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0년대 영국의 황금기를 구가했던 빅토리아 여왕은 고위신하들에게 3년에 한 번씩 한 달 남짓 유급 독서휴가를 주었다. 그 기간 동안 영국이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셰익스피어의 작품 중 5권을 읽고 독후감을 제출하도록 했던 것이다. 19세기 영국에서 시작됐던 고급스럽고 또 아름다운 휴가이다. 이를 셰익스피어 베케이션(셰익스피어의 방학·Shakespeare Vacation)이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 민족에게는 이보다 수 백 년이나 앞선 독서휴가제가 있었다. 조선시대에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젊은 문신들에게 휴가를 주어 학문에 전념하게 한 사가독서(賜暇讀書)제이다. 이 독서휴가제는 세종대왕이 창안했다. 1426년 세종대왕은 집현전 학사 중에서 젊고 재주가 있는 자를 골라 관청의 공무에 종사하는 대신 집에서 학문 연구에 전념하게 했다. 신숙주, 성삼문 등도 독서휴가를 얻어 바쁜 공무에서 떠나 절에서 글을 읽으며 학문을 연구했다. 사가독서제는 1456년 폐지됐다가 1476년 부활해 1709년까지 이어졌다. 300여 년 간 이어진 아름다운 제도였다.

여름휴가철이다. 대부분 피서나 여행을 떠날 계획을 세우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바쁜 일상에서 겨우 얻은 여유를 '북케이션'(Boocation·Book+Vacation)으로 보내는 것은 어떨까? 우리 스스로에게 '셰익스피어 베케이션'이나 '사가독서 휴가'를 줌으로써 독서를 통해 일상에 지친 몸을 재충전하도록 해보자는 것이다. 마침 독서삼매경으로 무더위를 쫓으려는 애서가들을 위해 국립중앙도서관이 '2014 여름휴가철에 읽기 좋은 책 80선'을 발표했다. 그 중 16권을 가려 뽑아 내용을 소개한다.

김해뉴스 /박현주 기자 phj@gimhaenews.co.kr


당신의 출근길은 행복한가요
김희정/소담출판사/296p/1만 2천800원
하루 중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삶의 과정 속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장소는 바로 직장이다. 저자는 떡 연구가 김희동, 일러스터레이터 권신아 등 13명의 직업인을 만나 즐겁게 일하는 삶을 들려준다. 자신을 위해 일하는 게 얼마나 즐거운 삶인지, '일'이 무엇인지 말해주는 책이다.








도시와 나

정미경 외/바람/274p/1만 2천 원
정미경, 함정임, 성석제, 백영옥, 서진, 윤고은, 한은형 등 여행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즐길 줄 아는 소설가들이 외국 도시를 배경으로 쓴 단편소설 7편을 모아 소설집으로 엮었다. 문학의 향기가 가득한 책 한 권 속에 외국 도시들의 이국적인 뉘앙스와 낯선 여행의 묘미, 아울러 읽는 재미를 풍성하게 담았다.








뒤늦게 발동 걸린 인생들의 이야기

김덕영/다큐스토리/297p/1만 5천 원
의학의 눈부신 발전으로 인류는 100세 시대를 앞두고 있다. 60대에 은퇴를 한 뒤에도 삶은 아직 많이 남아 있다.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 이 책은 60~70대, 심지어는 80대가 지난 뒤에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나이라는 숫자는 꿈과 아무 상관이 없었다는 것을 증명한다.









어릴 적 그 책

곽아람/앨리스/328p/1만 5천 원
미술전문기자 곽아람은 누군가 '당신의 인생을 변화시킨 책은 무엇인가' 하고 묻는다면 주저하지 않고 어린 시절을 지배했던 동화들을 꼽겠다고 말한다. <작은 아씨들>, <소공녀>, <초콜릿 공장의 비밀> 등 그가 안내하는 책 이야기를 듣다 보면 문득 어린 시절 푹 빠져 읽었던 책의 제목들이 줄줄이 이어진다.









모두에게 사랑받을 필요는 없다

재키 마슨 지음, 정영은 옮김/윌컴퍼니/300p/1만 4천 원
주변 사람들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 정작 자신의 일을 망쳐버린 경험이 있는가. 어쩌다 한 번이라면 몰라도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좋은 사람의 함정'에 빠진 것이다. 심리학자 재키 마슨은 주변 사람들을 실망시키는 것을 두려워하고, 'NO'라고 말하지 못해 고달픈 이들에게 말한다. '함정에서 빠져나오라.'









