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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축제의 그늘 속만 태우는 ‘농심’■ 제32회 김해진영단감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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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재 2016.11.09 09:34
  • 호수 296
  • 8면
  • 김예린·배미진 기자(beaurin@gimhaenews.co.kr)
   
▲ 김해진영단감축제를 찾은 관람객들이 즐거운 표정으로 단감터널을 걷고 있다.


신용마을 고유제로 행사 막 올려
무료시식회 진행 천막 인기 최고

다양한 품종 전시회 관람객 눈길
단감 깎기·먹기 대회 웃음 만발

올해 농사 흉년 탓 수출도 불안
불경기로 지난해보다 매출 저조
품평회 참여 농가도 해마다 줄어



"땅을 보살피는 토지지신(土地之神)이시여, 오곡백과가 풍성하고 진영단감 작황이 양호하니 만민이 즐겁습니다. 이것은 오직 신께서 베풀어 주신 은덕입니다. 좋은 날을 택해 단감제를 여니 어려움 없이 보살펴 주시길 바랍니다."
 
지난 4일 단감시배지인 진영읍 신용마을 654-1번지에서 단감의 풍년을 기원하고 단감축제의 무탈을 바라는 '고유제'가 열렸다. 사흘간 진영공설운동장 일원에서 열린 '제32회 김해진영단감축제'의 첫 행사이자 가장 중요한 의식이었다.

   
▲ 진영읍 신용마을에서 열린 고유제.

성균관유도회 김해지부 박효근 회장이 축문을 읽어 내려가자, 하늘색 도포를 입고 유건을 쓴 농민들과 진영단감축제전위원회 관계자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토지지신에게 절을 했다. 고유제를 치른 농민들의 얼굴에는 행사에 대한 기대감과 갈수록 어려워지는 단감농사에 대한 근심이 반반이었다.
 
"올해는 흉년입니다. 지난달에 비가 자주, 많이 내리는 바람에 8~9월 수분을 제때 흡수하지 못한 감들이 수분 과다흡수로 물러졌습니다. 산비탈에 심은 단감은 배수가 잘 돼 괜찮지만, 평지에 심어놓은 다른 지역의 감들은 피해가 심각할 것 같네요."
 
경남단감원예농협 안승하 조합장의 얼굴에는 깊은 시름이 드리워졌다. 그는 "겁이 나서 수출을 못하겠다. 좋은 감을 보내지만 이동과정에서 물러질까 봐 불안하다"고 걱정했다.
 
반면 진영에서 단감농사를 하는 한 농민은 "올해의 경우 단감 작황은 안 좋아도 맛은 있다. 단감나무가 오래 돼 맛이 없다는 소리는 터무니 없다. 1927년에 심은 나무에서 딴 단감 맛을 봐야 한다"며 자부심을 나타냈다.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에는 무지개 같은 애드벌룬이 두둥실 떴다. 진영공설운동장에는 흰색 천막들이 빼곡하게 들어찼고, 운동장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주황빛 단감이 가득 찬 상자가 쌓여 있었다.

   
▲ 판촉행사장에 진열된 단감상자들.

운동장 안에 들어서자 햇빛을 받아 반짝반짝 윤이 나는 단감들이 가지런히 정렬돼 있었다. 단감판매대회 천막에서는 트럭에 실어 온 단감상자를 내리는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겹겹이 쌓은 단감상자가 도대체 몇 개인지 셀 수도 없었다. 단감판매장에는 먹기 좋게 잘라놓은 감과 고춧가루, 젓갈로 양념한 단감깍두기가 관람객들의 발길을 이끌었다.
 
"달달한 진영 단감 맛보러 오세요."
 
소리를 듣고 따라가 보니 단감 무료시식회 천막에서 농민들이 부지런히 단감을 깎고 있었다. 접시에 내놓기 무섭게 단감이 사라졌다. 바닥에는 관람객들이 뱉어낸 씨들이 가득했다. 관람객들은 "지난해보다 맛이 없어", "올해가 더 달아"하며 저마다 맛 평가를 내놓았다. 이 행사는 '감아띠단감연구회', 'IFP단감연구회', '진영폴리페놀단감연구회'라는 이름의 단체들이 연 단감 시식회였다. 농가들이 단감의 맛과 영양을 높이기 위해 결성한 연구회들이었다.
 
