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 만에 고향 찾은 장군 씨(가상의 인물)
"옛 추억은 추억대로, 새로운 것은 놀랍도록, 잘 지켜지고 발전해 보고 즐길거리도 많아 어디 가서든 자랑하고 싶어"

미리 둘러보는 김해 9경·품·길·미

수로왕릉 앞. 김해동 씨는 지금 서울로 이사 간 죽마고우 허장군 씨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장군 씨는 20여 년 만에 고모네에 들를 겸 해서 고향나들이를 한 참이다.
 
두 사람은 내외동 어디, 삼계동 어디 하면서 약속 장소를 맞추어 보았는데, 그때마다 장군 씨는 "거긴 어디 쯤이야"라고 되물었고, 답답함을 느낀 해동 씨는 급기야 "수로왕릉 앞에서 보자"고 했던 것이다. 그러자 장군 씨는 두 말 없이 알았다고 답했다. 하긴, 김해 사람 치고, 한때 김해에 살았던 사람 치고, 수로왕릉을 모른다면 그야말로 시쳇말로 간첩일 터.
 
경전철로 한결 편해진 교통여건 눈에 띄고
탁 트인 김해평야·시내 전경 그림처럼 다가와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 선정 가야의 거리
수로왕릉·대성동고분군·연지공원 등에 감탄
"고대와 현대 공존, 데이트 코스 딱이네"

마침내 해동 씨와 장군 씨는 수로왕릉 앞에서 만났다. 장군 씨는 대뜸 반색을 했다. "야, 수로왕릉! 이게 얼마 만이고. 정비가 잘 되어 있네." 해동 씨도 맞장구를 쳤다. "생각나나? 우리 어릴 적에 소풍도, 글짓기 대회도, 그림그리기 대회도, 심지어 청소봉사도 여기서 했었다 아이가."
 
"서울에서 김해까지는 어떻게 왔노?" 해동 씨가 물었다. 장군 씨는 "어제 오후에 김해공항에서 경전철 타고 왔는데, 정말 편하더라"면서 경전철 탑승기를 늘어놓았다. "경전철에서 내려다본 김해, 멋있던데? 탁 트인 김해평야도 보이고! 대성동고분박물관, 국립김해박물관, 수로왕릉, 김해문화의전당, 연지공원까지 죽 이어지는데, 역시 김해가 가야문화유적지라는 말이 실감나더구만."
 
그 말을 듣고 있던 해동 씨는 "그냥 먼 발치서 바라보기만 하기엔 좀 아깝지"라면서 장군 씨를 해반천 변 '가야의 거리'로 이끌었다.
 
'가야의 거리'는 2006년에 국토해양부로부터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으로 선정됐다. 그 100개의 아름다운 길들 중에서 시가지 도로로는 '가야의 거리'가 유일하다. 2011년에는 경남도 관광진흥과에서 선정한 '경남의 걷고 싶은 길 25선'에도 들어갔다. 약 2㎞쯤을 걷는 동안, 봉황동 유적과 대성동고분박물관, 국립김해박물관 등을 감상할 수도 있다. 오래 전 허름한 해반천의 모습만 기억하던 장군 씨는 "고대와 현대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의미 있는 길이네. 데이트 하기에도 딱인데"라며 연신 스마트폰으로 촬영을 했다.
 


▲ 사진제공 = 김해시/일부 <김해뉴스> DB

진영 단감·불암동 장어·뒷고기·장군차 …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먹을거리도 풍성
"내 살던 내 고향 제일로 좋아 … 김해로 오세요"

"걸었더니 배가 고프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랬으니, 점심 때는 아니지만 맛있는 거 좀 먹고 구경을 하자." 두 친구는 구경을 잘 하기 위해서는 잘 먹어두어야 한다는 데 의기투합했다.
 
