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동 우 인제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이 동 우 인제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2030세대의 표심과 관련하여 세대 갈등의 문제가 다시 한 번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그동안 우리 사회가 2030세대의 불만과 좌절을 해결해주지 못해 왔다.
 
사람들이 모여 사는 세상에서 갈등의 발생은 필연적이다. 한 개인의 마음 속에도 정신내적인 갈등이 있는데, 서로 다른 개인들 간에 갈등이 발생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또한 사회의 발전과 역동성을 위해 어느 정도의 갈등은 필요하다. 
 
정신의학에서는 정신내적 갈등이나 대인관계 갈등의 발생 원인을 대화의 장애, 소통의 장애에서 찾는다. 타인과의 대화에 장애가 대인관계 갈등을 유발하고 자기 자신과의 소통에 장애가 정신내적 갈등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상호 소통과 경청을 통한 이해가 최선의 치료라고 본다.
 
이런 원리를 세대 갈등에 적용한다면 세대 차이로 인한 세대간 대화의 장애가 세대 갈등의 원인이며 세대간 소통과 상호 이해가 세대 갈등의 해법인 셈이다. 상호 이해의 첫걸음은 서로 어떻게 다른지, 세대간 차이를 직시하는 것이다. 
 
기성세대가 '나'보다 '우리'를 우선하는 'WE 제너레이션'이라면 MZ 세대는 나 자신이 더 중요한 'I 제너레이션' 또는 'ME 제너레이션'이다. 기성세대가 위계질서 또는 서열을 수용하는 '서열 세대'라면 MZ 세대는 수직적 서열에 반감을 가지는 '수평 세대'다. 기성세대가 빈곤한 유년기를 거쳐 청년기, 중장년기에는 풍요로운 생활을 하게 된 '상승 세대'라면 MZ 세대는 풍요로운 유년기로 인생을 시작했다가 청소년기에 IMF, 금융위기를 경험하고 본인들의 취업과 결혼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에 시달리는 '불안 세대'다.
 
세대 차이는 세대 간의 역사적 경험의 차이에서 온다고 알려져 있다. 기성세대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경험하면서 국가와 사회가 진보하고 기회의 문이 활짝 열려가면서 개인의 생활은 향상되는 경험을 해 온 세대다. 반면에 MZ세대들은 산업화의 과실로 인한 경제적 풍요 속에서 유년기를 시작했으나, IMF와 금융위기로 인해 가정의 경제적 어려움을 경험하였고, 본인들의 기회의 문 또한 좁아지는 경험을 해온 세대이다. 이러한 역사적 경험의 차이에 더하여 정보화의 흐름 속에서 디지털 네이티브로 자라난 MZ세대가 자신들의 부모보다 더 많은 정보를 접하게 된 것이 세대 차이를 발생시킨 주요 원인이다. 세대 간 상호 소통과 이해가 이루어지려면 세대간 접점이 마련되어야 한다. 한국 사회는 압축적 근대화에 따른 핵가족화, 도시화로 세대 간의 접점이 사라지면서 세대간에 상호 소통 기회가 줄어 들었다.
 
정신의학적 측면에서는 우리 사회 전반에 정신적 성숙의 분위기가 확산되어야 한다. 우리 사회는 낙인찍기(labeling), 흑백논리(black and white thinking), 분열(splitting) 등의 인지 왜곡과 정신적 미성숙의 언어들이 가득하다. 갈등 현장이라 하더라도 관용에 기반한 이성적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을 정도로 성숙한 사회적 분위기가 확산된다면 상호 경청과 이해를 통한 세대 갈등의 극복이 훨씬 용이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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