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과 100m 거리에 10개가 넘는 볼라드가 설치돼 시민들의 통행을 방해하고 있다.
도심에 설치된 볼라드(차량진입방지용 구조물)가 설치 규정을 어기고 무분별하게 설치돼 보행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차량진입 방지용 구조물 '볼라드' 규정 어기고 인도 곳곳 지그재그
무심코 걷다가 부딪히면 큰 부상, 철거·재질변경 등 목소리 커져

김해시 내동사거리. 불과 100m 거리에 10개가 넘는 볼라드가 설치돼 있다. 그 가운데 일부는 아예 뽑혀 있거나 잘려져 있는 등 도심 속 흉물이 된 지 오래다. 또 볼라드가 지그재그로 설치된 탓에 시민들의 불편이 크다.
 
이곳을 지나던 이미정(37·내동) 씨는 "딴 생각하며 길을 걷다간 무릎을 다치기 일쑤"라며 "보행자의 안전을 지키기는커녕 오히려 해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주부 김지선(38·내동) 씨도 "유모차를 끌고 가다 보면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않아 장애물에 자주 부딪혀 깜짝깜짝 놀란다"며 "도대체 인도에 왜 이렇게 많이 세워져 있는지 모르겠다"고 불평했다.
 
무분별한 볼라드 설치에 따른 문제는 시각장애인들에게 더 심각하다. 1급 시각장애인 김명진(52) 씨는 "얼마 전 길을 가다 볼라드에 부딪혀 10분 넘게 자리에 주저앉아 있었다"며 "주변의 도움을 받아 겨우 집에 왔는데 얼마나 세게 부딪혔는지 살이 시커멓게 멍들어 있었다"고 털어놨다.
 
사단법인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김해시지회 김기환 회장도 "비장애인들에게도 위험한데 앞이 안 보이는 우리는 오죽하겠느냐"며 "일주일에 몇 번은 부딪히고 걸려 넘어진다"고 하소연했다.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에 따르면 볼라드는 보행자의 통행을 방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해야 하며 설치 지역 30㎝ 앞에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형 블록을 설치해야 한다.
 
김해시에 따르면 현재 관내에 설치된 볼라드는 3천100여개. 하지만 대부분이 규정에 어긋난 정비대상들이다. 시 도로관리계 김기훈 주무관은 "볼라드는 민원이 들어오면 설치나 철거 등을 하기 때문에 규정에 어긋난 볼라드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딱딱한 화강암 등의 재질로 만들어진 볼라드는 높이도 낮아 '거리의 흉기'나 다름없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보행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볼라드를 철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미 지난 달 초에도 보도자료를 통해 문제를 지적한 바 있는 김해시의회 김형수(48·민주당) 의원은 "내외동뿐 아니라 인제대 근처 등 김해지역에 규정을 무시하거나 불필요하게 설치된 볼라드는 셀 수 없이 많다"며 "예산을 낭비하고 시민의 보행안전을 위협하는 볼라드는 실태 조사와 함께 철거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기훈 주무관은 "법 제정 이후 설치하는 볼라드는 규정에 맞게 설치하고 있다"며 "기존의 볼라드의 경우 인력이나 예산 등의 문제로 순차적으로 교체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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