뭘 먹을까…. 해동 씨가 장어구이를 추천했다. 선암마을과 불암동에는 장어구이집들이 즐비하다. 불암동에는 '장어마을'이란 이름의 장어구이집 집단 이주촌도 있다. 한 장어구이집에서 소금구이와 양념구이를 주문했다. 두툼한 장어와 생강, 소스 그리고 장아찌 등이 슬며시 미각을 자극했다.
 
"장어구이를 먹었더니 기운이 뻗치는 것 같다. 참, 진영 봉하마을에는 전국에서 사람들이 찾아온다면서? 어쩌다 보니 여태 거기를 못 가봤네. 봉하마을에 한 번 가 보자." 이번에는 장군 씨가 행선지를 정했다. 두 친구는 봉하마을로 길을 잡았다. 장군 씨는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는 풍경을 보며 옛 일들을 더듬었다.
 
"늦가을에 김해 시내에서 진영으로 들어서면 온통 단감 과수원이었지. 그때의 발간 풍경이 생각나네. 진영은 우리나라 최초의 단감 시배지라고 하던데…. 진영은 이제 봉하마을 덕분에 더 유명해졌네. 노무현 전 대통령 생가에다 묘역까지 있으니. 근데 봉하산이 맞냐 봉화산이 맞냐, 봉하마을이 맞냐 봉화마을이 맞냐? 그거 헷갈려 하는 사람들이 많더라고." 해동 씨는 산은 봉화산, 마을은 봉하마을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두 친구는 노 전 대통령 묘역을 둘러본 뒤, 노 전 대통령이 생전에 즐겨 다녔다는 생태산책길을 걸었다. 일명 '대통령의 길'이다. 5.3㎞ 거리인데, 2시간 가량이면 충분히 답사할 수 있다. 

묘역에서 출발해 사자바위에 오른 뒤 편백나무 숲길을 걸어 내려오면 장방리 갈대집에 이른다. 두 친구는 묘역 인근에 있는 화포천 습지길도 걸어보았다. 화포천은 2008년에 한국하천협회가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하천 100선' 중 하나이다.
 
"화포천 생태공원이 얼마 전에 문을 열었는데, 방문객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해. 600여 종이 넘는 동식물이 살고 있고, 멸종위기 동식물도 발견되고 있어. 가을에는 물억새들이 장관을 이루지. 전국에서 사진작가들이 많이 찾아 와." 장군 씨는 해동 씨의 해박함에 놀라면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해동 씨는 슬쩍 안내판을 읽어 둔 터였다. 그렇거나 말거나 장군 씨는 "자연은 잘 보호하고 보존해서 후손에게 물려줘야 하는 것인데, 김해가 참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감탄했다.
 
"봉하마을에서 생산되는 '오리쌀'이 전국적으로 유명하다며?" 장군 씨는 봉하 오리쌀에도 관심을 보였다. 봉하 오리쌀은 2007년 노 전 대통령이 귀향한 직후, 천둥오리, 미꾸라지, 우렁이 등을 활용한 친환경 농법을 적용해 생산하기 시작한 쌀이다. 장군 씨는 서울에 가서 인터넷으로 '봉하장터'에 들어가 오리쌀을 주문하기로 마음먹었다.
 
"노 전 대통령이 즐겨 먹었다는 화포 메기국 한 그릇 하러 가자. 오늘 우리 좀 많이 걸었다 아이가. 출출하네." 이번에는 해동 씨가 밥을 먹자고 제안했다. 장군 씨도 반색을 했다. 화포 메기국은 원래 화포천변에서 메기가 많이 잡혔을 때 이 일대 주민들이 즐겨 해 먹었던 음식이다. 메기를 삶아 뼈와 살을 분리시킨 후, 살만을 2~3시간 푹 고은 다음, 숙주·부추·마늘·파 등 갖은 재료와 양념을 넣어 다시 끓인다. 두 친구는 '3대'를 자랑하는 80년 전통의 화포메기국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김해시내로 돌아오면서 두 친구는 술을 한 잔 해야겠다는 생각을 동시에 했다. "뭐, 술 안주가 퍼뜩 안 떠오르면 일단 여기에 오면 돼. 아마 네가 알고 있는 안주 종류는 이 골목 안에 다 있을 거야. 육·해·공군 모두!" 해동 씨는 장군 씨를 내외동 먹자골목으로 안내했다.
 
