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창업계에 뛰어든 후 가장 먼저 직면한 어려움은 통장에 잔고가 없다는 것이었다. 금융권으로부터 투자받은 자금도 쏜살같이 사라지는가하면 정부지원금도 게눈 감추듯 먹어치워버렸다. 돈에 항상 배고팠지만 의미있는 일을 하다 보면 언젠가 돈은 따라올꺼라며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었다. '반드시 떼 돈을 벌 수 있으리라.....'
그러나 현실은 아니었다.
돈은커녕 사람마저 떠나는 처지가 됐고, 결국은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이 문제라는 것을 깨달았다. '캐쉬카우'(Cash Cow·꾸준한 수익을 가져다주는 제품 역할을 해주는 그 무언가가 없었던 것이다. 이후 ①'어떻게 돈을 벌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추어 ②비즈니스 모델을 수정(pivot)하기 시작했고 6개월, 1년, 2년의 매출 추이 분석을 통해 회사를 보다 안정적으로 이끌어나가게 되었다.
"대표님, 수익 모델은 무엇인가요?", "대표님, 이거 하시면 우리 회사는 얼마를 벌 수 있죠?", "대표님, 시장의 규모는 알겠는데 우리 회사가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내가 기관 담당자로서 창업기업을 만나면 반드시 던지는 질문들이다. 살아남는 창업아이템, 성공하는 창업기업은 대단한 이론을 통해서 탄생하는 것이 아니다. 딱 두가지(①→②)만 지속적으로 인식하고 실행하면 된다. 물론 플랫폼 기업처럼 성장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한 분야는 당장의 매출보다는 앱 다운로드 수, 고객의 반응 등이 성과지표가 될 수는 있다. 하지만 해당 아이템이 결국은 돈을 벌 수 있는 구조인지 신랄하게 평가받을 것이므로 항시 매출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
'금융시장의 포식자들'(장지웅·2021)에서 기업의 가장 큰 죄는 부도덕이 아니라 이윤을 못 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왠지 모르게 창업기업의 사기를 떨어트리는 문장이라서 인정하기 싫지만 사실이다.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창업은 위험한 도전이며, 이러한 사실을 알려주지 않는 기관 담당자나 투자자는 무능한 것이다.
비즈니스 모델의 정의는 '돈을 버는 구조'이다. 희망찬 비전, 세상을 바꾸는 큰 그림과 동시에 현실적인 숫자를 제시할 수 있는 창업가가 되어보자. 이를 위해 ①번과 ②번을 생각하며 머릿속으로 매일 일기를 써볼 것을 추천한다.
더 구체적인 혜안을 달라는 분들께 추가적으로 드릴 수 있는 말은 비즈니스 모델을 항상 변화할 수 있도록 유연한 마음가짐으로 창업하시라는 것이다. 결국은 빠르게 시행착오를 겪고 능숙하게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을 벗어나는 것만이 상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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