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혜경(29) 씨는 얼마 전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김해시 장유면에 위치한 '장유 e-좋은 중앙병원'이 소아재활의학과를 폐지한다는 것이었다. 병원 측은 전문의가 갑작스럽게 퇴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신 씨는 눈앞이 깜깜했다. 당장 아들 최민규(3) 군의 치료가 걱정됐다.
 
뇌병변 1급 판정을 받은 민규는 재활치료를 꾸준히 받아야 한다. 하지만 김해장애인종합복지관이나 김해중앙병원은 대기 기간이 길어 언제 치료를 받을 수 있을지 모른다. 복지관에 전화를 걸었더니 '짧으면 6개월'이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이 곳엔 물리치료사가 한 명밖에 없어 하루에 많아야 6~7명의 아이들을 진료할 수 있다. 김해중앙병원도 사정은 비슷했다. 사설 물리치료센터를 이용해도 되지만 비용이 너무 비싸 자주 가는 건 엄두도 내지 못한다.
 
신 씨의 눈엔 간절함이 묻어났다. "언젠가 그런 생각도 했어요. 정말 못된 생각이지만 유명 연예인의 아이가 우리아이들처럼 아프다면. 그러면 사람들이 뇌성마비라는 병에 관심을 가질 것 아니에요. 그런데 지금은 모두들 남의 일처럼 생각해요."
 
이제 20개월에 접어든 민규는 또래보다 발달이 느리다. 불과 4개월 전부터 기어 다니기 시작했고, 이제 겨우 짚고 일어설 수 있을 정도다. 말도 늦다. 민규는 생후 6개월째 뇌성마비 진단을 받았다. 당장 치료를 시작해야 했다. 하지만 진료를 받은 마산삼성병원(현 삼성창원병원)은 집이 있는 장유에서 너무 멀었다. 버스만 3번을 갈아타야 했다. 게다가 물리치료도 일주일에 한 번밖에 할 수 없다고 했다.
 
결국 지난해 3월부터 부산 구서동의 한 병원에서 물리치료와 언어치료 등을 시작했다. 일주일에 다섯 번 병원을 찾았다. 운전면허증도 없어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버스 타고 가서 사상역에서 지하철을 갈아타야 했다. 꼬박 2시간이 걸렸다. 상처도 많이 받았다. 아이를 안고 지하철을 타면 꼭 주변에서 말을 걸었다. "이름이 뭐야?", "왜 대답이 없어?", "아 '사팔뜨기'라서 내가 안보이나." 아무렇지 않게 던진 말이었지만 신 씨에겐 비수가 되어 돌아왔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09년 기준으로 김해시에 민규처럼 뇌병변으로 고통받는 15세 이하 아이들은 141명에 이른다. 이 아이들을 포함한 15세 이하 김해시 전체 장애아동 수는 798명이다. 작업치료는 물론 언어치료까지 받아야 하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다행히 김해시는 이런 현실을 감안해 장유 e-좋은 중앙병원 측과 협의에 나섰다. 진료 공백 기간 동안 신경외과 전문의의 치료 처방으로 재활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 빠른 시일 내에 재활의학과 전문의가 근무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인건비·의보수가 등 경제논리로 설립 자체 꺼리고 폐지 잇따라
환자·부모 이중삼중 고통 시달려

민규와 같은 장애아동들이 마음껏 치료받을 수 있는 시설이 태부족하다. 재활병원은 의사, 간호사, 물리치료사 등 여러 사람들이 필요해 인건비가 많이 드는 데 비해 재활치료에 대한 의보 수가가 너무 낮다. 이 때문에 적자 운영을 우려한 병원들이 재활병원이나 재활의학과 설립 자체를 꺼리고 있다.
 
"정부의 의보수가 현실화가 필요해요. 치료받을 곳이 없어 아이가 걷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정말 가슴이 미어져요." 신 씨의 하소연이 오롯이 전해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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