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콤 짭조름한 양념 맛과 숯불에 그을린 고기 맛이 찰떡궁합을 이루는 갈매기살이 먹기 좋게 익어 침샘을 자극한다. '언양숯불구이' 조명주 대표는 언양불고기 맛에서 착안해 갈매기살 양념 비법을 만들었다.
언양불고기 맛본 후 갈매기살주물럭 개발
달콤하고 짭조름한 양념 적당히 배어
숯불 향 고기맛과 어울려 환상의 궁합
쌈무·부추겉절이 곁들여 먹어도 한맛 더

최근 김해뉴스 직원들 사이에서는 새로운 단골 음식점이 하나 생겼다. 임원, 기자, 내근직 할 것 없이 이집 이야기를 한번씩 한다. '맛면'을 담당하고 있으니 내 의견이 어떤가 궁금해서 그럴 것이다. 헌데 정작 필자는 그집을 못가봤다. '객원'기자의 비애다. 대체 그집의 뭐가 그리 맛있더냐고 물었다. 이구동성으로 '돼지갈매기살'이란다. "분명 돼지고기인데 어지간한 소고기 보다 맛있더라"는 말도 빼먹지 않는다. 마침 잘됐다 싶었다.
 
우선 한 가지 짚어 볼 것이 있다. 김해에서 '육고기'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뒷고기'다. 단어 자체가 모호하다 보니 궁금해 하는 사람도 많을 뿐 더러 해석 또한 제 각각이다. 이럴 땐 공식적인 문헌을 참조하는 방법이 가장 확실하다. 2009년 김해시에서 발간한 <김해 Let's Gimhae>라는 관광안내책자에서는 '뒷고기'의 유래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1980년대 초 어방동에는 부경축산이라는 큰 도축장이 있었다. 도축 기술자들은 고기를 손질하면서 맛있는 부위를 몰래 숨겨다가 직접 먹거나 허름한 대폿집, 선술집에 팔았다. 뒷고기는 싸고 맛있는 데다 크기가 한 입에 먹기 좋아 소주 안주로 인기가 그만이었다. 점점 찾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뒤로 빼돌린 고기'라는 의미로 '뒷고기'라 유래되었다고 한다. 요즘은 전국적으로 뒷고기 전문점 들이 생겨나고 있지만 뒷고기의 원조는 김해이다."
 
어찌보면 뒷고기는 좀 서글픈 음식이다. 지금은 사정이 많이 달라졌지만 불과 얼마 전만 하더라도 생명을 끊는 일을 업으로 하는 '도축 기술자'는 천대 받는 직업이었다. 이들이 담배값이나 좀 챙기자고, 혹은 소주 안주 삼아, '꼬불쳤던' 것이 뒷고기다. 이러한 사정을 알기에 도축장에서도 축산농민들도 알고도 모른척 눈감아 줬다고 한다. 이러니 덩어리가 크고 표가 나는 부위는 건드릴 수 없었을 터. 뒷고기의 부위가 다양하고 한 입 크기인 것 또한 필연적이다. 도축과 가공 시스템이 정착된 이후 부터 뒷고기의 유래는 그저 흘러가 옛노래일 뿐이다. 지금은 그저 눈살, 볼살, 혀살, 항정살 등 특수부위를 아우르는 단어가 되었고, 뒷고기전문점은 이런 부위를 맛 볼 수 있는 고기집의 성격이 강하다.
 
