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동철 전 김해고등학교 교장

임인년(壬寅年) 새해가 밝았다. 올해도 어김없이 새로운 다짐을 할 것이다. 비록 지난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일상생활이나 경제가 어려웠지만 올해는 이 모든 것을 이겨내고 각자의 소망이 이뤄지기를 기대해본다. 그러기에 이번 해는 자유롭고 편안한 삶을 희망하면서 '어떻게 사는 것이 참된 삶인가'를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우리의 하루하루 생활은 선택의 연속이고 그 선택은 생각에서 비롯돼야 한다. 우리가 먹고 마시는 음식도 시간이 지나면 부패되고 마는 것이 있는가 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발효돼 더욱 즐겨 먹는 음식도 있다. 사람도 나이를 먹어 가며 부패된 인간이 있는가 하면 나이 들수록 발효돼 성숙하고 지혜로운 사람이 있다. 
 
우리는 전자를 썩었다고 하고 후자를 잘 익었다고 한다. 썩은 인간과 잘 익은 사람은 어떻게 이뤄지는가? 아마도 하루하루, 매시간마다 심사숙고(深思熟考)하며 올바른 선택을 하고. 이를 실천하는 사람은 잘 익은 사람이 될 것이고 그렇지 못하고 잘못된 선택으로 허송세월(虛送歲月)한 사람은 오히려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는, 썩은 인간이 되는 것 아니겠는가! 
 
"하루를 게으르게 사는 자는 평생을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말이 있다. 바른 선택을 하지 않고 선택된 것에 힘쓰지 않는 자는 항상 지난 날을 후회하고 평생을 그르치는 인생을 살게 될 것이 명확하다. 그러므로 살아가면서 올곧은 선택과 실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을 것이다.
 
심사숙고 끝에 결정한 선택은 나 혼자만의 언행으로 그칠 수도 있겠지만, 다른 사람과 관계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사람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이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가장 중요한 의사소통 수단은 '말'이다. 사람은 말을 글자로 만들어 의사소통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유일한 존재다. 글은 종이에 쓰는 말이고, 말은 허공에 쓰는 글이다. 허공에 적은 글은 지울 수도 태울 수도 없다. 한 번 내뱉은 말은 빠르게 전파된다. 우리 속담에도 '혓바닥 아래 도끼 들었다'는 말이 있고 스페인 속담에도 '화살은 심장을 뚫고 섬뜩한 말은 영혼을 뚫는다'는 말이 있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언어에 대한 확고한 의식 없이 함부로 말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리고 말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고 회피하거나 변명으로 모면해 보려는 경우도 흔하게 본다. 
 
우리는 말을 통해 인간관계를 맺는다. 그리고 믿음에 의해 신뢰가 형성되고 인간관계가 돈독해질 수 있다. 믿을 '신'(信)자는 사람(人)과 말(言)로 구성돼 있다. '성실하다·참되다' 할 때의 '성'(誠)이라는 한자도 말씀(言)과 이룰 성(成)자로 돼 있다. 말에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그 믿음은 정직하고 참되며 거짓이 없는 데서 이뤄진다. '교언여색'(巧言令色) 하거나 '이구'(利口·말을 교묘히 하거나 말이 많고 알맹이가 없음)가 돼서는 안 된다. 
 
새해에는 모두가 바른 선택을 하며, 그를 부지런히 실천하는 삶을 살길 바란다. 그리고 대화와 말을 통해 믿음을 주며 원만한 인간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군자(君子)답게 살아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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