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해공항이 확장될 경우 김해는 지금보다 더 큰 소음·안전 피해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김해공항 전경. 연합뉴스


정부, 3200m 활주로 등 신설키로
비행 횟수 지금보다 배 가량 증가
운항 시간 늘어나 소음 피해 확대
시민대책위 “시민 애로 가중 대응”


정부가 밀양, 가덕도를 배제하고 김해공항 확장을 '신공항 대안'으로 결정하자 김해시민들이 추가로 겪게 될 환경, 소음, 안전 피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1일 동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 연구 용역을 맡은 ADPi(파리공항공단 엔지니어링)의 용역 결과를 토대로 밀양·가덕도에 신공항을 짓는 대신 김해공항을 '김해신공항'으로 확장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국토교통부는 오는 2026년 개항을 목표로 김해공항에 새로운 활주로 1개와 터미널, 관제탑을 신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활주로는 기존 3천200m, 2천744m짜리 외에 서쪽으로 40도 가량을 튼 위치에 3천200m짜리를 추가한다. 이렇게 되면 수용 가능 비행 횟수는 연간 15만 2천 회에서 29만 9천 회로 2배 가까이 늘어난다.
 
김해공항에서 뜨는 비행기가 배 가량 늘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공항 인근 주민들이 지금도 겪고 있는 소음피해도 배 이상 증가할 수밖에 없다. 김해공항 소음피해 지역인 불암동에 사는 김 모(60) 씨는 "지금도 5분에 한 번씩 비행기가 뜬다. 비행기가 더 자주 뜨면 소음 피해가 너무 심해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불암동주민자치위원회 김말선 위원장은 "지금도 시끄러워서 못 살 정도다. 김해공항이 더 커지면 불암동은 살 수 없는 동네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든다"고 토로했다. 김해여성복지회관 김은아 관장은 "김해는 지금도 소음 피해를 겪고 있다. 소음피해 지역에 포함되지 않는 곳에서도 비행기 소음이 심하다. 소음이 배로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현재 김해공항의 소음 영향을 받는 가구는 702가구이며, 신공항 건설에 따라 약 870가구가 추가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국토부가 인정하는 소음 영향 지역은 소음이 최소 75웨클 이상인 지역을 뜻한다. 웨클은 항공기 최고 소음도를 평균한 값에 주간, 야간, 심야 시간대 별로 운항회수를 가중해 산출한 소음평가단위다. 동김해 전역이 실질적으로 직·간접적 소음 피해를 겪고 있지만, 이 기준에 따르면 김해에서 소음 대책 대상지역에 포함되는 곳은 불암동 일부에 불과하다.
 
신설 활주로의 각도도 문제다. 기존 활주로는 불암동, 지내동, 대동면 방향으로 뻗어 있다. 서쪽으로 40도 튼 신설 활주로는 김해시청 바로 위를 지나 김해의 인구 밀집 지역인 내외동과 삼계동을 지나가게 된다. 김해 구도심과 내외동, 삼계동에 사는 시민 20만 명이 입는 소음 피해는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훨씬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국토부는 소음 피해에 대한 우려에 대해 "새로운 활주로는 공항 북서쪽 지역만을 이·착륙 공간으로 활용하는 항공기 운영방식을 택하고 있다. 남동쪽 지역으로는 비행을 하지 않아 공항 남쪽에 있는 (부산 강서구의) 에코델타시티와 명지국제신도시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착륙 공간으로 활용한다는 공항 북서쪽, 즉 김해 지역의 피해에 대해서는 의견을 밝히지 않고 있다.
 
김해시의회 김형수(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재 소음피해 지역으로 지정돼 보상을 받는 곳은 불암동 분도마을, 수양마을, 전산마을밖에 없다. 다른 지역도 소음 피해를 느끼고 있지만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직접 피해 뿐만 아니라 간접 피해를 입는 지역에 대한 조사와 보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동남권 신공항은 24시간 운영할 수 있는 국제공항을 목표로 했다. 국토부는 김해공항 확장안을 내놓으며 '24시간 이착륙제'는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항공기 운항 횟수가 배 가까이 늘어나는 만큼 운항 시간도 늘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김해공항이 확장될 경우 비행기 운항 시간이 늘어나 소음 피해 시간도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김해공항 항공기 운항시간은 당초 오전 7시~오후 10시였다가 2008년 오전 6시~오후 11시로 2시간 연장된 바 있다. 지금도 부산시와 공항공사 측은 운항시간을 오전 5시~밤 12시로 2시간 더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 김해YMCA·YWCA, 김해여성회, 우리동네사람들 등 12개 시민단체와 김형수·옥영숙(새누리당) 시의원으로 구성된 '밀양신공항반대시민대책위원회(공동 집행위원장 박영태·박재우)'는 지난 22일 김해시청에서 '영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 결과 발표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시민대책위원회는 "소음·축산 피해, 환경 훼손 등의 이유로 김해시민들이 반대한 밀양신공항이 무산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국토부가 내놓은 김해공항 확장 방안은 김해시민들이 받고 있는 항공소음·환경 피해를  가중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김해공항 확장이 김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밀양신공항반대시민대책위원회'를 '김해공항시민대책위원회'로 개편해 시민들과 함께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밀양신공항반대대책위 박영태 집행위원장은 "다음달에 전문가를 초청해 김해의 상황이 어떻게 바뀔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를 들을 생각이다. 현재 김해공항에 따른 소음 문제가 데이터화돼 있지 않다. 김해시가 김해신공항을 위한 용역을 실시하기에 앞서 대책위는 현재 상황이 어떤지를 파악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해뉴스 /조나리 기자 nari@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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