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관 요청서 '망장' 받아야 참여 가능
김구·김대중 등 아헌관·종헌관 맡기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지난 3일 수로왕릉 숭선전에서 열린 가락국 시조대왕(수로왕) 춘향대제에 초헌관(初獻官)으로 참석해 제례를 봉행해 눈길을 끌었다. 특정정당 대표가 초헌관으로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초헌관은 종묘나 능에서 제례를 진행할 때 처음으로 술잔을 신위(神位)에 올리며 대제를 총괄하는 제례 직위다. 수로왕릉 숭선전 김병진(76) 참봉은 "수로왕 대제는 나라에서 진행하는 국가 제례다. 나라에서 가장 높은 관직에 있는 사람에게 초헌관의 자격이 주어지며 가락중앙종친회에서 인물을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 초헌관으로 참석한 김무성(왼쪽) 새누리당 대표.

조선시대 때 숭선전 추향대제의 예법을 정비하면서 영남관찰사가 초헌관을 맡도록 한 관례에 따르면, 도지사가 초헌관을 맡아야 한다. 만약 일정이 맞지 않으면 김해시장이나 부산시장이 맡는다. 1988년 이래 지난해까지 54번의 춘·추향대제 때 초헌관을 맡은 사람 중 42명이 도지사, 김해시장이었다. 나머지 12명은 '외부인사'였다. 1992년 이동호 내무부 장관, 1999년 김기재 행정자치부 장관, 2009년 김정권 국회의원, 2006년과 2012년 허남식 부산시장이 초헌관을 맡았다.

가락중앙종친회는 처음에는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김맹곤 김해시장에게 초헌관 자리를 제안했다. 그런데 두 사람 모두 참석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전달해왔다고 한다. 김 참봉은 "이럴 경우 부산시장에게 초헌관을 제안한다. 이번에는 서병수 부산시장의 경우 상황이 여의치 못해 제안하지 않았다"며 "가락중앙청년회가 청년회 고문인 김 대표를 제안해 종친회에서 본인에게 의사를 물었다. 이를 김 대표가 수락하면서 성사됐다"고 설명했다.

초헌관을 맡기 위해서는 가락종친회에서 발송하는 '망장(望狀)'을 받아야 한다. 망장은 제관으로 참여해 달라는 내용의 요청서이다. 김 참봉이 붓글씨로 직접 작성해 대제 보름 전에 전달한다. 김 대표에게는 우편으로 국회에 발송했다고 한다.

한편 과거에는 백범 김구 선생, 고 김대중 전 대통령, 김종필 전 국무총리 등이 참석해 초헌관은 아니지만 아헌관, 종헌관 등을 맡은 적도 있다. 

김해뉴스 /김명규 기자 kmk@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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