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재생'이 새로운 시대의 화두로 떠올랐다. 구도심을 부활시켜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자는 생각이다. 김해의 경우, 급격한 산업화로 쇠락하고 있는 부원동, 동상동, 서상동 등이 그 대상이다. 이곳에서는 지난해 연말 크리스마스 축제가 열려 시민들의 호응을 얻기도 했다. <김해뉴스>는 '김해 골목길 르네상스'라는 주제로 지난해 도시 재생에 성공한 부산의 아름다운 골목길을 둘러본 데 이어, 새해에는 김해의 골목길을 돌아본다. 김해의 도시 재생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살펴본다.

김해의 옛 땅, 가락국은 개국 초기부터 교역이 활발했던 국제무역 국가였다. 철기시대를 열었던 '철의 국가' 가락국이 강성한 고대국가의 탄탄한 기반을 만든 것은, 양질의 철을 생산하고 인접국가와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문물을 교역함으로써 가능했던 일이다.
 
뿐만 아니라 개국시조인 수로왕이 인도 아유타국 공주인 허황옥을 왕비로 맞이함으로써, 가락국은 이미 '다문화의 국가'로 '세계화된 고급문화'를 받아들여 융합하고, 이를 다시 전래하는 국가가 된다. 남방불교 전래와 차(茶) 문화 유입이 그 대표적인 예라 할 것이다.
 
바다 건너 새로운 문화가 가락국 고유의 문화가 되고, 허왕후에 의한 모계 혈통이 가락국의 백성이 되면서, 가락국은 역사적으로도 유일한 '글로벌 고대국가'의 초석을 마련했던 것이다.
 
김해 동상동 종로길 로데오 거리. 이주노동자 등 외국 이주민들의 천국. 이곳에 어둠이 들자 환한 불빛이 일제히 켜진다. 알록달록 작은 전구들이 별빛처럼 허공에 떠 반짝이고 있다. 하늘의 별처럼 이 세상을 밝히며, 세상 사람들의 머리 위로 축복을 내리고 있다.
 
동상시장 부근 이주노동자들 모여들며
외국인 상가거리로 자연스럽게 형성
각국 음식점과 잡화점 찾는 발길 분주
세계 크리스마스 문화축제도 열려 성황


이곳에서는 '제1회 김해 세계 크리스마스 문화축제'가 한창 열리고 있다. 로데오 거리 150여m에 밤하늘을 휘황찬란하게 수놓는 일루미네이션 불빛과 다양한 모양의 크리스마스 트리가 화려하게 거리를 장식하고 있다.
 
▲ 크리스마스 축제를 맞아 로데오 거리에 설치된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
김해시민들과 김해지역 외국 이주민들이, 이 거리를 '아시아 문화 거리'로 조성하기 위해 서로 작은 힘을 모은 것. 원래 로데오 거리는 재래시장인 동상시장 자리 부근에 외국인 노동자들이 모여들면서 형성이 된 외국인 상가거리다.
 
원도심의 중심가이기도 한 탓에 장을 보러 온 시민들과 외국인 이주민들이 자연스럽게 만나게 되는 곳이다. 때문에 로데오 거리는 김해사람들과 외국 이주민들이 모여 서로 소통하고 어울리고 화합하는 장소가 됐다.
 
로데오 거리를 걷는다. 거리 앞으로 열을 지어 서 있는 10여 개국의 30여 개 크리스마스 트리가 몽환적인 불빛으로 다가온다. 동남아시아부터 동아시아, 중앙아시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국가의 크리스마스 트리들이다.
 
저마다 제각각 나라의 전통과 문화를 알릴 수 있는 사진이나, 화폐, 국기, 전통 모자 등으로 예쁘게 장식을 했다. 이 크리스마스 트리들이 형형색색 반짝이면서 각국 사람들의 사랑과 안녕을 빌어주는 듯하다.
 
거리 곳곳마다 크리스마스 캐럴이 울려 퍼지고, 휴일을 맞은 거리에는 수많은 인파들로 물결을 이루고 있다. 거리 전체가 축제의 분위기로 한껏 흥이 올라있다. 김해시민과 외국 이주민들이 한데 어우러져 이곳에서는 하나가 되는 것이다.
 
내·외국인이 만나 소통·화합의 장 역할
김해 속의 '정통 외국음식 거리' 조성

나라별 문화교실 등 특화전략 필요

김해전통시장을 들린다. 거의 반수 이상이 외국 이주민들이다. 일주일 먹을거리를 사기 위해 정육점, 과일가게, 야채가게에 장사진을 친다. 이들 외국인 고객들이 늘어나면서 가게마다 외국인 점원을 고용하고 있는 것도 이 시장의 특징이라면 특징.
 
