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일 58년간 이어져온 마을잔치에 참석한 성포마을 어르신들이 환호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해마다 24절기 중 '곡우' 때 잔칫상 차려
마을 어르신들께 큰절 올리고 식사 대접
설·추석 명절보다 더 큰 행사 전통 유지
다른 지역에서도 구경 발길 이어져 유명

"기자 양반, 먼저 절부터 하세요."
 
지난 20일 주민 300여 명이 모여 사는 생림면 생철리 성포마을에 취재하러 간 기자에게 이원종 생림면장이 다짜고짜 절부터 하라고 말한다. "잔치에 참여하기 전에 젊은 사람은 먼저 마을 어르신들에게 절을 올려야 합니다. 이 마을의 전통이지요." 마을회관 안에는 어르신들이 모여 있었는데, 주민들은 이들에게 절을 올리고 있었다. 김맹곤 김해시장의 부인인 정구선 여사, 김태현 생림파출소장과 생림면 농협 직원 등 마을을 찾은 손님들은 지위를 막론하고 어르신들에게 절부터 했다. 기자도 따라서 넙죽 큰절을 했더니 한 어르신이 떡을 손에 꼭 쥐어준다.
 
사람들이 성포마을을 찾은 것은 김해에서 보기 드물게 오래 된 58년 역사의 마을 잔치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성포마을은 매년 24절기 중 곡우가 되면 마을잔치를 벌인다. 이날 주민들은 너나할 것 없이 마을회관에 모여 어르신들에게 절을 올리고 식사를 대접한다. 이어 같은 자리에서 밥을 함께 나눠 먹고 윷놀이 등을 하며 하루를 보낸다. 성포마을 조갑제(55) 이장은 "58년 동안 마을 잔치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곳은 김해에서 보기 드물다. 워낙 오래된 마을 전통이다 보니 잔칫날이 되면 외부사람들도 성포마을을 찾을 정도"라고 자랑했다.
 
▲ 성포마을을 찾은 외부손님은 회관 밖에서 잔치를 즐긴다.
이른 아침부터 마을입구에는 주민들의 자녀와 외지에서 온 손님들이 타고 온 차량이 일렬로 길게 늘어섰다. 마을회관 앞에서는 잔치를 준비하는 사람들로 분주했다. 마을 회관 앞에 있는 가마솥에는 밥과 국이 끓고 있었고, 큼직하게 썬 먹음직스러운 돼지고기 수육이 젓가락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을회관의 방에서는 할머니들이 모여앉아 식사를 하고 있었다. 수십 년 전 어린 나이로 시집 와 잔치 때마다 손수 잔칫상을 준비했던 분들이 이제는 나이가 들어 대접을 받는 상황이 된 것.
 
송유강(74·여) 노인회 총무는 "주민들이 잔치를 열었던 횟수를 세기 시작한 지가 58년이다. 실제로는 그보다 더 오래 전부터 행사가 펼쳐졌다. 옛날에는 집집마다 보리쌀을 한 되씩 모아 함께 밥을 해서 나눠 먹었다"고 말했다. 그는 "보릿고개 시절엔 두 집이 밥을 맡아 하고, 또 다른 두 집은 국을 끓이는 식으로 음식을 준비했다"며 과거 잔치풍경을 설명했다.
 
성포마을 주민들은 설, 추석과 같은 명절보다 마을잔칫날에 더 큰 의미를 둘 정도다. 명절 때는 외지에서 살고 있는 자식들이 각자의 집에서 따로 모이지만, 마을잔치가 있는 날에는 모두 한자리에 모인다. 이날 마을주민들은 한가족이 되는 셈이다. 성포마을 노창식(73) 노인회장은 "곡우는 봄비가 내려 백곡을 기름지게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날이 되면 잔치를 열어 한해 농사의 풍년과 어르신들의 장수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마을의 최장수 어르신은 올해 무려 101세인 박덕순 할머니다. 예로부터 장수노인이 많기로 유명한 마을답다는 생각이 든다. 김귀조(80) 할머니는 "옛날부터 성포마을 사람들은 대개 성격이 어질고 효심이 지극했다. 어른을 공경하고 이웃사람들을 가족과 같이 여기는 마을주민들 덕분에 어른들이 건강하게 장수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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