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된 명예와 남은 과제

김해가 낳은 '참군인' 고 김오랑 중령에게 훈장이 추서된다. 국무회의는 1979년 12·12 군사반란 당시 상관을 보호하려다 반란군의 총탄에 목숨을 잃은 김 중령에 대한 훈장 추서 안을 지난 14일 통과시켰다. 김 중령에게는 보국훈장 삼일장이 추서된다.
 
추모비 국회결의에도 장소 선정 큰 난관
고향 김해에 별도 건립 3월중 결정 예정
함께 산화한 병사 기념사업 등도 숙제


12·12 군사반란은 국민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 가고 있지만, 김 중령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은 그 동안 멈추지 않았다. 이번 훈장 추서는 그렇게 쌓인 노력들의 결과물이었다.
 

▲ 고 김오랑 중령에게 추서된 보국훈장 삼일장.
전남 광주에서 '김오랑 추모회'가 처음 운영됐다. 이 모임은 '고 김오랑 중령 추모회'로, '김오랑 중령 기념사업회'로 이어졌다. <김오랑 평전>(김준철 지음, 책보세 펴냄)도 출간됐다. 김해에서는 김 중령이 태어나 자란 활천동 주민들이 나서 '고 김오랑 중령 추모사업 소위원회(위원장 유인석)'도 결성했다. 소위원회는 지난해 김 중령 추모비 건립 기금 마련을 위한 일일찻집을 열었다. 지난 해 4월 29일에는 국회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227명 가운데 찬성 221명, 기권 6명으로 민홍철(민주당) 국회의원이 발의한 '고 김오랑 중령 무공훈장 추서 및 추모비 건립 촉구 결의안'이 통과됐다. 이번 훈장 추서는 결의안 통과 6개월 만에 결정됐다.
 
김 중령에게 훈장이 추서됐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추모비 건립은 물론 김 중령과 함께 숨진 다른 병사에 대한 예우, 유족에 대한 보상, 기념사업 등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추모비의 경우 국회에서 건립을 결의했지만 장소가 아직 결정되지 못하고 있다. 기념사업회는 추모비 건립 장소로 3가지 안을 제시했다. 제1안은 육사나 특전사에 건립하는 것이다. 육사 건립은 김 중령 관련 결의안의 원래 내용이기도 하다. 김 중령의 모교인 육사의 후배 생도들을 교육하는 차원에서 가장 먼저 검토되길 바라고 있다. 제2안은 전쟁기념관에 건립하는 것. 김 중령의 의로운 죽음을 국민과 후세들에게 널리 알리자는 의미다. 제3안은 특전사가 2년 후 경기도 이천으로 이전하면 현재의 특전사 부지에 건립하자는 내용이다. 육사나 특전사에서는 이에 대해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념사업회 김준철 사무국장은 "육사에는 밴플리트 미8군 사령관, 강재구 소령, 심일 소령의 동상이 있다. 육사는 동상 건립의 대상은 제한적이어야한다는 생각을 가진 듯하다. 특전사도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김 중령과 함께 기억해야 할 또 한 명의 군인이 있다. 12·12 군사반란사건 때 국방부에서 반란군의 총탄에 숨진 정선엽 병장이다. 김 사무국장은 "정 병장의 명예도 되찾아야 한다"며 안타까워했다. 조선대를 다니다 입대한 정 병장은 당시 국방부 헌병대 소속이었다. 제대를 3개월 앞뒀던 그는 육군본부와 국방부를 연결하는 지하벙커의 초소에서 근무하다 국방부를 점거하려는 신군부와의 총격전 중에 숨졌다.
 
김 사무처장은 "그동안 기념사업회는 김 중령만큼이나 외로운 길을 걸어왔다. 결의안 국회통과 후와 이번 훈장 추서 결정 후에 많은 언론사로부터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다. 일일이 대응하기 힘들어 거절도 했다. '이런 날도 오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유명 언론사들의 전화를 받으면서 <김오랑 평전> 발간 때부터 관련 기사를 계속 다루어준 <김해뉴스>가 가장 먼저 생각났다. <김해뉴스>는 기념사업회가 외롭고 힘든 길을 걷고 있을 때 줄곧 함께 걸어준 유일한 언론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고 김오랑 중령 추모사업 소위원회'의 유인석 위원장은 "지난해 일일찻집에서 기금 700만 원을 마련했다"며 "현재 김해시 공원녹지과와 추모비 건립 장소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회에서 결정해 건립하는 추모비와는 별도로 김 중령의 고향인 김해에서는 고향사람들의 마음을 담아 추모비를 세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 위원장은 "활천동에는 김 중령의 선·후배들이 아직 살아 있다. 김중령이 태어나 자란 활천동에 추모비를 건립하고, 추모비 주변을 공원화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진행 중이다. 3월 중에 추모비 건립 장소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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