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조·수필 등 49편 수록

"소통은 나-너 사이에 존재한다고 하며 대화에서 일방향인 '나'는 소통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말하는 '나'와 들을 줄 아는 '너'. 간격과 공감 정도에 따라 대화의 밀도와 관계성이 좌우되기도 합니다."(하성자-'문제가 문제다' 중)

마스크가 사람들의 얼굴과 표정을 절반 가려버린 현 사회에서 '소통'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 성찰한 책이 출간됐다.

가야여성문학회는 지난 17일 열두 번째 동인지 '소통을 말하다'를 발표했다. 송미선 회장을 비롯해 진혜정, 이나열, 김정옥, 김원희, 배혜숙, 조경희, 윤영애, 손순이, 하성자, 하영란, 변정원, 나갑순, 이애순, 최엠마, 허모영 등 16명의 작가가 참여했으며 책에는 시·수필·시조·동시 등 49편의 작품이 실렸다. 

이번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는 '소통'이다. 부부간의 소통, 자식과의 소통, 부모와의 소통 친구·지인과의 소통 등 넓게는 단순히 다른 사람과의 소통관계에서부터 살아있지 않은 것들과의 소통, 사회와의 소통과 자기 자신과의 소통까지. 인간이 살아가면서 관계하고 교류하는 모든 것들과의 소통을 인문학·철학 등 다방면의 시각으로 사유했다. 

책은 크게 '특집-소통을 말하다'와 '가야문단' 두 부분으로 나뉜다. 

특집에는 10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하영란 작가는 '타자와의 소통에 대하여'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 사람과 자연 사이의 소통, 사람과 동물 사이의 소통, 이 끝없는 것이 막히지 않고 원활하게 통하기 위해서는 타자와의 주고 받음을 대칭이 아니라 비대칭으로 놓았을 때 좀 더 유연하게 통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소통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풀어냈다.

또 나갑순 작가는 재혼부부가 함께 살아가는 법과 소통방법 등에 대한 글을 썼으며 최엠마 작가는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만난 사람들과 소통했던 경험들을, 송미선 작가는 자신의 내면에 있는 수 많은 '나'와 교류하고 소통할 수 있는 용기에 대해, 진혜정 작가는 부모님 특히 엄마와의 소통을 주제로 작품을 만들었다. 

가야문단에는 '새는 금지라고 써진 전깃줄에 앉아 노래를 부른다'(이나열), '내가 나에게 보상을 해주고 싶다'(김정옥), '단호박 두 덩어리'(김원희), '꽃모자'(조경희), '물별'(윤영애), '다대포 해솔길'(손순이), '이슬'(변정원), '대성동고분박물관의밤'(배혜숙) 등 26편의 시와 시조 2편, 동시 2편, 수필 5편이 수록됐다. 

송미선 회장은 "코로나19로 사람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소통의 기회도 줄어들었다. 소통하지 못하는 사회는 아픔과 오해를 낳는다. 얼굴을 쉽게 마주하지 못하고 뭐든 '비대면'이 된 요즘이라 이런 모습이 더욱 안타깝게 느껴진다"며 "세대와 세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대화·만남·교류가 절실히 필요한 때다. 가야여성문학회의 이번 작품이 소외와 부재의 빈자리를 메꾸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앞으로도 꾸준히 지역문학 발전에 이바지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지난 2007년 1월 김해여성복지회관에서 출범한 가야여성문학회는 지역문화 활성화를 위해 지역의 여성 문학인들이 모여 독서·토론·작품창작 등의 활동을 하는 단체다. 지난 2010년부터 동인지를 발간하기 시작했으며 대표작으로는 창간호 '여성과 가난', 8집 '유혹', 10집 '타자의 얼굴' 등이 있다. 

김해뉴스 이현동 기자 hdlee@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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