뒷고기라는 기가막힌 '육식문화'를 만들어낸 김해라면, 유래는 사라지고 명칭만 남은 뒷고기를 대체할 또다른 '육식문화'를 만들어 내지 않을까 싶었다. 기자는 그 가능성의 하나로 돼지 갈매기살에 주목했다. 김해에는 갈매기살로 소문난 고기집이 더러 있다. 다른 지역에서도 갈매기살을 혹은 갈매기살주물럭을 먹기는 하지만 김해 만큼 활성화 되어 있지는 않다. 지금이야 가격도 비싸거니와 없어서 못팔 정도로 귀한 대접을 받는 갈매기살이지만, 이 역시 한때는 뒷고기의 단골 부위였다. 고기 자체가 얇은 근육질로 되어 있는데다가 질긴 껍질로 뒤덮여 있어, 살코기 취급을 받지 못한채 그냥 버려지는 신세였다. 이런 갈매기살이 환골탈퇴 했으니 뒷고기의 진화로 봐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문제는 어느 집을 취재 대상으로 삼느냐 였는데, 때마침 김해뉴스 직원들 단골집의 대표 메뉴가 갈매기살이라고 하니 미룰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김해시 부원동에 있는 <언양숯불구이>를 찾았다.
 
돼지 갈매기살을 취재하러 갔는데 <언양숯불구이>의 조명주(56) 대표는 한우등심부터 내온다. 족히 3~4인분은 되어 보인다. 그간 김해뉴스 직원들이 팔아 준 덕을 톡톡히 본다 싶다. "그래도 고기집에 왔으니, 한우 맛부터 봐야지. 이거 다 묵고 갈매기살은 천천히 잡숫소." 주객이 전도되었지만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 주머니가 얇은 서민들에게 한우야 없어서 못 먹는 음식 아니던가! 마블링이 적당한 등심이 입에서 살살 녹는다.
 
김해 토박이인 조 대표는 고기집만 20년째다. 만만찮은 관록이다. 고기에서부터 인생사에 이르기 까지 묻지도 않은 이야기가 청산유수다. 그 와중에도 고기 굽는 타이밍을 놓치는 법이 없다.
 
한우 등심을 먹고 나서야 갈매기살을 맛 볼 기회를 얻었다. 3cm 간격으로 칼집을 넣은 고기가 한 입 크기로 잘라져 있다. 근육을 끊어 주고 양념을 깊에 배게하기 위함이다.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일 것이다. 고기 손질과 양념은 미리 해두는 것이 아니고 손님상에 내기 직전에 한다. 미리 해두면 고기맛이 빠져 나가고 육질이 물러지기 때문이다. 이 또한 성가신 일이다. 양념이 숯불 위에 뚝뚝 떨어지니 연기가 솔솔 피어 오르고, 연기에 실려 오는 냄새가 식욕을 자극한다.
 
  "갈매기살주물럭은 언제부터 하셨습니까?"
  "첨에는 한우만 했지. 경기가 나빠지니까 한우만 팔아서는 안되겠더라고. 그래서 시작했지"
  "하고 많은 부위 중에 왜 갈매기살을 택하셨습니까?"
  "이래 숯불에 구워 먹을 수 있는 거는 갈매기살 밖에 없어. 다른거는 연기가 많이 나서 못해"
  "양념하는 것은 어디서 배우셨습니까?"
  "부산 광안리 언양불고기 먹어 보니까 돼지고기도 그래하몬 되겠다 싶데"
 
몇 가지 궁금증을 해결하는 동안 고기가 적당히 익었다. 칼집이 들어간 골과 골 사이에 육즙이 자글자글한 것이 보는 것 만으로도 침이 고인다. 한 점 입에 넣으니, 달콤 짭조름한 양념 맛과 숯불에 그을린 고기맛이 찰쩍 궁합을 이룬다. 살살 녹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질긴 것도 아닌, 적당하고 밖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는 육질이 씹는 즐거움 또한 더한다.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만한 맛이다. 그냥 먹어도 좋고, 쌈무나 부추겉절이와 곁들여도 좋다. 한 쌈 가득 싸서 밥 한술 떠 넣으면 그 또한 기가막히겠다 싶은데 조 대표께서 결정적인 한 마디를 던진다. "소주 한잔 해야지!" 맞다, 술 안주도로 더할나위 없다.

