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우 인제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이동우 인제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길었던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나고 위드 코로나가 시작됐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이다. 위드 코로나를 먼저 시행한 나라들이 예외 없이 확진자의 증가를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위드 코로나가 시행된다 하더라도 거리두기 때의 생활 습관 중 상당 부분을 유지하는 마음의 자세가 필요하다. 
 
우리는 코로나로 인한 제약을 오히려 코로나가 준 선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그런 것들 중 하나가 바로 '만족하는 힘'이다. 현대인은 과거에 비해 만족하는 힘이 많이 약화돼 있는데, 코로나로 인한 제한조치가 오히려 적은 것들로 만족하면서 지낼 수 있는 힘을 길러준 셈이다. 
 
현대인은 모두 어느 정도는 쾌락 중독자다. 좋은 옷을 입고 좋은 사람을 만나고 좋은 음식을 먹은 후 좋은 음악이 나오는 카페에서 좋은 커피를 마시고 좋은 영화를 보다가 잠이 든다. 이처럼 자신을 온갖 쾌락으로 둘러싸면서도 더 강한 쾌락을 추구하느라 신상이 나오면 사지 않고는 못 배긴다. 추구하는 대상이 다를 뿐 그 기저에 있는 심리기제는 알코올 중독이나 쾌락 중독이나 다를 바가 없다.
 
술 한 잔에 취하던 사람이 매일 술을 마시면 몇 병을 마셔도 취하지 않는다. 내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우리가 온갖 좋은 것을 가지고 있으면서 신상에 맥을 못 추는 것도 같은 원리다. 
 
알코올 중독자가 몸이 너무 망가져서 음주를 일시에 중단하면 알코올 금단 현상이 생기듯, 쾌락 중독자가 쾌락을 갑자기 중단하면 금단 현상이 생겨 짜증이 많아지고 불안해지고 우울해진다.
 
자본주의 문명사회의 일원으로서 소비·쾌락 중독 속에 살아오던 현대인에게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코로나 블루가 발생했던 원리가 바로 쾌락 금단 현상인 것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초기에 힘들어 했을 뿐 코로나 우울에까지 빠지지는 않았다. 이는 곧 우리 정신의 적응능력에 힘입은 것이다.
 
아직도 각종 제한이 불편하게 느껴지는 사람은 적은 자극으로도 만족하는 훈련을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알코올 중독의 치료가 금주·절주라면 쾌락 중독의 처방은 이 '만족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다. 
 
불치병 선고를 받고 투병한 끝에 기적적으로 회복한 환자들에게는 숨쉴 수 있는 것이, 밥을 먹을 수 있는 것이, 걸을 수 있는 것이 모두 기적이고 행복이다. 평소 하찮게 여기던 일상 하나하나를 깊이 음미하고 기쁨을 느낌으로써 쾌락의 역치를 낮추는 훈련을 매일 한다면 스쳐가는 바람에도 만족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고 사회적 거리두기는 물론 앞으로의 위드 코로나 속 제한도 잘 견딜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번 기회에 길러진 만족하는 힘은 위드 코로나 기간은 물론 코로나19가 끝난 이후에도 우리 마음 속에 간직하고 가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코로나19가 종식된다 하더라도 새로운 바이러스가 주기적으로 출현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 이러한 사태의 원인이 근현대문명에 의한 자연파괴에 있으며 인류의 삶이 양식의 전환이 전세계의 석학들에 의해 논의되고 있기 때문이다. 만족하는 힘을 기르고 간직함으로써 지나친 소비로 인한 자연의 훼손 또한 막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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