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노무현 대통령의 고향에서 친노 적통으로 인정받고 있는 김 국장 카드가 현실화되자 같은 지지층을 가진 국민참여당 측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한나라당도 이에 맞설 필승 카드로 김태호 전 경남지사에 대해 러브콜을 계속 보내고 있다. 하지만 정작 김 전 지사는 아직까지 묵묵부답인 상태다.
지역 정계 인사들에 따르면 민주당은 김경수 국장을 사실상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민주당 내 복수의 친노 인사들은 김경수 국장의 출마를 기정사실화 했다. 한 관계자는 "민주당 내 친노들은 김경수 카드로 기울었다"고 말했으며 또 다른 관계자는 "민주당 내 친노에서는 김경수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전 비서실장의 출마를 촉구했던 이낙연 민주당 사무총장도 최근 한 방송에서 "(김 사무국장은) 참 훌륭한 분이고 마치 제2의 문재인 실장을 보는 것처럼 대단히 헌신적인 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저희들은 좋은 느낌으로 지켜보고 있고 최종적인 조율은 안 됐지만 진전 중"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아직 당적은 없지만 노 전 대통령의 비서관을 지내 '노무현 정신'을 이을 적임자로 보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과 국민참여당 및 정당에 있지 않는 친노 그룹 내부에서 김 국장이 민주당 후보로 나서는 데 이견을 보이고 있다. 이해찬 전 총리 등 당밖의 친노 인사들은 김경수 국장의 무소속 출마를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 당적을 가지고 참여당과 단일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7·28 재보궐 선거 야권단일화 과정에서 민주당이 다음 선거에서는 민노당과 참여당에 후보를 양보하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 때문에 이봉수 노 전 대통령 농업특보를 후보로 미는 참여당은 민주당의 '김경수 카드'를 사실상 '참여당 죽이기'로 보고 반발하고 있다. 양순필 참여당 대변인은 지난 11일 당원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이 이봉수 후보를 깎아내리고 정당 책임정치의 근간을 부정하며 반칙을 일삼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또 "민주당은 뒤로 빠져 있고 친노를 자처하는 민주당 분들이 자신들은 민주당 소속이 아닌 것처럼 '친노 무소속' 운운하고 있는데 이는 더 나쁜 행태"라며 "김해을에 친노 무소속 후보를 내세우려는 것은 한나라당을 이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참여당을 고사시키려는 불순한 의도"라고 말했다.
노무현 정신을 계승했다고 자부하는 참여당의 입장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 생가와 묘역이 있는 이 지역에서의 자당 후보의 당선은 상징적인 의미가 크고 원내로 진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에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편 한나라당은 총리 후보로 나섰다가 낙마한 김태호 전 경남지사가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 지역에 이미 당 예비후보로 6명이 등록했지만, 야당 유력후보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으로서는 노 전 대통령의 묘역이 위치한 김해을의 특성상 거물급 후보가 나서야만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다.
한나라당의 계속된 러브콜에도 김 전 지사측은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보궐선거에 뛰어들어도 반드시 이긴다는 보장이 없어 자칫 정치적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치명타를 입을 수도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 여권 관계자는 "당이 생존을 위해 요구하는데 김 전 지사가 계속 거부할 명분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