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달 중 개발을 위해 폐쇄될 예정인 부원동 새벽시장.
상인들 "땅 주인 뜻인데 뭘 어쩌겠나"
인도에 전 펼친 노인 "하루 벌어 사는데"
인근 점포도 손님 줄어들까 노심초사
대체 부지 등 시에 대책마련 호소키로

<김해뉴스>는 지난 9일 김해의 명물이자 서민들의 식탁을 책임져 온 부원동 새벽시장이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전했다. 기사가 나가자, 새벽시장 상인들은 물론 일반 김해시민들의 문의가 잇따랐다. "정말이냐"고 묻는 50대 주부에서부터 "우리는 이제 어디로 가야 하느냐"고 한숨을 쉬는 상인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반응들이 있었다.

<김해뉴스>는 시민들의 정서를 상세히 알아보기 위해 지난 14일 오전 새벽시장을 찬찬히 둘러봤다. 새벽시장은 평소와 다름없이 북적댔다. 하지만 시장상인들의 표정은 매우 어두웠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데, 이래 되면 우리는 이제 우짬니꺼…." 가락로변 새벽시장 입구에서 부추와 쑥갓을 팔던 나이 지긋한 한 상인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경남은행 김해영업부 앞 인도에서 9년째 장사를 하고 있는 김옥순(76) 할머니. 지난주에 주변 상인으로부터 새벽시장이 사라지게 될 것이란 말을 전해 들었다. 그 뒤로 밤잠을 설치고 있다. 그는 주촌면의 한 마을에서 혼자 살고 있다. 장성한 아들은 경기도에 있어서 명절 때만 얼굴을 볼 수 있다고 했다. "영감이랑 밭농사를 지었어요. 영감이 죽고 난 뒤부터 새벽시장에서 장사를 하기 시작했죠. 무릎이 아파 농사를 크게는 못 짓고 텃밭에서 기른 채소를 내다팔아 번 돈으로 반찬거리를 사서 오후 1시쯤 집으로 갑니다. 새벽시장의 노점상들은 대부분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처지예요. 나이 많은 사람들이 이젠 어떡하누…"

새벽시장 인근 도로에서 조개를 파는 정 모(50·여) 씨. 새벽시장이 사라지면 인도에서 노점상을 하기 힘들어 질 것이라며 걱정을 했다. "김맹곤 시장이 4년 전 새벽시장 상인들에게 '오전에는 도로변 노점 단속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어요. 그 후로 불법 주·정차 차량은 단속했지만 노점 단속은 거의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여기에 쇼핑몰인가가 들어서면 시에서도 노점 단속을 안 할 수 없겠지요. 결국 인도의 노점상들은 장사를 포기할 수밖에 없겠죠. 시에서 대책을 마련해줬으면 좋겠는데…"

새벽시장 부지 인근에 점포를 갖고 있는 상인들도 걱정이긴 매한가지였다. 새벽시장 골목에서 식육점을 운영하는 정 모(49·여) 씨는 "새벽시장 노점상들이 다 떠나면 시장을 찾는 손님들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점포에서 장사를 하는 상인들도 매출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며 아쉬워했다. 식육점 인근에서 부식가게를 운영하는 김 모(62) 씨는 "새벽시장 뒷골목 점포 상인들은 그대로 남는다. 그런데 새벽시장이 사라지면 시민들이 이 점포들도 없어지는 것으로 오해를 할까봐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상인 3~4명은 손님이 뜸한 틈을 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들은 대책 등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곡물을 파는 김 모(52·여) 씨는 "새벽시장에는 상인회가 없다. 시에서도 대체 부지에 대한 말을 안 하고 있으니 걱정만 쌓여가고 있다. 어떤 상인은 김해 5일장이 서는 서상동 범한상가 근처로 가겠다고 하고, 어떤 상인은 동상동시장에 자리가 있는지를 알아보겠다고 하더라. 전하동에 공터가 있다지만 누구의 땅인지도 모른다. 새벽시장이 사라지면 어디에서 장사를 해야 하나 모두들 고민을 하고 있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 오랜 시간 새벽시장을 지켜온 할머니 노점상들. 이들은 "이제 어디로 가야하나"라며 탄식을 쏟아냈다.

다른 상인 김 모(58) 씨는 "몇몇 상인들은 새벽시장이 사라지면 어디로 갈 것인지 대책회의를 해보자고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난전을 펼쳐서 장사를 하는 상인들을 한 데 모으는 것도 어려울 뿐더러 이들과 단합해서 어떠한 일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새벽시장이 사라지면 리어카를 끌고 곳곳을 다니면서 장사를 할 생각이다. 다른 상인들도 각자 살아갈 방안을 스스로 마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개탄했다.

10년 동안 새벽시장에서 채소장사를 해 온 김 모(45·여) 씨는 "땅 주인이 자기 땅을 사용하겠다는데 상인들이 뭘 어쩌겠느냐"면서 "앞으로는 한 번 자리 내리면 죽을 때까지 장사 할 수 있는 곳을 찾아볼 생각"이라고 푸념했다.

시를 상대로 대책 마련을 요구하겠다는 상인도 있긴 했다. 생선장사를 하는 심 모(58) 씨는 "새벽시장을 대체할 부지를 마련해달라는 내용의 청원서를 작성하고 상인들의 서명을 받아 이달 중 시에 제출할 생각이다. 개인소유 부지에 자릿세를 내고 장사를 해왔기 때문에 상인들이 새벽시장을 지킬 권한은 없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서민들의 생존권을 생각한다면 시가 새벽시장 상인들을 외면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 관계자를 만나 갈 곳 없는 상인들의 안타까운 심정을 꼭 전하겠다"고 말했다.

새벽시장 부지의 한 건물에 전세를 얻어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김 모(60) 씨는 "이번 추석 대목에 장사를 해야 상인들은 한동안 먹고 살 수 있다. 전세를 얻어 장사를 하는 상인들은 전세계약을 할 때 언제든 자리를 비우겠다는 각서를 쓴 상태인데, 부지 소유자가 철거시기를 추석 이후로 늦춰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해뉴스 /김명규 기자 kmk@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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