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해시 내동 자전거 도로에 불법 주·정차 차량들이 늘어서 있다.

김해시 내동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강정미(48·가명)씨는 올해 초부터 자전거 이용을 생활화 하기로 결심했다. 고유가에 늘어가는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이자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강씨가 자주 다니는 내외동은 자전거 이용이 쉽지 않다. 불법 주차된 차량들도 번번이 자전거를 멈추기 일쑤고 지나가던 보행자들과 부딪혀 고성이 오간 적도 있다.
 
기름 값이 연일 고공행진을 하면서 '자전거 이용객'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지만 자전거 도로는 위험이 상존한 등 제 구실을 못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30일 김해시에 따르면 관내의 자전거 도로는 총 135㎞에 달하며 지난 2007년 3월에는 자전거이용 활성화를 위한 조례도 제정했다. 그러나 이 같은 시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의 불만은 늘어만 가고 있는 실정이다.
 
시도 때도 없이 불법 주·정차 점령, 자전거 이용자에 오히려 신경질
보행자 피해 곡예운전 등 일쑤, 차량 차단 울타리·표지판 늘려야

지난 23일 오전 11시께 찾은 김해 내동 거북공원 인근 자전거도로. 이른 시간임에도 불법 주·정차 차량이 대신 도로를 점령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자전거를 이용하는 시민들은차량들이 얼키고설킨 차도를 위태롭게 지나다녔다. 인근 주민 황선필(63) 씨는 "누구를 위한 도로인지 모르겠다"며 "말이 자전거 도로지 주차장이나 다를 바 없다"고 했다.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 한다는 김지옥(45·외동) 씨도 "실선으로 구분된 자전거 도로에는 분리대를 설치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하소연했다.
 
분리대가 설치돼 있는 경우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일부 행인들은 인도를 놔두고 자전거 도로를 그냥 지나다니는가 하면 곳곳에 정차된 오토바이들도 눈에 띄었다.
 
1주일에 3~4번은 자전거를 이용한다는 진영미(57·내동) 씨는 "자전거 도로인데 오히려 지나가는 사람들이 자전거를 보고 신경질을 내는 경우가 많다"며 "자전거 도로임을 알리는 표지판 등을 설치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김해시 외동 보건소 인근 보행자겸용 도로도 사정은 비슷했다. 행인과 자전거가 함께 지나다닐 수 있는 겸용도로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표지판이 없어 자전거 도로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올해 경원고등학교를 졸업했다는 이 모(20·내동)씨는 "지난 3년 동안 학교를 다니면서 매일 이 길을 지나다녔는데도 자전거 도로인지 몰랐다"고 털어놨다. 이 때문에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은 보행자를 피해 곡예운전을 하기 일쑤다. 결국 자전거에서 내려 손으로 자전거를 끌고 가던 김기진(58·내동) 씨는 "사람들을 피하기도 쉽지 않고 자칫하단 다칠 것 같아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차량의 진입을 차단하는 울타리 시설을 모든 자전거 도로에 설치하고 철저한 관리·감독을 하는 등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해 YMCA 박영태 사무총장은 "낮은 자전거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단속 강화는 물론 자전거 거치대 등 관련 인프라 등도 함께 구축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시 도로과 김민수 담당관은 "안내판의 경우 간격이 드문드문 떨어져 있어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며 "예산 문제 때문에 당장은 신규 도로 개설 등은 힘들고 파손되거나 정비할 부분이 있으면 고쳐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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