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초, 종중 재산 문제로 송사를 당한 박인규(64·김해시 내동)씨. 친인척과 민사소송을 진행 중인 박 씨는 1년이 다 되도록 1심 판결도 받지 못했다. 재산 분배를 둘러싼 갈등이 첨예한 데다 법률적 쟁점이 많아 조정도 쉽지 않았다. 그 사이 박 씨는 무려 11번이나 창원지방법원을 왔다갔다 해야 했다. 박 씨는 "자동차로 1시간이나 달려가 달랑 증거 자료만 제출하고 몇 마디 질문에 답한 뒤 돌아온 경우가 대부분이다"면서 "창원까지 왔다갔다 하는 불편함은 말할 것도 없고 기름값 식비 등 부대비용도 엄청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인구 50만 명을 넘어선 김해시에 법원과 검찰을 유치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인구 증가에 따라 사법적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창원시까지 가야 하는 불편함을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창원지법에서 연간 처리되는 민·형사재판과 각종 경매, 민원 사건 중 김해지역 관할이 28만여 건에 달한다. 이는 창원지법이 처리하는 전체 사무의 32~33%에 달하는 수치이다.
 
복잡한 재판을 진행하고 있는 박 씨의 경우는 차치하더라도 간단한 민사 재판이라도 최소한 3번 이상은 법원을 들락거려야 하기 때문에 김해시민이 겪는 불편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뿐만 아니라 김해는 인구 증가와 함께 강력 범죄도 급증하고 있는 추세라서 검찰 유치도 시급하다. 지난해 강도, 절도, 폭행 등 민생과 직결된 5대 강력 범죄가 6%가량이나 늘었다.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창원지방법원 산하의 지원은 통영과 밀양 거창 진주에 있다. 그러나 통영지원의 경우 관할 인구가 44만 여명, 밀양은 17만 여명, 거창은 15만 여명에 불과하다. 진주시와 사천 남해 하동 산청군까지 관할하는 진주지원만 관할 인구가 58만 여명으로 김해시보다 많을 뿐이다.
 
최근 창원지법·지검 산하에 신설되는 동부지원·지청 위치가 마산합포구 쪽에 확정돼 김해시민들의 실망감은 더욱 깊어가고 있다. 창원법조타운에서 김해시청까지는 최소 40분 이상 걸리지만 옛 마산시청까지는 25분 거리에 불과하다. 창원지법·지검 산하 지원·지청을 턱밑이나 다름없는 마산에 두는 것은 형평성이나 효율성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김정권(김해 갑·한나라당) 의원이 최근 김해지원 신설 법안을 제출해 지원과 지청 유치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가 다시 커지고 있다. 국회 법사위의 법안 심의와 상정, 본회의 의결 등 복잡한 절차가 남아 있지만 첫 발은 내디딘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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