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마다 제목 달지 않아 '삶의 창'
전통시장이 속속들이 생겨나는 대형마트들에 밀려난다는 뉴스가 연일 보도되고, 신문이나 방송은 상인들의 지친 얼굴을 보여주기에 여념이 없다. "장사가 잘 안돼서 힘드시죠?"라고 물으며 카메라는 그들의 얼굴을 클로즈업한다.
그러나 이는, 때론 그들의 삶을 누추하고 비루하게 만들며, 전통시장을 '옛 추억이 어린 낭만어린 곳'으로만 보이게도 한다.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같은 감상주의가 본질을 흐리기도 한다.
이번 사진전에서는 각자의 일에 열중하고 있는 상인들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그들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만두를 쪄내고, 야채를 다듬고, 생선을 손질한다. 뻥튀기를 튀기는 한 상인에게서, 자신의 삶을 '프로의 자세'로 대하는 모습을 목격한다. 그의 입에는 언제라도 '뻥'소리가 나는 순간을 알릴 수 있도록 호루라기가 물려져 있다. 그의 한 손은 기계를 돌리고, 또 다른 손은 꼬챙이 같은 것을 잡고 있다. 뻥튀기 하나에 자신의 모든 노동을 바치는 것이다. 사진은 이처럼 숭고한 노동의 순간을 정직하게 기록했다.
독특한 점은 모든 사진에 제목이 달려있지 않다는 것이다. 의도적인 것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으나, 제목을 달지 않음으로써 사진은 단순한 작품이 아닌 하나의 '삶을 보여주는 창'이 됐다.
'전통시장을 이용하자'는 구호 백 번보다, 이번에 전시된 사진들이 더 힘을 갖는다. 노동은 거세된 채 저렴한 가격만을 내세우는 물품들이 가득한 대형마트, 생선 한 마리·배추 한 포기에도 상인들의 노동이 고스란히 담긴 전통시장. '찰칵닷컴, 동상시장을 만나다' 전은 무엇이 중요한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1월 21일부터 30일까지. 칠암문화센터 지하1층 전시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