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발 과정과 향후 수사 방향

"사람의 생명을 담보로 장난친 것 아니냐. 납량특집 영화에나 나올 법한 일이 김해에서 벌어졌다니 충격이다."(40대 주부 안 모 씨)
"엄마가 J병원에서 지난해 여름 수술을 받았다. 보도를 보고 불안해서 다른 병원을 가 볼까 생각 중이다."(20대 유치원 교사 박 모 씨)
"일부 중·소형 병원에서 그런 일(의료기기업체 직원이 수술을 하는 일)이 있다는 소문을 들었지만, 실제일 줄 몰랐다." (현직 의사 최 모 씨)
'충격과 공포'. 지난 주에 김해 J병원의 '엽기적' 행태가 공개되면서 사회적 파문이 크게 일고 있다.

▲ 지난 4일 김해 J병원 5층 입원실 복도. 환자들이 전부 빠져나간 병원 내부가 유령건물처럼 썰렁하다.

■ 엽기의료행위 종합세트···적발 과정은
지난 4일 부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김해 J병원과 관련된 보험사기 제보 등이 잇따랐다. 김해지역에서도 'J병원에 가면 보험금도 잘 탈 수 있고, 수술도 잘 해준다'는 설이 파다했다. 또 J병원 출신 의료진과 행정직원들의 제보도 경찰에 속속 접수됐다. 이런 가운데 부산·경남지역 검찰과 경찰은 보험당국으로부터 'J병원에 지급되는 보험금이 1년 8개월 만에 100억 원에 달했다'는 첩보를 입수, 수사에 착수했다. 이에따라 김해를 관할 지역으로 두고 있는 창원지검, 경남경찰청 광역수사대, 김해중부서 등은 물론 부산지검, 부산경찰청 광역수사대, 부산지역 일선 경찰서 등이 J병원의 보험사기 행적을 쫓았다. 검경은 전직 직원들의 진술을 확보하는 쪽으로 수사력을 집중하는 한편, 동시에 J병원을 거쳐간 환자 등의 진술을 확보하며 수사망을 좁혀갔다.
 
지난해 9월 25일, 마침내 부산경찰청 광수대가 4차 압수수색을 통해 불법의료행위 현장을 적발, J병원의 엽기적 행태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부산경찰청 광수대는 압수수색 전 간호사 출신의 경찰, 검시관 등 관련 인력을 총동원해 혐의 입증에 전력을 기울였다. 부산경찰청 광수대는 결국 김 모 병원장과 간호조무사, 의료기기판매업체 대표 등 3명을 구속하기에 이르렀다.

■ 간호조무사·의료기기 직원들이 수술
부산경찰청 광수대에 따르면 병원장 김 모 씨는 기존의 병원을 인수한 2011년 2월부터 지난해 11월 말까지 수술실에서 의사면허가 없는 간호조무사와 의료기판매업체 직원들에게 마취와 수술을 하도록 지시했다. 간호조무사 허 모 씨는 맹장염 환자, 골절환자 등을 상대로 드릴 핀 부착술 등 모두 110여 차례의 불법 수술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김 원장은 마취제를 놓을 때 환자에게 얼굴을 보여 안심을 시킨 뒤 정작 수술은 허 씨 등에게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B메디칼 대표 황 모 씨도 수술복을 착용하고 수술실에 들어가 무릎 이상 환자들을 대상으로 관절내시경 천공술, 십자인대 삽입술 등 모두 230여 차례의 불법 의료행위에 가담했다. 이 외에 다른 의료기기판매업체 직원들도 자신들이 납품하는 의료부품 분야에 따라 신체 부위를 달리해 무면허 수술을 감행했다. 특히 일부 의료기기업체 직원들은 광수대의 압수수색 이후에도 불법 수술을 자행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부산경찰청 광수대 관계자는 "불법 수술에 가담한 의료기기업체 직원들은 처음엔 죄의식 탓에 수술 참여를 거부했으나 김 원장의 강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수술을 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30만~50만원 내면 허위 진단서 발급
수도권에서 제주도까지 소문 자자
1년8개월새 지급 보험금 100억원 달해
원장은 환자 마취된 뒤 대리수술 시켜
시보건소는 초과입원 시정명령만 조치
경찰, 병원장 마약류 의약품 투약 포착
조폭도 상습투약 첩보 입수 수사 확대


■ 이번에도 문제가 된 보험사기

J병원의 보험사기에는 허위진단서가 큰 몫을 차지했다. 경찰에 따르면 환자들은 30만~50만 원가량의 진단서 수수료를 내고 허위진단서를 발급받았다. 허위진단서를 입수한 관절염 환자들은 마치 수술을 한 것처럼 가장해 보험사로부터 수술비 명목으로 500만 원가량을 받아 챙겼다. 40대 환자 김 모 씨는 이런 수법으로 1년 8개월 동안 3억 원의 보험금을 탔고, 환자 최 모 씨도 2억 1천만 원의 보험금을 부당 수령했다.
 
이 과정에서 'J병원에 가면 거액의 보험금을 탈 수 있다'는 소문이 퍼져나갔다. 급기야 부산·경남·울산은 물론 수도권과 멀리 제주도에서까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병원'이란 소문을 듣고 보험사기를 위해 J병원을 찾는 촌극도 벌어졌다.
 
김 원장 역시 이런 수법으로 12억 원가량의 보험급여를 부당청구한 것으로 밝혀졌다.

■ 허술한 관리감독 보건당국 눈총···향후 수사는
J병원은 보건당국의 허술한 관리감독 속에 불법 의료행위를 지속할 수 있었다. J병원에서 1천100여 건의 불법 수술이 자행되었지만, 김해시보건소의 실질적인 단속 성과는 없었다. 김해시보건소는 지난해 10월 허가 병상인 250병상보다 병상 50~100개를 초과해 입원시킨 사실을 확인, 의료법 위반 혐의로 한 차례 시정명령을 내렸을 뿐이다. 시보건소가 시정명령을 내렸을 당시 이미 부산·경남지역의 검찰과 경찰은 J병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하는 등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었다. 이런 까닭에 김해시의 보건행정에 대한 전면적인 수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강하게 나오고 있다.
 
한편, 경찰은 김 원장이 마약류 의약품 중 하나인 바륨 등을 스스로 투약했다는 정황이 포착되고, 김해지역 조직폭력배들이 병원 측을 협박해 마약 성분의 의료제를 상습 투약했다는 첩보가 입수된 점을 중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은 또 보험금을 부당수령한 것으로 의심되는 환자 600여 명도 전원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부산경찰청 광수대 관계자는 "김해지역의 일부 중소병원들이 J병원의 경우와 유사한 불법의료행위와 보험사기를 자행했다는 제보와 첩보가 속속 들어오고 있다"며 "향후 경남지역 검·경과 논의해 이 부분에 대한 수사를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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