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4일 김해지역이 경남에서 첫 구제역 양성판정을 받은 지 40일이 넘었다. 안동에서 발생한 구제역이 전국적으로 확산된 지도 벌써 3달째다. 그러나 구제역은 아직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지금까지 김해에 살처분 된 가축만 4만8천여 마리에 달한다. 지난 7일에는 대동면 한 농가에서 키우던 사슴마저 구제역 판정을 받았다. 이런 가운데 구제역이 발생한 일부 지역에는 주민 간 갈등이 일어나 민심마저 흉흉해지고 있다.
 
구제역이 발생해 가축 매몰지가 몰려 있는 주촌면 원지리 대리마을, 내선마을, 석칠마을. 최근 이 마을의 일부 양돈농가가 돼지 재입식을 추진하려 하자 "더 이상 마을에서 돼지를 키우지 못한다"며 마을 주민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주민들은 "구제역으로 인해 마을 전체가 악취와 침출수로 고통 받고 있는 상황에서 재입식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또 구제역에 안 걸린다는 보장도 없는데 그땐 더 이상 묻을 곳도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대리마을의 경우 50가구 가운데 축산 농가가 13가구에 달한다. 이 마을에 총 2만4천여 마리의 돼지가 9군데에 나뉘어 묻혔다. 30년 넘게 이 마을에 거주하고 있는 김화준 부녀회장은 "처음 양돈 농가가 들어왔을 때만 해도 이렇게 규모가 커지리라 생각하지 못했다"며 "그동안 말은 못했지만 30여 년 넘게 양돈장에서 나는 악취와 파리 등 헤아릴 수 없는 고통을 받았다"고 말했다.
 
일부 양돈업자들도 이런 마을사람의 입장에 동의하고 나섰다. 지난 1월 돼지 400여 두를 묻은 김 모씨는 "돼지를 키우는 입장이지만 그동안 악취나 와 공해 등으로 피해를 받았던 주민들의 입장도 이해가 간다"며 "더 이상 돼지를 키우는 건 무리이기 때문에 당국에서 따로 양돈 단지를 조성하든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3개 마을 이장과 새마을지도자 등 마을대표들도 기존 양돈 농가들이 주택지와 떨어진 곳에 양돈 단지를 조성하는 등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대리마을 최성대 이장은 "양돈 농장 주인들은 원주민이 아니라 대부분 외지에서 출퇴근하는 사람들로 구제역 이후 고통에 시달리는 마을사람에게 사과 한 마디 한 적 없다"며 "물 좋고 인심 좋기로 소문난 우리 마을을 다시 예전처럼 되돌리기 위해서라도 이제 양돈농가를 허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해시 농축산과 관계자는 "양돈농가 조성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집단서식을 하게 되면 한 농가에서 발생한 병이 다른 농가까지 쉽게 옮을 수밖에 없고 환경문제도 심각하다"며 "거기에다 집단농가를 만들겠다고 하면 주변의 반발이 거세 엄두도 못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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