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1·2·3기와 4기 역대 김해시장들은 '역사문화도시'와 '책 읽는 도시'를 표방해 왔다. 그 결과 김해문화의전당, 한옥체험관 등이 생기고 동네 곳곳에 작은도서관들이 들어서는 등 문화 인프라 구축에 일정 부분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문화 인프라를 김해만의 독창적이고 세부적인 프로그램으로 채우는 데는 미흡했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민선 5기에 접어들면서 김해 문화계는 더욱 열악한 환경을 맞이하고 있다. 한 지역문화계 인사는 "현 김맹곤 시장의 정책 모토가 '첨단산업도시 김해건설'이다"면서 "전임 시장들은 명목상이나마 역사나 문화를 강조했는데 새 시장 취임 이후 문화가 정책의 우선 순위에서 밀리고 있다는 느낌이다"고 토로했다. 게다가 현 시장이 재정 건전성 회복에 주력하면서 문화예술 예산도 긴축 회오리를 피해갈 수 없어 보인다고.
 
지역 활동 문화인·전문가들 배제, 관료·정치인 주축 정책 입안 탓
독창적·장기적 밑그림 생산 못해

그러나 김해다운 문화컨텐츠가 부족하다고 평가받는 이유는 예산의 문제기이에 앞서 장기적이고 구체적인 정책의 부재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문화정책 입안과 추진 과정에서 지역 문화인들과 전문가들이 배제되고 관료와 정치인들이 주축을 이뤘기에 나온 필연적 결과다. 공무원들과 정치인들의 전문 지식의 부족은 논외로 치더라도 문화 정책에 관한 식견이 쌓일만 하면 교체돼 버리기 일쑤기 때문이다.
 
실제 김해문화재단의 경우 16명의 이사 중 문화계 인사는 예총 김해지회장, (사)김해도예협회 회장, 연극협회 김해지부장 등 3명에 불과하다. 당연직 이사로는 김해시장과 부시장, 문화관광국장과 김해시 의원 등 4명이 포진해 있고 선임직 이사 12명도 도의회, 시의회, 관변단체, 기업체 인사들이 대부분의 차리를 채우고 있다.
 
김해문화재단의 사업 방향을 결정하는 이사진에 문화예술계 인사가 배제되고 관료들과 정치인, 기업인들이 대부분을 차지하다 보니 독창성 있고 장기적인 문화정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인근 부산은 물론이고 서울, 인천, 대구 등 문화재단이 있는 대부분의 도시들은 이사장을 비롯해 이사 대부분을 외부공모를 통해 문화 전문가를 채용하고 있다. 예산 집행도 정치 바람에 좌우될 수밖에 없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입김을 차단하기 위해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지역의 한 예술계 인사는 "김해문화재단이 고도의 혜안과 끊임없는 성찰로 새로운 미래를 여는 문화정책을 만들기보다는 문화의전당, 한옥체험관 등 시설 관리·감독 역할 이상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문화예술인들을 활동을 지원하는 창작지원금 역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김해시 예산상 문화예술인들에게 지원되는 창작지원금은 사회단체 보조금 항목에 붙어 있다. 창작지원 대상과 금액을 전문성 있는 문화위원회가 아닌 사회단체 보조금 심의기구에서 결정한다는 것이다. 창작지원 결정 과정을 수긍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은 것은 이 때문이다.
 
몇 년 전 김해에 정착한 한 작가는 "김해시와 달리 부산의 경우 부산문화위원회가 창작지원금 운용을 맡고 있다. 물론 문화위원회 구성은 공무원이 아닌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며 심사 과정과 평가점수 등이 모두 투명하게 공개된다"고 말했다. 이 작가는 또 "이 같은 이유 때문에 전국적 지명도가 있는 예술인들이 김해에 살면서도 작품활동은 타 도시에서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김해가 다양하고 풍부한 문화적 자원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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