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야문화축제 다문화연극 연출 김세환 씨
연극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 27일 공연
일본 등 이주민 여성 13명 배우로 출연
한국 남자 - 이주여성 사랑 주제로 다뤄

"가야문화축제 무대에 올랐던 많은 연극 중에서 이주여성들이 배우로 출연하는 연극은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가 처음입니다. 지금 축제를 앞두고 한창 연기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공연 전에라도 와서 구경해보세요."
 
제 37회 김해가야문화축제가 오는 24~28일 대성동 일원에서 열린다. 이번 축제 프로그램 중에 특히 눈여겨볼 만한 행사가 있다. 27일 오후 5시 대성동고분군 특설무대에 오를 연극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다.
 
이 연극에는 일본, 중국, 베트남, 태국, 필리핀 국적의 이주민 여성 13명이 배우로 출연해, 무대에 오르기 전부터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16일 도요창작스튜디오에서는 이주민 여성들의 연기 연습이 한창이다.
 
"관객 가까이 성큼성큼 걸어가서 대사를 하세요. 감정을 또렷하게 얼굴에 표현해야 합니다." 이 연극을 각색, 연출한 김세환(36·드라마팩토리 대표) 씨가 배우들의 대사와 몸짓을 지도하고 있다.
 
"남자배우들은 극단 '연희단거리패'에 소속된 신인배우들이에요. 반면 여자배우들과 합창단은 김해에 거주하는 이주여성들로 구성돼 있어요. 이들은 대부분 ㈔이주민통역봉사단의 회원들이랍니다. 지난 2월부터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이곳 도요창작스튜디오에서 연기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지은이 임선규·1936년 작)'는 원래 오빠의 학비를 벌기 위해 기생이 된 여인의 기구한 운명을 그린 연극이다. 이 연극은 '홍도야 우지 마라'라는 이름으로 더욱 널리 알려져 있다.
 
김해가야문화축제에 오를 연극은 연출가 김 씨가 원작의 내용을 바꿔 각색했다. "출연하는 배우들의 이름은 원작이랑 같고 성격도 거의 비슷합니다. 하지만 배경을 1930년대가 아닌 현재로 바꿨어요. 주인공은 홍도인데 이주여성입니다. 한글교실에서 만난 광호와 사랑에 빠지게 되죠. 이주민여성과 교제를 반대하는 광호 가족들과의 갈등으로 극이 진행됩니다."
 
한국말이 아직 익숙하지 않은 몇몇 이주민 여성들은 아직 대사를 또렷하게 전달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도 대사를 외우려고 손에 쥔 대본을 반복해서 읽는 여성들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연출자 김 씨는 "연기를 해본 적이 없는 아마추어들이기 때문에 내면연기보단 정확한 대사 및 동작을 전달하는데 초점을 맞춰 연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살아가는 이주민여성들의 고민을 연극 내용에 녹여서 그런지 여배우들이 쉽게 감정에 몰입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주연배우인 '홍도' 역을 맡은 장의화(25·중국) 씨는 연기 연습 내내 떨리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한국어 공부를 같이 하는 언니가 추천해서 연극에 참여하게 됐는데 주인공까지 맡아 기뻐요. 연기가 처음이라 아직은 어색하지만 하면 할수록 자신감이 생기고 재미있는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이 연극을 보면서 이주여성들의 고민을 함께 나눴으면 좋겠어요."
 
원작의 내용과는 달리 축제 무대에 오를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는 주인공 홍도와 광호 가족들 간의 오해가 풀리면서 해피엔딩으로 끝이 난다.
 
이 연극의 결말은 연출자가 아니라 이주여성들이 직접 제안한 내용대로 각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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