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상동 범한상가 손종근 상인회장이 생오리소금구이를 권하고 있다.
"2일과 7일마다 장이 서는 김해 오일장 일대에는 소문난 맛집이 많습니다. 그 중에 꼭 한 번 소개하고 싶은 음식점이 있는데 그곳에서 식사 한 번 하시죠." 서상동 범한상가 손종근(62) 상인회장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그는 범한상가 1층에서 '성진참기름'을 운영하며 30년이 넘는 세월동안 김해 오일장의 변화를 지켜봐 온 사람이다. 주변 상인들은 손 회장을 두고 "이웃상인을 돕고 사는 등 인정 많은 사람"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굵은 소금 솔솔 뿌려 노릇노릇 소금구이
누린내 없고 깻잎지와 절묘한 궁합
전라도에서 공수해온 싱싱한 메기 풍덩
보글보글 얼큰한 국물에 침샘 요동
벌교 특산물 신메뉴 '피꼬막 물회' 인기

손 회장을 만난 곳은 범한상가 근처에 있는 '오리랑 메기랑'이었다. 수로왕릉 맞은편으로 이어져 있는 시장골목으로 들어서자마자 오른쪽에 위치해 있는 식당이었다. "아이고! 오랜만입니다. 바깥으로 많이 다녀서 그런지 못 보던 사이 얼굴이 많이 탔구먼!" 화통한 성격의 손 회장이 기자를 반갑게 맞이했다.
 
손 회장은 '오리랑 메기랑'을 찾은 이유부터 설명했다. "손님들이 시장을 찾으면 보통 장만 보고 돌아가지 식당을 찾아가서 밥을 먹거나 그러진 않거든요. 그런데 이 식당은 음식 맛이 좋다는 입소문이 나서 그런지 상인들은 물론 손님들도 꽤 많이 찾는 곳이랍니다. 저는 저녁에 소주 한잔하러 오지요.(웃음)"
 
손 회장은 음식을 많이도 시켰다. 식당 주인에게 인기 있는 메뉴를 다 내어오라고 했단다. "걱정 말아요. 몇몇 상인들도 같이 밥 먹자고 불렀어요. 저녁에 다른 일정 없죠? 모처럼 상인들과 어울려 소주 한 잔 합시다."
 
순식간에 상 위에 진수성찬이 차려졌다. 국내산 생오리에 굵은소금을 솔솔 뿌린 '오리소금구이'가 노릇노릇하게 익어갔다. 그 옆에서는 전라도에서 공수해 온 메기를 넣고 얼큰하게 끓인 메기매운탕이 보글보글 끓었다. 입에 침이 그득하게 고였다. "이 식당 주인의 음식 솜씨는 상인들이 다 인정해요. 밑반찬부터 참 정갈하지 않습니까?"
 
음식 구경하느라 정신을 놓고 있다가 손 회장의 말을 듣고 밑반찬에 젓가락을 가져갔다. 깻잎지는 짜지 않았고 향은 그대로 살아 있었다. 애호박볶음과 취나물무침은 국산 참기름을 넣은 듯 무척 고소했다. 식당 여주인은 "모든 식재료를 서상동시장과 부원동 새벽시장에서 가져온다. 참기름, 참깨 등의 양념류는 손 회장의 가게인 '성진참기름'에서 구입한다"고 귀뜸했다.
 

▲ 싱싱한 생선을 사용한 메기매운탕.
오리고기가 다 익어갈 때쯤 상인 아주머니들이 식당으로 찾아왔다. 이내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서 식사가 시작됐다. 손 회장이 이 음식점에서 가장 즐겨 찾는 메뉴라는 오리소금구이 맛을 봤다. 다른 음식점의 생오리구이보다 덜 질기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소금으로 간만 했을 뿐인데 누린내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깻잎지에 싸서 먹는 오리구이 맛은 일품이었다. "저는 돼지고기나 소고기보다 오리고기를 더 좋아합니다. 다른 고기보다 오리고기는 소화가 잘 되더군요. 메기탕도 맛 좀 보소."
 
손 회장이 메기탕을 접시에 덜어주었다. 손바닥 반만 한 크기로 썬 메기는 살이 두툼했다. 젓가락으로 살을 집었더니 싱싱한 메기를 사용한 듯 살코기가 부서지지 않고 큼지막하게 잡혔다. 국물 맛은 비리지 않고 얼큰했다. 방앗잎이 듬뿍 들어가 있어 방아 특유의 향이 국물 맛에 진하게 배어 있었다. 메기의 살코기와 국물을 밥 위에 얹어 비벼 먹었더니 밥 한 공기가 금방 사라졌다. "천천히 드세요. 곧 이 식당의 별미가 나올 겁니다. 아마 김해에서 이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은 여기밖에 없을 겁니다."
 
▲ '오리랑메기랑'에서만 맛볼 수 있다는 피꼬막물회.
마지막으로 상에 오른 요리는 '피꼬막물회'였다. 생선회로 만든 물회는 익숙하지만 꼬막이 들어간 물회는 생소했다. 전남 벌교에서 가져왔다는 피꼬막과 채로 썬 배와 오이, 당근이 그릇에 가득 담겨 있었다. 그 위에 풋고추와 파프리카를 채 썰어 모양을 냈다. 살얼음이 얼어 있는 양념국물은 침샘을 자극했다. "이런 걸 두고 별미 중에 별미라고 하는 거 아닐까요. 이 식당이 얼마 전에 새로 개발한 메뉴죠. 한 번 맛본 사람들은 이걸 먹으려고 일부러 이 곳을 다시 찾는답니다."
 
탱글탱글한 피꼬막이 입안에 가득 바다 내음을 뿜어냈다. 시원한 국물은 더위를 싹 가시게 했다. 피꼬막물회를 먹던 상인들도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맛을 칭찬했다. "상인들과 함께 한 푸짐한 식사 어땠습니까? 아마 이 맛을 잊지 못해 시장을 자주 찾게 될 걸요?(웃음)" 


▶오리랑메기랑/서상동 333-4(범한맨션 인근), 055-336-8952, 오리불고기(소금구이) 1마리 3만 5천 원, 오리탕 1마리 3만 원, 메기탕 3만 5천~2만 5천 원, 피꼬막물회(2인분) 1만 2천 원, 한방삼계탕(1인분) 1만 원.

김해뉴스 /김명규 기자 kmk@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