강문학상'을 수상했다. 이 시인은 고향에 대한 정서와 낙동강의 모습을 담담한 어투로 풀어내 평단의 찬사를 받았다. 
 
이 시인은 "내 고장 김해의 산과 강이 중얼거리는 말만 받아 적어도 글 한 편이 되니 이보다 좋을 수가 없다. 이런 곳에서 태어나 살고 있는 것 자체가 큰 복이라고 생각한다"며 "생각지도 않은 상을 주신 강서문인협회와 내 글을 사랑해주는 모든 동료들에게 감사를 전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초등학생 때 백일장에 나갔던 일을 계기로 시를 쓰기 시작했다는 이 시인은 평생을 시와 함께 해온, 그야말로 천상 시인이다. 현재 한국문인협회, 경남문인협회, 김해문인협회에 소속돼 있으며 김해지역 순수문학단체 '포엠하우스'의 회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포엠하우스에서는 회장직을 맡아 활동하기도 했다. 
 
또 김해노인종합복지회관에서 문해반 강사로써 약 14년 간 어르신들에게 글과 시를 가르치기도 했는데,  그는 "이때 가르쳤던 한 할머니가 기억에 남는다. 글을 전혀 쓸 줄 모르시던 분이었는데 열심히 공부를 하시더니 등단을 하고 시집까지 내셨다"며 뿌듯해 했다. 
 
그는 김해시에서 약 30년 간 공직생활을 했다. 
 
지난 1975년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김해군 농지계로 첫 발령을 받은 후 산업행정계, 문화공보실, 총무국 등에서 일했다. 그러면서 김해 상동면장, 칠암도서관장도 역임했다. 
 
바쁜 공직생활을 하는 와중에도 틈틈이 그는 김해의 자연과 가야의 역사를 주제로 시를 썼다. 그는 "공직생활을 하며 받은 온갖 스트레스(?)를 시로 해소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시를 쓰는 것이 행복했고, 나의 가장 큰 즐거움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1997년 김해 상동면장 시절 한글문학 가을호를 통해 등단했다. 그가 지역 면장으로 있을 때 지역에 대한 사랑을 풀어낸 '상동에 오십시오'라는 시는 지금까지도 상동의 한 전통찻집에 남아있어 많은 사람에게 잔잔한 미소를 선물하곤 한다. 
 
지금까지 이 시인이 동료들과 함께 발간한 시집과 회지는 수십 권에 이른다. 그가 쓴 시만 해도 수백 편이 넘는다. 
 
그러나 정작 그는 자신의 이름으로는 시집을 내지 않았다. 그래서 주위의 동료들이나 후배들은 틈만 나면 "선생님, 시집 한권 안 내시렵니까"라고 묻곤 한다. 
 
그럴 때마다 그의 대답은 한결같다.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 글과 시를 쓰고, 함께 나눠 읽고 웃으면 그걸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이 시인은 "젊었을 때부터 크게 욕심부리지 않고 살았다. 나이가 들면서 이제는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것, 좋아하는 것을 하며 살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하고 있다. 유명세나 권력은 그저 스트레스 요인일 뿐"이라며 "요즘에는 미술관을 찾아 미술작품을 감상하는 일에 빠져 산다. 글감도 잘 떠오른다"며 활짝 웃었다. 
 
그러면서 그는 "무슨 일을 하든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열심히, 오래하면 된다는 말을 요즘 시대의 젊은 친구들에게 해주고 싶다. 즐기기까지 한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그러면 반드시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도 덧붙였다.

김해뉴스 이현동 기자 hdlee@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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