시장을 설렁설렁 돌아본다. 주로 향신료 등에 사용되는 야채들과 열대 과일, 채소 등이 눈에 띈다. 그린파파야와 두리안도 보이고, 고수풀과 태국 고추도 보인다. 동남아 마늘도 이국적이다. 시장 야채가게의 반 이상이 외국 채소로 진열되어 있다.
 
외국 잡화점도 몇 곳에 있는데, 각종 소스와 포장된 양념류, 라면과 과자류, 주류 등이 진열되어 있다. 이국땅에 있으면서도 고국 잡화류에 대한 향수가 남다른지 많은 외국인들이 이곳에서 서성이고 있다.
 
사진 몇 장을 찍으려 하니 가게 주인이 제지를 한다. 아마도 정식 통관된 제품들이 아닌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제품들을 정식으로 수입해서 무슨 수익이 남겠는가 싶기도 하다. 그래도 정상적인 유통을 유도하여 이주민들 건강에도 염려가 없어야 하겠다.
 
다시 로데오 거리 인근에 산재해 있는 외국음식 전문점들을 기웃거린다. 다문화카페 '통'을 비롯하여, 러시아 음식 레스토랑, 모로코 식당의 이슬람 규율대로 준비된 '할랄음식', 베트남 바비큐, 휴일이면 뷔페식으로 운영되는 인도네시아 식당, 각종 파스타와 피자를 맛볼 수 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태국음식 전문점, 중국식 만두전문점, 연변 양꼬지, 필리핀, 인디아, 캄보디아 전통 음식점…. 다양한 나라의 다양한 음식들이 사람들의 발길을 잡아끈다.
 
▲ 동상동 로데오 거리를 잘 가꾼다면 이주민들과 김해시민이 함께 어울리는 소통과 화합의 장소로 거듭날 수 있다. 사진은 외국 이주민들이 붐비는 로데오 거리 전경.

그도 그럴 것이 김해에는 현재 1만 6천여 명의 외국인 노동자와 이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다. 불법 및 단기 체류자를 합하면 3만여 명선. 이들이 휴일이면 이곳 로데오 거리를 찾아 고국의 음식을 먹으며 향수를 달랜다.
 
베트남 바비큐 가게에 들어선다. 돼지 바비큐와 베트남 맥주, 그린파파야 한 개를 주문한다. 바비큐를 베트남 향신료에 찍어 먹는다. 독특한 향 때문에 이국적인 맛이 물씬 풍긴다. 그러나 육질은 질기고 퍽퍽하다.
 
로데오 거리의 외국음식점에서 몇 번 음식을 먹어본 바로는, 본토의 정통음식에 비해 질적 수준이 다소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이 음식들은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외국인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내놓기 때문이다.
 
로데오 거리가 실질적인 내국인과 외국인들의 '어울 마당'이 되려면 김해 속의 정통 외국음식 거리가 되어야 한다. 외국음식 전문점에 외국인과 함께 내국인들도 적당한 가격에 적당한 서비스를 받으며 정통 본토음식을 맛볼 수 있어야 한다.
 
제대로 된 음식재료와 제대로 된 레시피로 제대로 된 주방장이 본국의 전통요리를 낼 수 있을 때까지 지자체가 우선적으로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해야겠다. 그리하여 내국인들에게는 정통 외국요리를 맛볼 수 있는 기회를, 외국인들에게는 저렴한 가격으로 본국의 음식을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하지 않았던가.
 
내국인을 위한 한글 메뉴 적시, 각국 음식 소개 및 맛의 특징 안내, 각 외국음식점 끼리의 공동 쿠폰 사용과 음식점 순례 지도 발간 등도 외국음식 전문거리로 특화시켜 나가는 데 도움이 되겠다.
 
주말마다 상시적으로 각 나라별 날을 제정하여 그 나라의 음악을 스피커로 들려주고 중앙광장에서 내외국인이 함께하는 전통예술 공연과 고유의 민속놀이 시연, 인근 공공건물에서 전통무용과 노래, 간단한 인사말 등을 가르치는 문화교실도 열어봄직하다.
 
김해 속의 외국 이주민. 이들은 '우리 속의 이웃'이다. 오래 전부터 '피부와 모습이 다른 또 다른 우리'인 것이다. 로데오 거리는 이 이주민들과 김해시민이 함께 어울리는 소통과 화합의 장소이다. 그래서 이곳을 한 발짝 더 나은 다문화의 중심지로, 다양한 문화의 융합과 결합이 이루어지는 '어울 마당'의 장소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민관뿐만 아니라 이주민까지 아우르는 새로운 다문화 운명공동체 탄생이 절실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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