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봉수 씨가 '내동골 감자탕'에서 푹 익은 우거지를 건져 먹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주촌 도축장에서 공수해온 등뼈 한가득
주인장이 직접 담근 된장으로 낸 국물맛
텃밭에서 기른 배추와 무로 만든 시레기
호박전·죽순조림·장독대 김치 밑반찬
롯데 자이언츠 선수들도 훈련할 때 즐겨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축산물은 그 지역사람들이 소비해야 합니다. 우리집 가까운 곳에 자주 가는 감자탕 집이 있는데, 이 집은 모든 식재료를 김해에서 생산된 걸로 사용한다더군요. 거기서 점심식사 같이 하시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참여정부 시절, 농업정책 특별보좌관을 지낸 이봉수(58) 씨와 함께 감자탕집을 찾았다. 상동야구장 맞은편에 위치한 '내동골 감자탕'이었다. 개업한 지는 3년밖에 안됐는데, 식재료가 신선하고 좋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다른 지역 사람들도 종종 찾는 곳이라고 한다.
 
여기에서 잠시. 감자탕의 '감자'는 뿌리채소 감자를 말하는 게 아니다. '감자탕'의 기원은 돼지 등뼈에 든 척수를 '감자'라 하는 데서 유래했다는 설과 돼지 등뼈를 부위별로 나눌 때 '감자뼈'란 부분이 있는데, 이걸 넣어 끓인다고 해서 '감자탕'이라 한다는 설이 있다. 감자탕은 삼국시대 때 돼지사육으로 유명했던 전라도 지역에서 시작돼 전국 각지로 퍼진 우리의 전통음식이다.
 
내동골 감자탕에서는 요즘 쉽게 보기 힘든 장면을 볼 수 있었다. 식당 지붕 아래에 바싹 마른 시레기가 걸려 있고, 식당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텃밭이 있다. 주인 황성애(60) 씨는 이 텃밭에서 직접 배추와 무 등을 길러 재료로 사용하고 있다.
 
"요즘에는 감자탕에 수입산 돼지등뼈를 사용하는 식당들이 적지 않은데, 이 집은 주촌 도축장에서 돼지등뼈를 공수해온다고 해요. 그래서 그런지 등뼈에 고기도 많이 붙어 있고, 누린내도 덜합니다. 게다가 부재료는 대부분 이 집 사장님이 직접 기르고 손질한 것들이라고 하니, 이 집 감자탕 맛, 더 이상 설명 안 해도 되겠지요?"
 

▲ 주먹만한 돼지등뼈 위에 깻잎과 팽이버섯이 수북하게 쌓인 감자탕.
식탁 앞에 두 사람이 마주 앉았다. 이마에 팬 깊은 주름, 검게 그을린 얼굴, 거칠고 투박한 손. 흙냄새를 물씬 풍기는 이 씨에게 근황을 물어봤다. "2012년 김해 을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낙선한 후론 정치 활동를 뒤로한 채 상동에서 소를 키우며 지내고 있어요. 저는 농사꾼입니다. 돼지 새끼 한 마리를 수십 마리로 불려보기도 했고, 가뭄이 들어 한해 농사를 망쳐본 일도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키우는 소 한마리가 감기에 걸렸는지 시름시름 앓았는데, 전염이 됐는지 수십 마리가 같은 증세를 보이더군요. 다행히 죽은 소는 없었지만, 맘고생 꽤나 했습니다. (웃음)"
 
이 씨는 노 전 대통령이 1998년 서울 종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뒤 김해에 왔을 때 처음 만났다고 한다. 당시 이 씨는 김해농업경영인회장이었는데, 농민의 삶을 향상시키는 문제에 대해 얘기하다 의기투합했고, 이후 노 전 대통령을 도우며 정치인의 길을 걸었다고 한다. 그는 "지금은 평범한 농부로 살고 있지만, 김해의 미래를 위해 헌신할 생각이 있다"며 정치적 포부를 넌지시 내비치기도 했다.
 
와중에 보글보글 끓는 감자탕이 식탁 한가운데에 놓였다. 주먹한만 돼지 등뼈 위에 깻잎과 팽이버섯이 수북하게 올라가 있었다. 주인이 직접 담은 된장으로 기본 맛을 냈다는 감자탕 국물에서는 구수한 향이 올라왔다.
 
"어떤 감자탕 집에서는 고춧가루 양념을 써서 매콤한 맛을 내 돼지등뼈의 누린내를 희석시키기도 하지요. 우리 감자탕은 된장을 풀고 사골을 고와 국물을 냅니다. 누린내를 잡기 위해 가시오가피, 천궁 등의 한약재도 넣기도 하지요. 반찬은 텃밭에서 기른 채소들로 만든 것들이랍니다. 마침 김치가 알맞게 익었네요." 식당 주인 황 씨가 음식자랑을 늘어놓았다.
 
▲ 달콤한 맛이 일품인 호박전.
아닌 게 아니라 호박전·고구마부침·죽순조림 등의 반찬이 깔렸는데, 대충 만든 게 없어보였다. 특히 김치는 금방 장독대에서 꺼내온 듯 식감이 아삭아삭했고, 백김치처럼 뒷맛이 개운했다.
 
돼지등뼈를 하나씩 앞접시에 옮겨 먹어봤다. 등뼈에는 살이 꽤 많이 붙어 있었다. 살코기는 연했고, 쫄깃한 식감이 일품이었다. 국물에서는 구수한 풍미가 느껴졌다. 국물을 떠 밥에 얹은 다음 쓱쓱 비벼서 먹었더니 밥 한 공기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 씨는 "다른 분들과 함께 종종 이 식당을 찾는데, 다들 이 집 감자탕이 맛있다고 칭찬하더군요. 망설이지 말고 밥 한 공기 더 드시죠?(웃음)"
 
배 나오는 게 걱정돼 밥은 사양하고 김치에 살코기를 싸서 집어 먹었다. 빈 양철통에 살코기를 발라 먹은 등뼈가 수북하게 쌓였을 때쯤 배가 그득하게 불러왔다. "맛이 괜찮지요? 저도 정신없이 먹었더니 땀이 다 나네요. 다른 사람들은 여름에 많이 찾는다고 하던데, 요즘처럼 날씨가 쌀쌀할 때는 소주안주로 제격이겠죠? 상동야구장을 이용하는 롯데자이언츠 선수들도 여기서 회식을 하곤 하죠. 야구 구경하러 상동에 올 일이 있으면 연락하세요. 여기에서 다시 만납시다."


▶내동골 감자탕/상동면 대감리 1044-3(상동야구장 맞은편). 055-323-1676. 감자탕 2만~3만 원. 뼈해장국 6천 원. 육개장 7천 원. 주차는 식당 앞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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