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면 노인복지시설 '효능원'

 치매어르신 위해 명절 때마다 준비
"식구 많은 대가족 화목한 분위기"


"조금 있으면 추석이라 집에 가야 하는데…, 우리 아들이 오는데…."

진영읍 효능원에서 생활하는 김옥선(가명·87) 할머니가 중얼거린다. 그가 이곳에서 지낸 지도 벌써 7년이 지났다. 그는 슬하에 1남 1녀를 두었다. 요양원에 들어오고 첫 2년 동안은 아들 내외가 명절이나 생일 때 찾아왔다. 이후 발걸음이 뜸해졌고, 최근에는 연락도 잘 되지 않는다.

할머니는 명절 때만 되면 아들을 그리워하며 찾는다. 치매 증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지만, 자식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은 지울 수 없다. 그의 모습을 지켜보는 효능원 직원들의 마음은 착잡하다.

2006년 문을 연 효능원은 치매어르신 돌봄 노인복지시설인 요양원을 운영하고 있다. 어르신 70여 명이 생활하고 있다. 이곳에는 김 씨 할머니와 비슷한 처지의 어르신들이 많다.

효능원은 그래서 명절 때마다 특별한 행사를 준비한다. 10년째 '합동 차례'를 올리고 있는 것이다. 어르신들의 소외감을 해소하기 위해 명절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다. 추석 때는 사흘 전부터 차례상 음식 재료를 구입한다. 요리를 할 수 있는 어르신들에게는 나물 손질 등 소일거리를 제공해 추억을 되살려 주기도 한다.

효능원 이선자(49) 원장은 "어르신들과 직원들이 합심해 차례상을 준비한다. 예전에는 명절 분위기를 내기 위해 모든 사람들이 참여했다. 요즘은 중증 환자들이 많아졌기 때문에 안전을 고려해 인지 능력이 있는 어르신들만 참여시킨다. 나물을 손질하면서 직원들과 도란도란 이야기 꽃을 피우는 어르신들을 보면 정말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환자 가족들은 명절을 전후해 부모를 찾아온다. 가족이 찾지 않는 어르신들이 쓸쓸함을 느낄 수 있어 별도의 접견공간을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추석날이 되면 효능원의 모든 식구들은 분주해진다. 직원들은 합동 차례상을 차리기 위해 음식을 나른다. 어르신들은 가벼운 훈수를 둔다. 차례가 시작되면 어르신들의 표정이 바뀐다. 대부분 치매를 앓고 있지만 너나 할 것 없이 엄숙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 원장은 어르신들을 위해 '건강 축원문'을 읽는다. 차례가 끝나면 직원들은 '오지 않는 자식'들을 대신해 어르신들을 향해 큰절을 올린다. 이어 어르신들과 음식을 나눠 먹는다. 간단히 음복도 한다. 점심을 먹고 난 뒤에는 비석치기, 대형 윷놀이 등 '추억의 놀이 한마당'을 진행한다.

이 원장은 "합동 차례를 지내느라 10년 동안 추석 때 시댁에 가지 못했다. 시댁 부모들이 많이 이해해 줘 정말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성훈(50) 사무국장은 "직원 41명 중 30명이 추석 때 출근해 합동 차례를 준비한다. 어르신들 앞에서 재롱을 부리며 아들, 손자 역할을 대신한다"며 "추석 당일 효능원 분위기는 식구가 많은 대가족의 명절과 똑같다. 요양원 어르신들은 환자가 아니라 가족"이라고 설명했다.  

김해뉴스 /주재현 기자 power@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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