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제대학교가 국내 최초로 개설한 방사선화학과가 다음달 수시전형에서 첫 입학생 모집에 나선다. 기존 학과였던 의생명화학과에 융합전공 형태로 운영되던 원자력응용공학부를 통합해 개설된 방사선화학과는 이공계의 기초학문이라고 할 수 있는 화학에 방사선 응용과학을 접목시킨 국내에서 유일한 특성화 학과다.

방사선화학과의 전신인 의생명화학과 학생들이 화학실험을 하고 있다.
방사선화학과의 전신인 의생명화학과 학생들이 화학실험을 하고 있다.

 

◇정규과정 이수하면 이학사·공학사 2개 학위 취득 = 인제대 방사선화학과는 방사선 기술을 연계 교육하는 국내 유일의 학과다. 학과에서는 기초화학은 물론 환경방사능분석과 식품방사능분석 등을 실습과 현장교육을 통해 교육한다. 

이미 개설돼 있는 방사선학과와 혼돈할 수 있지만 학문의 목적과 적용분야가 다르다. 방사선학과가 다양한 방사선 기기를 이용해 질병 진단정보를 제공하고 의료 방사선기술을 연구한다면 방사선화학과는 물성과 물질합성을 연구하는 전통 화학교육에 방사선응용과학을 연계한다. 따라서 졸업 후 진로도 차이가 난다. 방사선학과를 나오면 의료기관의 방사선사가 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방사선화학과는 주로 공공·연구기관, 산업체, 발전소 등으로 취업하게 된다.

학과장 허도성 교수는 "방사선화학과는 전국에 1000여개에 달하는 일반화학계열 학과와는 달리 방사선을 연계하여 응용하는 학과라는 확실한 차별성을 확보하고 있다"면서 "화학의 한 분야인 방사선을 전문적으로 교육하고 연계 산업군을 위해 필수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특성화 학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화학과 원자력응용공학을 다루기 때문에 정규과정을 이수하면 이학사와는 별도로 공학사 학위까지 2개의 학위를 취득이 가능해 복수전공 효과가 있는 특별한 학과"라고 덧붙였다.

학과장 허도성 교수가 방사선 분석 장비에 대해 학생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학과장 허도성 교수가 방사선 분석 장비에 대해 학생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RI 국가면허에 특화된 커리큘럼 = 방사선화학과는 국내 '유일', '최초'라는 학과 입지에 걸맞게 학과 커리큘럼도 독특하다. 학과는 기초·공통화학 교과는 유지하면서도 대학원 과정의 어려운 화학과목들을 대신하여 RI(방사성동위원소)면허 관련 교육과정과 방사능분석 과목을 전공 필수과목으로 배치하고 있다.

RI는 방사선을 배출할 수 있는 방사능을 가진 원소를 말하는 것으로 '방사성동위원소'라고 불린다. RI 취급은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법으로 안전관리 자격을 정하고 면허를 발급한다. 흔히 방사선·원자력산업분야 3대 면허라고 불려지는 RI(일반면허), SRI(감독자면허), SI(특별면허) 중 가장 기본이 되는 면허다. 일반면허를 위해 매년 3000명 정도가 응시하는 인기있는 면허이지만 합격률은 10%를 넘지 못해 어려운 면허시험 중 하나로 통한다. 

RI면허를 취득하면 한국전력 및 계열사의 원자력 직군이나 한국수력원자력, 원자력연구원, 원자력안전기술원, 한국방사선폐기물관리공단이나 공공·연구기관으로의 취업에 유리하다. 또 산업적으로 활용도가 높아진 방사선 영향으로 대기업을 비롯해 방사선을 다루는 일반기업체나 비파괴검사 전문기업, 멸균이 필수가 되어 있는 식품기업 등으로도 진출할 수 있다.

방사선화학과는 RI면허 취득이 용이하도록 특화된 커리큘럼을 운영한다. 원자력관계법령, 방사선취급기술, 방사선 장해방어기초, 원자력 기초이론 등이 그 예다. 이 과목들은 법에서 정한 RI면허 응시를 위한 필수 이수과목들로 학과 개설 이전까지 학생들은 시험을 위해 전공교양수업이나 사설기관의 학점은행 등을 통해 필수학점을 채워왔다.

허 교수는 "학과 정규수업을 이수하면 자동적으로 RI면허 응시자격을 갖추게 된다"면서 "학과 재학 중 80%, 졸업 후 1년 내 대부분의 학과생들이 RI면허를 취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방사선화학과가 둥지를 틀고 있는 자연과학대 창조관 건물.
방사선화학과가 둥지를 틀고 있는 자연과학대 창조관 건물.

 

◇방사능분석 전문가 길도 열려 = 학과는 최근 방사선진흥협회, 방사능분석협회와 업무협약을 통해 RI면허와 또다른 전문인력 양성과정에 대해 논의 중이다. 특히 방사능분석협회와의 논의는 진도가 빠르다. 

방사능분석협회는 아직까지 사설인증기관 면허 수준에 머물고 있는 '방사능분석전문가' 자격증을 입법을 통해 국가면허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과정에서 전문인력 교육기관 역할을 인제대 방사선화학과 같은 특수학과가 담당하고 연구기관과 기업들이 방사능분석에 필요한 핵종분석기와 같은 고가의 장비를 국산화하면 산업적 토대가 충분히 마련된다고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방사선화학과에 대해 희소성 있는 특성화 학과라고 평가한다. 한국방사능분석협회 김승일 사무국장은 "인공방사능에 대한 측정·관리를 위해 기준과 근거를 만드는 것이 방사능분석의 기본인데 국내에서는 아직 이를 전문적으로 교육하는 학과가 없다"며 "이런 측면에서 인제대 방사선화학과의 신설은 학계와 산업계가 협업을 통해 관련 시장을 만들고 확대시킬 수 있는 시발점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이전에 어떤 분야를 선택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방사선화학과는 희소성과 경쟁력을 갖춘 학과로 후회없는 학과 선택이 되리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김해뉴스 송희영 기자 editor@gimhaenews.co.kr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