장군 씨는 망설임 없이 화답했다. "뒷고기! 김해 뒷고기를 먹자. 도축기술자들이 뒤로 빼돌려 맛보던 부위라서 더 맛있다며? 서울 사람들이 나만 보면 자꾸 물어 와. 김해 뒷고기가 뭐냐고. 그거 설명할 때마다 자꾸 먹고 싶어지더라고. 오늘 소원 풀게 됐네. 오늘 나 데리고 다니느라 고생 많이 했지? 친구야. 술은 내가 살께. 뒷고기는 니가 사라." 장군 씨는 '김해 뒷고기'라는 간판을 내건 술집을 향해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겼다.
해동 씨는 머릿 속으로 내일 헤어질 때는 친구에게 '김해장군차'를 선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김해장군차는 국제명차품평대회에서 발효차 부문 금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명차이다. 장군이가 제 이름과 같다며 좋아하겠지…. 

명품 관광도시 콘텐츠 36개 어떻게 선정됐나

시민제안·자료수집·의견수렴 거쳐 확정
각 항목별 스토리텔링 개발·홍보키로


'명품 관광도시 김해'를 알리는 데 한몫을 할 '김해대표관광콘텐츠'가 최근 선정됐다. 볼거리(9경), 살거리(9품), 걷고 싶은 길(9길), 먹을거리(9미) 등 총 36개 항목이다.
 
선정 작업은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6개월이 걸린 선정 과정은 다음과 같다. 콘텐츠 자료 수집(2012년 6월 7일~7월 17일)→예비심사위원회 심사(7월 30일)→시민설문조사(8월 27일~9월 14일)→선정위원회 심사(11월)→ 시 조정위원회 확정(12월) 등.
 
지난해 6월 첫 단추 끼워 6개월간 작업
가이드북 제작·공모전·맛집 개발 등 추진방침


시에서는 읍·면·동 각 단체들의 후보 추천, 시민 제안 등의 과정을 통해 콘텐츠 자료수집을 주도했다. 당초 각계 각층의 의견이 모였을 때는 총 126개 항목(볼거리 45개 항목, 살거리 19개 항목, 길 37개 항목, 먹을거리 25개 항목)에 달했다.
 
이 126개 항목은 지난해 7월 30일 예비심사위원회 심사에서 총 60개 항목(각 15개)으로 정리됐다. 60개 항목 선정 당시에는 시홈페이지 투표, 스티커 부착판 의사 표명, 서면 설문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한 시민 의견 수렴 절차가 진행됐다.
 
11월에는 선정위원회의 두 번째 심사가 이루어졌고, 12월에 시 조정위원회가 36개 항목의 '김해대표관광콘텐츠'를 확정했다.
 
그러나 후속 작업은 많이 남아 있다. 김해시 관광과 관계자는 "콘텐츠 홍보용 책자와 홍보용 앱 제작, 스토리텔링 가이드북 제작 및 공모전 개최, 9경·9품·9길·9미를 활용한 이야기코스 개발 등의 계획을 세우고 있다"면서 "김해대표관광콘텐츠를 동원해 경쟁력 있는 관광 스토리텔링을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김해의 9가지 대표적인 맛인 '9미'와 연계된 김해의 맛집 개발 작업도 계속 진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시민들은 '김해대표관광콘텐츠' 선정을 환영하고 있다. 김영준(42·삼계동) 씨는 "126개 항목에서 36개 항목으로 정리하는 작업이 만만찮았을 것 같다"며 "36개 항목에 들지 못한 다른 항목들도 시에서 관리를 하고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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