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민 기 문학박사/문학평론가
차 민 기 문학박사/문학평론가

심리학과 사회학에 두루 쓰이는 개념 가운데 '회복탄력성'이라는 것이 있다. 뜻을 풀자면, 크고 작은 시련이나 실패에 대한 인식을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 더 높이 뛰어 오르는 마음의 근력 정도로 풀이된다. 물체마다 탄성이 다르듯이 회복탄력성도 사람들마다 그 정도가 다르다. 탄력성이 큰 사람은 역경으로 인해 삶의 밑바닥까지 떨어졌다가도 원래의 자리보다 더 높은 곳까지 튕겨 오를 수 있다. 그런 삶의 서사들은 각종 매체를 통해 우리에게 진한 감동을 전해 준다. 그리고 그 본보기들이 많은 이들의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회복탄력성을 수치로 측정한 것이 '회복탄력성 지수(RQ : Resilience Quotient)'이다. 흔히 심리학에서 활용되는 회복탄력성 지수는, 역경이나 고난을 이겨내는 긍정적인 힘의 정도를 총괄하여 하나의 수치로 나타낸 것으로서, '자기조절능력, 대인관계능력, 긍정성'과 같은 세 가지 범주를 다시 세분화하여 점수(300점 기준)로 측정한 값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 지수는 195점인데, 220점을 넘는다면 회복탄력성이 뛰어난 경우이고, 180점 이하라면 행복감보다는 불행감과 좌절감이 앞서는 경우라고 한다.
 
코로나 최초 발병 이후 꼬박 2년이 지났다. 금세 끝날 것같던 숨 막히는 시간들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고, 더 강한 변이들의 출현으로 일상 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다시 저만치 멀어져 버렸다. 그동안 전 세계 곳곳에서 갖가지 방역 대책들이 쏟아졌고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 대응들이 뉴스로 보도되었다. 그 뉴스의 중심에서 대한민국은 한때 'K-방역'이라는 이름으로 돋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다시 일상 회복의 기대를 무너뜨리는 소식들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확진자 수가 1천 명에 이를 때만 해도 사회 전체에 긴장감이 감돌았는데, 이제 3천, 4천 명이 넘는 감염 수치에도 사람들은 무덤덤하다. 밤거리는 사람들로 넘쳐나고, 마스크 미착용으로 인한 갈등들이 사회적 이슈로 보도되는 날이 잦다. 2년 넘게 이어진 사회적 거리두기가 그만큼 사람들의 통제력을 약화시킨 결과일 것이다.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것은 일선 방역 현장에서 힘쓰고 있는 의료 인력들이다. 더위와 추위를 무릅쓰고 꼬박 2년을 한 자리에서 버텨 온 이들이다. 끝이 보일 것 같던 희망의 순간에서 가장 먼저 절망하고 가장 깊이 가라앉은 것도 그들일 터이다. 간혹 들려오는 비극적 소식들이 더욱 안타까운 것은, 그들의 헌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는 코로나의 불안에 휩싸여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이들과 더불어 또 유심히 살펴야 할 이들은 코로나와 더불어 대학에 입학한 신입생들이다. 그들은 주체적 존재로서의 사회화 학습 기회를 상실한 이들이다. 이런 까닭에 그들이 사회에 진출해서 겪게 될 여러 상황들에선 분명 그 대응 능력의 미숙함이 그들 스스로의 삶을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
 
회복탄력성의 측정 지표 가운데 하나인 대인관계능력에는 '소통능력'과 '공감능력'이 포함되어 있다.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문화의 확산은 이러한 소통능력과 공감능력의 둔화를 가져왔다. 코로나 극복과 더불어 이제 우리는 극복 이후의 문제들에 대해 선제적 학습을 준비해야 한다. 기회를 놓친 이들과 절망의 밑바닥을 경험한 이들과 어떻게 공감하고 소통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담론들이 진행되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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