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1일 김해시 생림면 나전리 토취장에 들어서자 굴착기 한 대가 진입로를 막고 있다.

나전리 토취장은 어떤 땅인가

지난 21일 오후 1시께 찾은 김해시 생림면 나전리 토취장 일대. 여느 때 같으면 흙을 가득 실은 덤프트럭이 바쁘게 지나다닐 시간이다. 하지만 현장엔 적막한 분위기만 감돈다. 입구를 떡하니 막고 있는 노란 굴착기만이 이 곳 분위기를 짐작케 할 뿐이다. 주변 사람들은 "무슨 영문인지 며칠 전부터 작업을 멈추었다"고 일러줬다.
 
굴착기 사이를 지나자 누런 속살을 드러낸 산이 한 눈에 들어온다. 길을 따라 200여m를 올랐다. 인기척도 없다. 또 다른 굴착기만이 눈에 띈다. 토취장으로 들어오는 외부 차량의 진입을 막기 위해서다. 주변으로는 흙이 잔뜩 묻은 작업복, 목장갑 등이 보인다. 길 한 편엔 먹다 만 생수병이 뚜껑이 열린 채 놓여 있다. 그 때다. "거기서 뭐하는 겁니까?" 조용한 현장에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현상 사무실을 지키던 굴착기 기사다. 언제부터 작업을 멈췄는지, 현장 책임자들은 어디에 있는지 물었다. 하지만 그는 '모른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며칠 쉬고 와 보니 일이 이렇게 돼 있었다"며 한숨을 내쉬는 그의 얼굴은 붉게 상기돼 있다.

시공사 실질적 사주가 시행사 대표, 지난해 2월 형질변경 신청서 제출
경남道 28만여㎡로 면적축소 요구, 규모 줄면서 승인권 김해시로 이관

▲ 입구에는 공사안내를 알리는 먼지 쌓인 알림판이 놓여 있다.
이곳은 T개발이 2008년 7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김해일반산업단지 조성을 위한 토취장 개발을 허가 받은 현장. 이 사업의 시행자는 T개발이지만 JH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하지만 JH건설의 실질적인 사주는 T개발의 오 모 대표다.
 
오 대표는 이 일대를 일반산업단지로 변경하기 위해 치밀한 준비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오 대표는 시설총괄상무로 있는 B버스터미널㈜로부터 개발자금을 끌어들여 산업단지계획 변경을 추진하는 시행자로 나서게 했다. 2010년 2월 B버스터미널㈜은 토취장을 포함한 이 일대 35만6천500㎡ 에 대한 투자의향서를 경남도에 제출했다.
 
처음엔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투자의향서를 제출한 지 3개월 만에 경남도에 산업단지계획승인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경남도는 녹지훼손 면적이 넓다며 면적 축소를 요구하면서 산업단지면적은 28만4천여㎡로 줄어들었다.
 
이 과정에서 산업단지 승인을 담당하는 부서 또한 경남도에서 김해시로 바뀌게 됐다. 2008년에 개정된 산업단지인허가 절차 간소화 특례법에 따르면 30만㎡ 이하의 산업단지에 대한 승인 책임은 관할 지자체가 맡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해 11월 B버스터미널㈜은 김해시에 사업승인계획 신청서를 다시 접수했다.
 
그러나 인근 주민들의 반대로 승인은 보류됐다. 같은 달 생림면사무소에서 주민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환경 훼손 등을 이유로 주민들이 반대에 나섰고 선산이 있는 장씨문중도 유지가 훼손된다며 민원을 제기한 것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12월부터 산업단지변경계획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상태다.
 
이런 와중에 사건이 불거졌다. 최근 T개발의 오 대표가 이 일대를 일반산업단지로 변경하기 위해 김해시의회 의장과 시장 비서실장에게 뇌물을 공여한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T개발은 산업단지 변경에 왜 이토록 공을 들이는 걸까. 부동산 전문가들에 따르면 토취장과 같은 임야에서 일반산업단지로 형질이 변경될 경우 개발이익은 엄청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름을 밝히기로 꺼려한 한 부동산 관계자는 "생림면 일대 일반산업단지가 3.3㎡ 당 140만~150만 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며 "토취장과 같은 임야는 3.3㎡ 당 10만~20만 원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부대 비용을 치른다고 해도 개발 비용은 엄청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부동산 관계자도 "김해는 공장 허가가 난 곳이 많이 없기 때문에 수요가 많아 이보다 가격이 더 오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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