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정동근 씨.
독자 정동근 씨.

싸리비 내리는 아침이었다. 빨간 우산 하나를 집어 들고선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시간은 새벽을 지나 아침 6시 2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오늘도 여느 때처럼 21번 버스에 몸을 실었다.

평소보다 서둘러서였을까. 일찍 도착할 것 같아 도착지 두세 정거장 앞에서 내려 걷기로 마음 먹었다. 버스에서 내리니 묘종가게가 눈에 들어온다. 이른 시간이지만 손님들이 제법있다. 주인 아주머니는 "어떤 묘종은 일찍 다 팔렸다"며 한 손님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내 발길은 어느덧 새벽시장 사잇길을 걷고 있었다. 시간도 이른데 오늘 출근길은 시장구경도 나쁘지 않겠다. 수산물코너 아저씨는 아침부터 문어와 씨름 중이었다. 잔뜩 빨판에 힘을 준 문어를 떼어내려는 주인장 앞에는 실컷 먹물을 쏟아 낸 다른 문어 한마리가 그릇에 얌전하게 담겨있었다. 

반대편은 미꾸라지도 보이고 과일노점에는 커다란 수박이 질서정연하게 오와열을 맞춰 대열을 이루고 있었다. 수제비집 아줌마는 가스버너를 켜고 고기를 구워 먹고 있었다. 버너 주변에는 4~5명 정도가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접시엔 상추가 한가득이다. 오늘 수제비집은 손님이 없는가 보다. 

새벽추어탕집을 지나 봉황탕 앞에 다다르니 트럭에 대저토마토를 파는 상인이 있었다. 토마토는 초록이라 하기도, 붉다고 하기도 그런 딱 중간 정도의 '초록불긋' 했다. 그 맞은 편 할매시래기국집에서는 두서너 테이블에 손님들이 밥을 먹고 있었다. 할매가 운영했던 곳인데 할매 돌아가시고 아들이 장사한 지도 이제 제법 됐다. 간판에는 아직 할머니 사진이 큼직하게 들어가 있었다. 예전 어머니가 호박잎 넣어서 시래기국처럼 들깨 넣어 해주신 적이 있는데 나도 저런 식당 한 번 해볼까하는 쓸데없는 생각이 잠깐 머리를 스쳤다.

길가 건물 앞에는 야생화 화분의 여럿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걷다 보니 어느새 사무실이 눈에 보인다. 7시 10분, 오늘 출근길에서는 재미난 구경거리가 많았다.

 

김해 부원동 새벽시장 입구. (사진=독자 정동근)
김해 부원동 새벽시장 입구. (사진=독자 정동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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