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현대시조' 신인상으로 등단
향수·자연담은 시조집 <흔적> 발간
학교서도 작가초청 등 다양한 활동
"내년까지 동시집·시조집 낼 계획"

영운초등학교 이동배(59) 교장은 교육인이면서 문인이다. 그런 그가 최근에는 처음 개인 시조집을 발간했다. 고요아침 출판사에서 펴낸 <흔적>이다.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 교장은 오래 전부터 문인 활동을 해왔다. 교직 생활을 시작한 이후 38년 동안 시와 시조를 한 번도 잊은 적이 없다. 지금까지 자신이 집필한 시조만 800편이 넘는다.
 
그는 1996년 '현대시조'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지금은 경남문인협회 이사, 섬진시조문학회 회장, 한국시조시인협회 및 김해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시집 <합천호 맑은 물에 얼굴 씻는 달을 보게>를 공동 발간하기도 했다.
 
이 교장은 고향 하동에 대한 향수, 교직 생활의 철학, 섬·절·강·나무 등 자연을 소재로 이번 시조집을 만들었다. <흔적>은 제1부 '화개천 털개', 제2부 '청산도의 봄', 제3부 '흔적', 제4부 '주춧돌', 제5부 '수원성을 거닐다'로 구성됐다. 총 79편의 시가 실렸다.
 
그는 "직접 지은 시조들을 책으로 발간해보니 첫 아이를 학교에 내보는 것 같다"며 첫 시조집 발간 소감을 밝혔다. 그는 "책을 읽은 사람들이 몇 작품을 거론하더라. '청산도의 봄', '채미정' '곰개나루' '시계방 창고' '선운사'가 좋다고 이야기 한다. 대부분 과거의 추억 또는 자연의 경관을 표현한 작품이다. 이 작품에는 저도 애정이 깊다"고 말했다.
 
이 교장에게 시조에 빠진 이유를 물었다. 그는 어릴 적부터 시를 짓는 것을 좋아했다고 한다. 자신이 쓴 시를 많은 사람들이 읽고 공감할 때 시를 짓는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 교장은 "시조는 율조가 있어 노래로 만들 수 있다. 지인들이 시조를 노래로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제 시조가 노래로 만들어져서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시를 쓰는 분들이 시조의 매력에 빠져 김해문인협회와 경남문인협회에 공부하러 많이 온다. 신춘문예에 출품되는 시를 보면 주제나 내용이 어두운 경우가 많아 독자들에게 외면 당하기 쉽다. 난해한 내용보다는 독자들이 읽고 공감할 수 있는 시를 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교장의 시조를 향한 열정은 단순히 작품 활동에 그치지 않았다. 지난 여름에는 '나도 작가'라는 학부모 평생교육 강좌를 개설한 뒤 작가 4명을 초빙해 시조, 동시, 수필 강좌를 열었다. 또 학부모 독서동아리와 함께 통영으로 문학기행을 떠나기도 했다. 최근에는 김해 문학회 회원 25명과 함께 학생들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백일장'을 열기도 했다. 올해부터는 방과 후 교육과정에도 문예동아리 과정을 넣어 학생들이 문학에 친숙해 질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를 만들었다.
 
이 교장은 부친이 교육자인데다 형제와 부인도 현재 교육계에서 활동 중인 교육자 집안이라고 한다.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는 교장으로 널리 정평이 나 있다. 지난해 연말에는 교직원, 학생 등과 함께 학교의 텃밭에서 정성과 사랑으로 직접 가꾼 배추로 김치를 담가 경로당과 보육원 등에 전달하기도 했다.
 
그는 대동초등 교장 재임 때는 교직원들의 모임인 '대동 나눔회'를 만들어 가정이 어려운 학생들을 지원하기도 했다. 그 소식이 언론을 통해 알려져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 교장은 앞으로도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말한다. 그는 "지난달에는 ㈔아동문회작가회에서 발간하는 월간지 <아동문회> 6월호에 동시조 '아기소라' 외 두 편이 실려 아동문학가로도 등단했다. 올해 말이나 내년 초까지 동시집과 함께 두 번째 시조집을 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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