양념해서 먹는다는 점에서는 돼지갈비와 비슷하지만 육질과 맛은 확실히 다르다. 언양불고기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하지만 양념 갈매기살은 오히려 '광양불고기'와 닮은 구석이 많다. 전라남도 광양의 명물 음식인 불고기는 소고기 등심을 결 반대 방향으로 썰어 칼끝으로 자그자근 두드려 준다. 손질한 고기는 조선간장, 설탕, 참기름, 소금, 파, 마늘 등을 넣어 만든 양념장으로 무쳐 내는데 이 또한 먹기 직전에 양념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 하나 광양불고기의 유명세를 거든 것은 숯이다. 인근 백운산에서 자생하는 참나무숯을 사용함으로써 고기맛을 한층 돋궈준다. 아쉽게도 언양숯불구이에서는 참숯 대신 수입열탄을 사용하고 있었다. 이왕 숯불구이를 하는거 비용이 조금 더 들더라도 참숯으로 바꿔 주셨으면 하는 바램이다.

자고로 낯선 동네에서 음식점 선택에 실패하지 않으려면 우선은 관공서 근처부터 공략하라 했다. 주변에 김해시청, 김해세무서, 상공회의소, 한국전력공사 등이 있어 입지부터 신뢰가 간다. 아닌게 아니라 주변 관공서의 회식 장소로 애용된다고 한다. 회식 때문에 들렀던 고객들이 가족과 지인에게 소개함으로써 입소문이 제법 퍼졌단다. 김해뉴스 직원들이 단골이된 것 또한 비슷한 이유일 것이다.
 


★갈매기살이란?
쇠고기와 비슷한 맛과 때깔

젖먹이 동물의 배와 가슴 중간쯤에 있는 횡경막을 순 우리말로 '간막이' 또는 '가로막'이라고 한다. '간막이'는 '칸막이'가 아니라 간(肝)의 아래 쪽을 막고 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고, '가로막'은 뱃속의 가운데를 가로(橫)로 막고 있는 막(膜)이라는 뜻에서 나온 말이다. 이 '간막이'와 '가로막'에 고기를 뜻하는 '살'이 합쳐지고, 여러 변화를 거쳐서 부르기 쉽게 된 말이 '갈매기살'이다.
 
갈매기살은 돼지고기의 다른 부위와는 달리 비계층이 끼지 않는데다, 쇠고기와 비슷한 맛과 때깔을 지니고 있다. 이 때문에 양념을 해서 숯불에 직화로 구워도 연기가 많이 생기지 않는다. 돼지고기의 다른 부위는 기름이 많아 석쇠를 사용한 직화가 쉽지 않다. 야외에서 삼겹살을 숯불에 구울 때를 생각해 보면 쉽게 비교가될 것이다.
 
소고기 못지 않다는 소리를 듣는 갈매살이지만, 양이 많지 않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돼지 한 마리를 잡아봐야 겨우 400g 정도 밖에 나오지 않는다. 이때문에 언양숯불구이 역시 축협이나 대형 식육점 등 20년 동안 개척해 놓은 여러 단골을 통해서 물량을 확보하고 있다. 갈매기살의 인기가 높아지자 최근에는 상호에 '갈매기살'을 내건 전문점이나 프렌차이즈 또한 늘어나는 추세다. 생산량이 많지 않은데 어떻게 그 많은 수요를 감당할까? 수입산이 많기 때문이다. 수입이냐 국산이냐 따지지 않는다면 상관 없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원산지표시를 꼼꼼히 챙겨 볼 필요가 있다.


▶메뉴:돼지갈매기살(9,000원), 한우등심(23,000원), 한우갈비살(23,000원), 한우언양불고기(22,000원)
▶주소:경남 김해시 부원동 620-21
▶연락처 : 055-336-1218





박상현 객원기자
사진촬영 = 박정훈 객원사진기자 pungly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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