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규 식 김해뉴스 독자위원/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관장

연일 세계적인 매체에서 한국문화에 대한 격찬이 이어지고 있다. BTS를 필두로 한 한국 대중음악의 탁월한 성과는 물론이거니와, 기생충으로 촉발된 눈부신 한국영화가 세계영화계의 핵심적인 관심사가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킹덤, 스위트홈에 이어 '오징어게임'의 돌풍은 드라마 분야에서도 '메이드 인 코리아'가 글로벌 마켓에서 경쟁 우위에 있음을 보여준다. 클래식 음악계에서 한국 연주자들의 수준이 세계적임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우리는 이미 마당놀이라는 전통적인 공연예술 형태를 가지고 있고, 판소리라는 독창적 형식은 물론 다양한 아리랑도 있다. 이렇듯 음악, 영화, 드라마에서 K-문화가 탁월한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이제는 K-푸드도 전 세계에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중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공연과 음악, 요리 문화는 우리의 고유한 것들이 그대로 계승되고 있는데 반해, 서구에서 이식된 현대미술은 그 기반이 전통문화와 상이한 부분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물론 미술도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표현주의미술과 같은 경향이 존재하지만 대부분의 현대미술 형식은 서구철학에 기반한 개념과 이론중심으로 전개되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K-아트가 비상할 기반이 만들어지고 있다. K-아트가 비상하려면 현대미술이라는 서구에서 건너온 형식이 우리 고유의 내용(컨텐츠)과 정신에 잘 녹아들어야 한다. 현대미술 장르는 우리의 전통 시각예술과 추구하는 방향과는 사뭇 다르게 나타난다. 전통 시각예술은 작품 제작이 논리적 완성 혹은 미학적 고양이라기보다는 정신수양에 더 가깝다. 화려한 색보다는 담백함과 여백을 추구한 것도 이와 상통한다.
 
다른 문화예술 분야가 '즉흥점 감정 표출'이라는 우리민족 장점과 맞물려 즉시적 표현이 가능한 예술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반면 시각예술은 서구에서 빌려온 형식 탓인지 제작과정에서부터 제 색깔을 내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K-아트의 바람이 살랑거린다. 내적으로 체화되는데 좀 더 시간이 필요할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 중심에는 우리의 젊은 세대들이 있다. 젊은 세대들은 기성세대와 달리 서구의 형식으로 우리 콘텐츠를 소화하도록 훈육된 세대가 아니다. 아이패드와 스마트 폰에 익숙한 그들은 기성세대처럼 시각예술 체험에서 서구적 인식의 틀을 빌려올 일도 없다. 현대미술 형식을 이미 체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 지점에서 K-아트의 잠재력을 발견한다. 현대미술에서도 곧 세계적인 스타 작가가 탄생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보는 이유다.
 
최근 심심찮게 국내 작가들을 소개하는 인쇄물들이 영문으로 번역되어 해외 유수 미술관과 큐레이터들에게 배포되고 있음을 목도한다. 물론 한국의 대중음악과 영화, 그리고 드라마의 영향력이 한국현대미술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영국의 프리즈, 파리의 FIAC, 스위스의 아트바젤과 같은 세계 유수의 아트페어에서 한국작가들의 작품가격과 위상이 점점 올라가고 있는 걸 보면 K-아트가 세계미술계를 제패할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신진 작가들의 활약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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