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수필협회 이정심 회장.
김해수필협회 이정심 회장.

날이 추워지면 생각나는 간식이 있다. 바로 붕어빵이다. 가격이 저렴해 천 원짜리 한두 장으로 몇 마리 사서 걸어가는 동안 먹으면 추위를 잠시 잊을 수도 있다. 6·25 시절 만들어졌다는데 겨울이 70번은 더 지났어도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변함없이 사랑받는다. 
 
붕어빵을 개발한 사람은 바닷가 사람이 아니고 내륙 사람일 것이다. 왜냐하면, 바닷가 사람이라면 붕어보다는 고래빵을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내륙이라도 소나 돼지 같은 동물도 있고 다른 생선도 있는데 왜 하필 붕어일까? 우리가 냇가에 놀면서 가장 접근하기 쉬운 민물고기가 붕어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흥미로운 가설이 있다. 1930년대 일본의 도미빵이 한국으로 건너오면서 붕어빵으로 바뀌었다는 가설이다. 또 하나는 6·25 전쟁의 막바지에 생선을 먹기 어려웠던 사람이 만들었다는 설도 있다. 좋아하는 생선(붕어)을 샀는데 이 생선을 매일 먹을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붕어 모양의 틀을 만들었다고 한다. 어찌 됐든 붕어빵이 탄생한 건 축복이다. 붕어빵 없는 추운 겨울은 얼마나 밋밋하고 허전할까. 
 
굽는 사람은 누런 주전자에 담긴 반죽을 휘휘 틀에 붓는다. 곧이어 팥을 골고루 넣고 뚜껑을 닫은 후 틀을 뒤집는다. 사려고 기다리는 사람은 아무리 바빠도 그 손놀림 하나하나를 예술 행위처럼 집중해서 바라보게 된다. 망중한이다. 수더분한 외모에 소주 회사의 로고가 큼지막하게 적힌 앞치마를 두르고 구워야 더 정겨워 보인다. 멀끔하게 정장을 차려입고 붕어빵을 굽는다면 왠지 맛이 없을 것 같다.
 
붕어빵은 '핑거푸드'다. 젓가락이나 도구가 없어도 그냥 손으로 집어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입가나 손가락에 묻어나지 않아 섭식이 간편하다. 세월 따라 약간의 모양을 달리하여 잉어로도 탄생했다. 입맛 따라 가슴속에 붉은 정열만 품는 것도 아니다. 순수한 흰색의 크림도 품었다. 신세대 아이들을 위해서 피자 토핑도 가슴에 품은 넉넉함이 있다. 
 
먼저 먹는 부위에 따른 심리 분석도 있다. 머리 부분을 먼저 먹으면 낙천적인 사람이라 했다. 가슴 부분을 먼저 먹으면 남성적인 성향이 강하다 했다. 꼬리부터 먹으면 신중하다는 둥. 가장자리 바삭한 부분을 먼저 먹으면 신경질적이고 어리광이 많은 사람이라는 둥 심심풀이 분석이다.
 
아들 때문에 한때 나는 '붕세권'에 터를 잡을 뻔한 적도 있다. 내가 사는 집 근처에 붕어빵 장사가 있으면 붕세권이라고 한다. 아들이 학교 앞에서 붕어빵 장사를 해달라고 십 년은 졸랐던 것 같다. 초등학생 때는 물론이고 중학교 다닐 때도 그랬다. 군대를 다녀온 지금 엄마가 학교 앞에서 장사했다면 창피하지 않았겠냐고 물어봐도 절대 아니라고 한다. 지금 해도 좋다고 빨리 시작하라고 말한다. 그만큼 붕어빵에 진심인 아들이다. 
 
한발 더 나아가 이젠 붕세권 앱까지 생겼다고 한다. 재료가격이 많이 올라 장사를 접은 사람이 많기 때문에 이젠 먹고 싶으면 찾아 나서야 한다. 그런 수고로움을 줄이고자 미리 검색하고 나서라고 앱까지 만들었다. 친절한 민족이다.
 
정서적인 측면으로 보자면 아마 천년이 지나도 붕어빵은 우리의 겨울 간식으로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외국에 나가 붕어빵 장사를 하면 성공할 것이라고 한다. 이런저런 의미를 더해 나라에서 맛있는 붕어빵을 찾아 명장의 타이틀을 붙여주고 사명감을 가지고 굽도록 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도 해본다. 
 
여러모로 한파가 밀어닥치는 계절이다. 격의 없이 만나는 자리에 몇 마리의 붕어가 담긴 봉지를 가슴에 안고 가보자. 모두가 환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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