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아 김해문화재단 관광기획팀 과장
하정아 김해문화재단 관광기획팀 과장

1월 1일. 언제나처럼 해가 떠오르는 것을 바라보면서 의외롭게도 드는 생각은 '내가 또 이 동네에서 일 년을 맞게 됐네…'였다. 
 
갓 서른이라는 이유로 조금 삐뚤어진 탓인지, 전 세계를 강타한 감염병 때문에 새로운 곳에서 일출을 보지 못한 탓인지. 나에겐 별 대수롭지도 않은 인간이 정한 1년이라는 시간의 분절에, 새로운 한 해를 맞았다는 감동을 느끼는 것 보다 '지금 보는 저 산이 나의 근무지가 있는 산이다'라는 관성적인 생각이 먼저 든 것이다. 
 
정말로, 관성처럼 나는 이 곳 김해에 계속 거주 중이다. 학업 때문에 잠시 떠났다가도 때 되면 돌아오는 철새처럼 김해에 돌아왔다. 그리고 지역 이름이 붙은 재단에 들어와 지역 이름이 붙은 사업장에서 일하게 됐다. 김해에 있기를 좋아했던 학생은 이제는 김해에 못 박힌 직장인이 되어버린 것이다. 
 
오래 적을 두고 살았던 만큼 늘 김해가 좋았지만, 종종 불안하기도 했다. 속담에 말은 제주로 사람은 서울로 가라 했듯, 이곳에 사는 것이 큰물에서나 가능할 도전과 기회는 포기하고 편한 현실에 안주하는 오래된 버릇인가 하는 생각에 '이거 내가 지금 속칭 '정신승리' 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그러다가도 잠시 해반천을 걸으며 노을에 잘게 부서지는 금색 윤슬을 볼 때, 봉황동에서 커피를 마시다 새로운 풍경 뒤로 겹쳐지는 과거의 모습들을 볼 때, 김해도서관을 지나 당산에 이르는 길을 걸어 이모 집에 갈 때처럼, 내게 너무 익숙한 김해의 그 단면들이 너무 좋아서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면 그건 너무 소소한 이유일까? 
 
하지만 지역과 국가를 초월하는 거대한 세상에서 오히려 이렇게 작은 이유가 이곳에서의 삶을 지속할 이유가 되는 나 같은 사람도 어디엔 분명 존재할 거다.
 
이렇게 작은 행복들을 즐기며 김해에서 살다가도 문득 청년문화에 대한 갈증이 생기긴 했다. 꼭 이렇게 서울·부산까지 나가야하는 건가? 아쉬울 때가 많다. 
 
그럼에도 요즘 들어 조금 기대가 되는 점은 지역에서의 삶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X'와 'M'이라는 문자로 대표할 수 있는 세대가 늘어난다는 게 개인적으로는 가장 설레는 변화다. 시민으로서는 비슷한 생각을 공유하고 지지를 얻을 동년배가 있다는 점이 좋고, 문화재단 직원으로서는 이 시민들과 나의 지역이 함께 나아갈 지향점을 공유하고 발전시켜나갈 수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아직은 의식과 인프라가 동반돼야 하는 일이라 나아갈 길이 멀지만 그 과정이 틀림없이 즐거울 것이라는 건 확신할 수 있다.
 
이렇듯 이런 나에게도 아직 경상도에서 살아가는 건 조금의 갑갑함을 동반하기는 한다. 
 
하지만 같이 갈 시민과 동료, 그리고 이곳에서의 삶에 대한 애정이 있어 같이 가는 길이 되니 마냥 답답하지만은 않다. 나는 나의 지역 김해에서 오늘보다 내일 더, 그리고 올해보다 내년에 더 다채롭고 나은 삶을 찾으려 노력할 테니 이것도 그다지 불행한 일은 아닐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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