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종 건 수안마을 이장/전 부산과학기술대학교 컴퓨터소프트웨어과 교수
김 종 건 수안마을 이장/전 부산과학기술대학교 컴퓨터소프트웨어과 교수

우리 마을은 뒤로 돗대산을 중심으로 좌우로 완만한 산맥이 흘러와 혈(穴)을 이루고 있으며, 앞쪽에 예쁜 굴곡을 가진 안산(案山)이 봉긋하게 솟아 있으면 좋으련만 유유히 흐르는 서낙동강 넘어 저 멀리 바다가 보이는 예로부터 물이 많고 살기 편안한 수안(水安) 동네다. 
 
평생 학교에서 삼십여 년을 선생으로서 정년퇴직하고 몇 달인가 쉬고 있다가 자의반타의반 작년에 처음으로 이 마을 이장이 됐다. 지금은 저보다 연배인 대다수 주민이 '김이장'이라 부르는 호칭이 더 익숙해졌다. 
 
그동안 우리 마을 역대이장들이 가꾸고 발전시켜 유지해온 평온한 이 마을에 근래 들어 정부지원을 받아 우리 지형에 맞는 수국을 삽목 번식시켜 수국동산을 만들고, 특히 소하천을 따라 자생한 대나무 숲길은 많은 분들이 힐링하는 공간이 됐다. 이곳에 수국천지 수안정원 축제를 개최했으며, 또 작년에는 라벤더 군락 언덕을 조성하여 수국과 조화를 맞추면서 옆에 자생하는 소나무 숲에 산책길도 마련하여 우리 마을을 찾는 관광객에게 최상의 볼거리와 휴식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작년에는 코로나19로 인하여 공식적인 축제 대신 워킹스루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찾아오는 손님에게 마을부녀회에서 정성껏 준비한 커피 및 식혜 그리고 부추전 등을 실비에 제공해 드렸고, 특히 마을에서 생산되는 비트와 무로 만든 비트차, 무차 외에 고유의 차를 판매하기도 하였는데, 올해는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어떻게 변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우리 마을 주민은 원주민과 이주민이 섞어 공동체를 이뤄 사는 우리나라 보통의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 그래서 즐기는 문화나 생활패턴, 가치관이 다르기도 하다. 
 
어쩌면 그것이 아주 당연하기도 하지만 흔히 배고픈 건 참아도 배 아픈 건 못 참는 속설처럼 마음에 상처를 품고 내색하지 않고 살아가는 주민도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서로 하는 일이 달라 고됨의 차이가 있고 소득의 격차가 나더라도 이웃끼리 이해하고 배려하면서 살아가는 것은 돗대산 넘어 피어오르는 한낱 신기루일 뿐일까? 
 
마을 주택가 사이로 산에서 내려오는 배수로가 있다. 바닥에 쇄골이 생겨 축대가 무너질 위험이 있어 바닥 타설 공사를 이장으로서 처음 했다. 주민들도 모두 동의해줘서 공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라벤더 이식 및 제초, 대청소 등 공동 작업에 많은 주민이 참여하여 협조하는 모습에 아직 우리는 희망이 있다.
 
앞으로 수국 정원 가까운 곳과 쉼터 공간 내에 화장실도 설치해야 되는 등 마을의 난제들이 산적해 있다. 그러나 이런 부분들도 묵묵히 기다리는 마음가짐이 필요 할 것이다. 무엇보다 주민들의 민원사항을 잘 파악하여 편안하고 쾌락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 드리는 것이 이장의 역할이자 책무일 것이다. 그러면 이장 업무 평가와 별개로 최선을 다했다는 자부심을 가질 것이다.
 
임인년 새해, 물이 많을 것 같은 올해 오곡백화가 풍성해지는 풍년을 기약하고 김해시민과 마을 주민 그리고 김해뉴스 애독자에게 건강과 행복을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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