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술만 먹으면 영미(19·가명) 양을 때렸다. 몸이 하루도 성할 날이 없었고 견디다 못한 영미는 집을 뛰쳐나왔다. 먹고 잘 곳이 없어 돈을 훔쳤고, '길잠'을 잤다.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는 일이 잦아졌고 경찰서를 제 집 드나들 듯 출입했다. 영미의 인생은 점점 망가져 갔다. 그런 영미에게 손을 내밀어 준 곳이 '청소년 쉼터(김해시 봉황동)'다.
 
YMCA 건물에 위치한 김해청소년쉼터는 가출 청소년을 3개월 동안 보호하는 시설이다. 영미는 쉼터에서 24시간 상주하는 사회복지사들의 보살핌을 받으며 처음으로 '가정'이란 걸 느꼈다. 자원봉사자 교사에게서 클레이아트를 배우며 미술강사라는 꿈도 갖게 됐다.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다. 웃음도 되찾았다.
 
하지만 김해에서 영미와 같은 보호·관리를 받는 가출 청소년의 수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가출 청소년 수에 비해 보호쉼터의 수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이다.
 
인제대학교 장수환(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자체조사를 근거로, 김해지역 가출청소년의 수를 약 3만 명으로 추정했다. 이 중 7천 명은 1년 이상 집을 떠나 있는 장기 가출청소년이다. 하지만 한국쉼터협회에 따르면 김해에 공식적으로 등록된 가출청소년보호쉼터는 'YMCA 쉼터' 하나 뿐이다. 이 마저도 3개월 기간 제한과 여학생만 대상으로 하는 한계가 있다. 정원도 15명뿐이다. 'YMCA 쉼터'의 김영숙 사무국장은 "인원이 15명 이상이 넘어가면 효과적인 쉼터운영은 불가능하다"며 청소년 쉼터 시설의 확충 필요성을 강조했다.
 
쉼터 부족은 같은 경남지역 내 다른 시·도·군과 비교해 봤을 때 더욱 확연히 드러난다. 김해보다 인구 수가 30만 명이나 적은 진해는 장기 쉼터를 2곳이나 운영하고 있고, 역시 김해보다 인구 수가 적은 마산과 3만 명 정도 앞서는 옛 창원에도 각각 4곳의 쉼터가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도움이 필요한 김해지역 가출청소년들은 연고가 전혀 없는 창원이나 부산 등 외지의 보호시설로 보내지고 있다. 창원에 있는 단기쉼터 '하라 쉼터' 관계자는 "김해같은 경우 쉼터 수가 부족하고 특히 남학생은 단기 쉼터의 보호조차 받지 못해 창원지역까지 넘어오는 경우가 많다" 고 밝혔다.
 
장 교수는 "물리적인 거리가 멀수록 가정과의 유대관계도 떨어진다"며 "가출청소년이 집에서 먼 쉼터로 보내질 경우 본래 집으로 돌아갈 확률은 그만큼 감소한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또 "김해지역은 도농복합·다문화 등 여러 사회적 특성으로 인해 가정불화가 발생할 확률이 높은 환경"이라며 "가출을 개인의 반항심 문제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 차원의 연대 책임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김해시 관계자는 쉼터의 실정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등 문제인식이 전무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해시청 청소년과 담당자는 "김해 내의 단기쉼터도 인원이 다 차는 걸로 알고 있다"며 "앞으로도 쉼터를 위한 예산을 신청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김해 중부경찰서 관계자도 "가출 청소년의 경우는 실종신고나 가출신고가 들어온 경우에만 파악이 가능하다"며 "정확한 수치를 파악하고 관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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