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다문화치안센터 장정인 순경이 행정업무를 처리하던 도중 카메라를 보며 활짝 웃고 있다.  이현동 기자
김해다문화치안센터 장정인 순경이 행정업무를 처리하던 도중 카메라를 보며 활짝 웃고 있다.  이현동 기자

 

중국서 9년간 거주, 다국어 구사
의사자격증 취득해 봉사활동도
안전한 나라 만들고파 경찰 준비



"저도 '외국인'으로서 중국에서 살 때 경찰을 보면 괜히 무섭고 신경이 쓰이더라구요. 지금 김해에 사는 외국인분들도 아마 마찬가지이지 않을까요?" 
 
김해중부경찰서 김해다문화치안센터 소속 장정인(33) 순경은 2020년 12월 31일에 경찰뱃지를 달고 지난해 7월 말부터 이곳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지난달 31일에 시보기간이 끝난 터라 이제 정규직 19일차(?)다. 경찰 경력이 길지 않아 아직은 '새내기'에 가깝지만, 자신이 맡은 일과 다문화사회에 대한 책임감만큼은 베테랑 경찰 못지 않게 깊고 다부지다. 
 
다문화치안센터는 외국인이 주요 민원대상이다. 그래서 이들과 의사소통이 가능한 다국어 능력이 필수다. 장 순경의 경우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약 9년 간 중국에서 거주한 덕에 중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으며 아시아·동남아 각국을 여행한 경험도 많아 웬만한 외국인들과는 어렵지 않게 기본적인 대화가 가능하다. 그가 다문화치안센터에 배치된 이유다. 
 
장 순경은 "중3 시절 방과후 수업으로 중국어를 조금 배웠었는데, 가족들과 떠난 중국여행에서 수업 때 배운 중국어를 조금 썼더니 중국인과 대화가 됐다. 다른 나라의 언어로 다른 나라 사람과 말이 통한다는 게 너무 신기하고 재미있었다"며 "특히 중국은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다. 중국어 하나만 해도 약 14억 명의 사람과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매력에 이끌려 중국유학을 떠나게 됐다"고 말했다. 
 
원래 성악전공으로 예고 진학을 목표했던 그는 딱 1년만 중국에서 언어를 배운 뒤 다시 한국으로 돌아올 생각이었다. 그러나 부모님이 1년 갖고는 언어를 제대로 배울 수 없다며 중국에 더 있을 것을 추천했고, 중국에서의 삶에 만족하고 있던 그 역시 이를 받아들여 본격적으로 중국어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이왕 공부를 하기로 마음먹었으면 가장 중국스러운 것을 배우자'라고 생각한 장 순경은 중국전통의학(중의학) 공부를 시작했다. 중의학은 우리나라로 치면 한의학이다. 사회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도 그의 이런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결국 그는 1년 인턴 기간을 마치고 의사고시를 본 후 의사자격증까지 취득했다. 이 자격증은 우리나라를 제외한 모든 국가에서 효력이 있는 자격증이다. 전공분야는 침(鍼)이다. 
 
의사자격증 취득 후 중국에서의 체류기간이 끝나 한국으로 돌아온 장 순경은 본격적으로 동남아 각국을 여행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단순히 여행만 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이 가진 능력을 발휘해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자 의료봉사활동을 다녔다. 말레이시아, 태국, 미얀마, 싱가폴 등 다양한 나라를 방문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진료를 이어갔음에도 열심히 갈고 닦은 침술로 어려운 사람을 도울 수 있다는 뿌듯함에 하루하루가 즐겁고 행복했다고 그는 당시를 회상했다. 
 
이런 경험은 장 순경이 경찰공무원이 되기로 결심한 결정적 계기가 됐다. 우리나라보다 상대적으로 치안이 불안정한 나라를 다니다보니 '외국인'으로서의 삶이 얼마나 힘들고 불안한 것인지를 몸소 느꼈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외국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치안환경을 조성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지난 6개월 간 다문화치안센터 근무하면서 장 순경은 지갑을 잃어버린 일로 세 번이나 센터를 찾아왔던 방글라데시 민원인과 대만계 스님들이 있는 사찰 비로사에서의 사건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처음엔 큰 잘못이라도 저지른 듯 쭈뼛쭈뼛거리며 센터를 방문했던 방글라데시 민원인은 비슷한 또래의 장 순경이 친구처럼 편하게 대해주자 지갑을 잃어버릴 때마다 센터를 찾아왔으며 지금은 제 집인 것처럼 센터를 편하게 오간다고 한다. 비로사 사건의 경우, 스님들이 코로나19 종식기원 천도제를 위해 천막을 세웠는데 이는 소방법상 불법건축물에 해당되는 것이었다. 소방당국이 출동해 자초지종을 설명했지만 의사소통이 되지 않자 장 순경이 현장에 출동, 중국어로 행정절차를 설명하며 사건을 마무리했던 일이었다. 
 
김해중부경찰서 중앙지구대 이재홍 대장은 "문화·언어의 차이로 인해 갈등이 생길 수 있었던 사건이었는데, 장 순경이 중간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잘해줬다. 그가 다문화치안센터 소속이라는 게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장 순경은 "이곳에서 근무하는게 즐겁고 재미있다. 매일 외국에 가는 듯한 기분이다. 그런데 외국인들은 센터나 나(경찰)에 대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아직은 보이지 않는 벽이 있는 것 같다"며 "외국인들이 느끼는 경찰에 대한 두려운 인식이나 편견을 깨고 싶다. 언제든 만날 수 있고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그들의 친구이자 가족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해뉴스 이현동 기자 hdlee@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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