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올 때 밀려들어 물밑 거대한 하치장
화포천환경지킴이 정화활동에도 역부족
시·시민단체 등 인력·장비 투입 나서야

▲ '버드나무 다리'에서 바라본 화포천습지 깊은 곳에 각종 쓰레기가 방치돼 있거나 흘러다니고 있다.
"화포천이 다시 각종 쓰레기로 뒤덮히고 있습니다."

한림면 퇴래리 화포천이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겨울 가뭄으로 인해 화포천의 수심이 얕아지자 습지에 잠복해 있던 생활쓰레기들이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지역 환경단체인 '화포천환경지킴이'(공동대표 이종우·박덕호)는 화포천 환경정화 활동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런 사정을 감안해 <김해뉴스>가 현장을 답사해 봤다.

기자는 최근 화포천환경지킴이 회원들과 화포천 습지를 찾았다. 한림면 장방리의 암자인 영강사 앞 철길을 건너자 화포천 생태습지 안내표지석이 나왔다. 이곳에서 100m가량 습지 탐방로를 따라 이동, 화포천 습지 감상 포인트로 알려진 '버드나무 다리'에 도착했다.

화포천환경지킴이의 황찬선(46) 사무국장이 버드나무가 우거진 화포천 습지의 한 지점을 손으로 가리켰다. 수상보트 없이는 접근이 어려워 보이는 그 지점에는 갈대숲 사이로 각종 쓰레기가 모습을 드러내놓고 있었다. 어른 몸 크기 정도의 스티로폼, 썩은 나무판자, 플라스틱 호스, 빈 병, 비닐봉지 등 각종 쓰레기들이 광범위하게 방치돼 있었다.

"이곳이 화포천에서도 쓰레기가 유독 많이 발견되는 곳입니다. 물의 흐름을 따라 각종 쓰레기가 수면 위를 떠다니다가 수심이 비교적 얕은 갈대숲에 집중적으로 쌓이고 있는 것이지요. 지금 눈에 보이는 쓰레기들만 해도 무게가 100㎏은 넘을 겁니다."

황 사무국장이 지적한 지점 외에도 화포천 탐방로를 걷다보면 갈대가 우거진 장소 곳곳에서 각종 생활쓰레기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일부 철새들이 쓰레기가 버려져 있는 장소에서 활동하고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화포천환경지킴이 회원들에 따르면, 화포천에 쓰레기가 눈에 띄게 많아진 것은 지난해 가을부터였다. 비가 오는 날이 줄어들면서 화포천 습지의 수면이 점차 낮아졌고, 이 때문에 물속에 있던 각종 쓰레기가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라고 한다. 화포천환경지킴이 회원들은 화포천  수면 아래에 쌓여 있는 쓰레기가 상당한 양일 것으로 판단했다.

한 회원은 "우리 단체에서 매월 한 차례 화포천 환경정화 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100명만으로는 이 넓은 화포천 일대의 쓰레기를 모두 수거하기가 불가능하다. 눈에 보이는 쓰레기만 수거해도 양이 엄청나다. 물속에 잠겨 있는 쓰레기를 수거하려면 더 많은 인원과 장비가 필요하다. 김해시나 시민단체들이 적극 나서서 화포천 정화활동에 동참해야 한다"고 말했다.

화포천에서 쓰레기가 무더기로 발견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황 사무국장을 비롯한 화포천환경지킴이 회원들은 화포천으로 향하는 13곳의 지천에 각종 생활쓰레기가 투기되고 있는 상황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화포천에서 발견되는 쓰레기는 대부분 진례천, 고모천, 퇴래천 등 화포천으로 향하는 지천에서 버려진 생활쓰레기입니다. 비가 오면 지천에 버려진 쓰레기가 화포천으로 밀려들어 오는 것이지요. 화포천을 찾은 관광객들이 쓰레기를 투척하는 일은 드문 것으로 보입니다. 화포천이 더 깨끗한 환경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지천에서부터 생활쓰레기가 무단 투기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한편 총 길이 8.4㎞에 달하는 화포천은 2012년 국토해양부와 한국하천협회로부터 '한국의 아름다운 하천 100선'에 선정된 바 있다. 이곳은 멸종위기 9종을 포함해 616종의 동·식물이 서식하는 김해의 대표 자연습지이다. 

김해뉴스 /김명규 기자 kmk@gimhaenews.co.kr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