스캔들 세계사 1, 2

이주은/파피에/288p/1만 5천 원
재미를 만끽하면서 역사 공부를 함께 할 수 있는 책이다. 2013년 출간된 1권은 베르사유의 장미에서 피의 백작부인까지 우아하고 잔혹한 중세와 근세의 유럽 역사 이야기를 다뤘다. 올해 2권이 새로 나왔다. 2권에서는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 20세기 근·현대까지 시간과 공간을 확장해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역사로 남은 조선의 살인과 재판

이번영/이른아침/380p/1만 5천 원
"네 죄를 알렸다"라며 내려치는 곤장. 정말 그랬을까. 천만의 말씀. 조선시대 사법부는 사건의 실체와 진범을 파악하기 위해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수사를 했고, 공정하게 재판을 진행했다. 조선을 뒤흔든 18가지 해괴하고 복잡한 살인사건과 사법정의 구현을 위해 노력한 정조의 과학수사와 재판 이야기.










왕과 아들

한명기 외/책과함께/255p/1만 3천 원
부자 사이에도 나눌 수 없는 게 권력이라고 한다. 이 책은 태조와 태종, 태종과 양녕대군, 선조와 광해군, 인조와 소현세자, 영조와 사도세자 등 다섯 부자의 이야기를 통해 조선시대의 왕위계승사를 들여다본다. 2인자를 용납하지 않는 왕들의 고민 못지 않게 왕자로 태어난 아들들의 고심도 만만치 않았다.










보고 생각하고 느끼는 우리 명승기행

김학범/김영사/396p/1만 8천 원
태곳적 신비를 간직한 채 수천 년의 세월을 견뎌온 대자연의 위대한 작품인 명승만을 탐방해 기록한 자연유산 순례기. 문화재청 천연기념물분과 위원장인 저자는 10년 동안 전국에 있는 명승을 직접 답사했다. 200여 장의 사진을 수록하고 시간과 공간의 흐름에 따라 이야기를 구성했다.









정도전과 그의 시대

이덕일/옥당/223p/1만 2천 원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이덕일 소장이 최근에 종영한 역사사극 '정도전' 제작팀을 대상으로 한 강연 내용을 엮은 책. 위민의 정치가 정도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비운의 혁명가인 정도전. 그를 둘러싼 시대적 상황과 그가 만들고자 했던 이상적인 나라가 무엇이었는지를 풀어냈다.









식탁 위의 한국사

주영하/휴머니스트/572p/2만 9천 원
한국 음식은 조선시대부터 변함없이 이어온 문화유산일까. 음식인문학자 주영하는 지금의 한국 음식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20세기의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은 지난 100년간 한국인의 식탁에 오른 메뉴를 통해 한국의 음식문화사를 들려준다. 음식을 통해 본 문화와 전통의 흐름이다.










끌리는 사람은 분명 따로 있다

임무경/미래와경영/296p/1만 5천 원
사람은 누구나 다른 사람에게 좋은 인상을 주고 싶어한다. 자신의 장점을 최대한 빨리 알려서 원하는 것을 얻어내고 싶기 때문이다. 이렇듯 우리 삶에서 인간 관계만큼 중요한 것도 없다. 자신의 존재 가치를 높이고,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좋아하게 만드는 끌림의 인간관계 기술을 소개한 책이다.









나무가 청춘이다

고주환/글항아리/308p/1만 5천 원
온대 활엽수림의 보고인 치악산 자락에는 천연기념물인 성황림 숲이 있다. 그 숲이 있는 성황림마을에서 태어난 고주환 씨가 우리 일상 속의 나무와 풀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책은 <나무가 민중이다>에 이어 두 번째 나무 이야기다.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 앉아 있는 듯한 마음이 들게 하는 책이다.









달팽이 더듬이 위에서 티격태격, 와우각상쟁

권오길/지성사/284p/1만 4천500원
'거머리 같은 놈', '가물치 콧구멍', '벼룩의 간을 내먹겠다', '빈대도 낯짝이 있다' 등등. 흔히 사용되는 이 말들 속에 생물이 있다. 20년 넘게 쉽게 읽을 수 있는 생물 에세이를 써온 저자가 우리 말에 서려 있는 생물이야기를 다뤘다. 속담, 고사성어, 관용구 등 총 50가지의 우리 말을 예로 들었다.









로봇 다빈치, 꿈을 설계하다

데니스 홍/샘터/344p/1만 4천 원
미국의 첨단과학기술 정보지인 <파퓰러 사이언스>가 선정한 '젊은 천재 과학자 10인' 중 한 사람이며 세계적 로봇공학자인 데니스 홍(홍원서). 그는 세계 최초로 시각장애인용 자동차를 개발했다. 이 책은 그가 일곱 살에 품기 시작한 꿈을 어떻게 지키고 따라갔는지를 보여주는 성장 에세이다.









명사들의 졸업사

버락 오바마 외·안지은 옮김/문예춘추사/344p/1만 3천 원
'당신에게 다가온 기회를 담대하게 붙잡아라'(존 그리샴), '항상 갈망하고, 미련하게 정진하라'(스티브 잡스), '당신의 재능을 위대한 경험에 사용하라'(빌 게이츠). 자기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명사 15인이 미국 대학 졸업생들에게 들려준 졸업사는 젊은이들을 위한 격려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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