진영폴리페놀단감연구회 관계자는 "폴리페놀은 인체에 유해한 산소를 무해한 물질로 바꿔주는 항산화 물질이다. 진영폴리페놀단감연구회는 졸참나무 추출액을 사용해 일반 단감보다 폴리페놀 함량이 높은 '폴리페놀 단감'을 생산하고 있다. 몸에도 좋고 맛도 좋은 단감"이라고 자랑했다.

   
▲ 관람객들이 시식용 단감을 맛보고 있다.

단감무료시식회 천막 맞은 편에는 단감이 천장에 주렁주렁 매달린 터널이 있었다. 터널 바닥은 마른 낙엽과 억새풀로 장식해 무르익어가는 가을을 재연했다. "아빠가 사진 찍어줄게, 여기 서 봐. 자! 김치~" 방문객들은 휴대폰을 들어 축제의 추억을 사진으로 남겼다.
 
"올해는 내가 만든 곶감을 먹어 보겠네요." 곶감만들기 천막 앞은 관람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백발의 어르신, 솜털이 보송보송한 어린이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방문객들이 속살을 드러낸 감을 나무꼬챙이로 하나하나 엮고 있었다.
 
올해 축제에서 관람객의 눈길을 가장 많이 끈 것은 단감전시회였다. 역대 단감품평회 단감왕들은 물론 단감연구소, 상주감연구소에서 출품한 가지각색의 단감 품종들이 관람객을 맞았다. 타원형인 보통 단감과 달리 각진 모양이 돋보이는 '대핵무', 껍질에 검은빛이 도는 '흑시', 전통팽이처럼 끝이 솟아 있는 '풍강' 등 모양과 크기가 제각각이었다. 휴대폰을 꺼내들어 이색 단감을 사진에 담는 관람객들도 많았다. 크고 광택이 흐르는 감들을 보고는 안내원에게 "가짜 모형 아닌가요"라고 묻는 이들도 있었다.
 
김해시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올해는 단감 작황이 썩 좋은 편이 아니다. 여름에는 가뭄이 들고, 가을에는 비가 많이 와 단감에 수분이 많다. 단감 생산량도 지난해보다 10~20%정도 감소했다"면서 "상황이 이렇다보니 단감품평회 참여 농가가 예년 20곳에서 11곳으로 줄었다"고 안타까워했다.
 
"단감깎기, 단감먹기 대회가 열립니다. 참가자는 각각 20명입니다. 참가를 원하는 분들은 무대 앞으로 나와주세요."

   
▲ 단감깎기 대회 참가자들의 열띤 경쟁.

해가 뉘엿뉘엿 서쪽으로 기울기 시작할 무렵 단감깎기·먹기 대회가 열렸다. 단감깎기 대회는 2분 동안 단감을 가장 길게 깎은 사람이 우승하는 행사였다. "시작"하는 사회자의 말과 함께 참가자들은 손을 부지런히 움직였다. 껍질이 중간에 끊긴 참가자들은 당황해 했다. 순식간에 2분이 지나갔다. 사회자가 줄자를 들고 단감 껍질 길이를 쟀다. "아이고, 이걸 끊어버리면 우짭니까." "에헤이, 이건 1m도 안 됩니다. 그래도 1.1m라고 적어줄 게요." 사회자의 줄자가 오갈 때마다 참가자들의 탄식과 환호가 오갔다. 2.2m로 단감깎기 대회 1등을 차지한 김명희(48·여·진영읍 여래리) 씨는 "지난해에는 2.8m를 기록했다. 지난해보다 기록은 나쁘지만 1등을 차지해서 기쁘다"며 웃었다.
 
단감먹기 대회가 이어졌다. 2분 안에 단감을 가장 많이 먹는 참가자가 우승을 차지하는 행사였다. 참가자들은 시작 소리와 함께 양손에 꼭 쥔 단감을 베어 물기 시작했다. "단감을 먹으라고 했더니 단감으로 세수를 합니까? 얼굴에 단감물이 가득하네요." 열띤 경쟁이 끝나자 참가자들의 손와 얼굴에는 단물이 줄줄 흘렀다. 1등을 차지한 최수철(44·창원 용원동) 씨는 "단감을 한 상자 사러 온 김에 재미 삼아 참여했다. 단감이 부드러워 잘 넘어갔다. 단감도 사고 1등도 하니 기분이 최고다"라고 말했다.

   
▲ 한 관람객이 단감 시배지 홍보관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단감축제장 한 쪽에서는 각설이패가 신나게 노래를 불러댔고, 바이킹 등 어린이를 상대로 하는 놀이기구도 설치됐다. 날이 완전히 어두워지자 불꽃이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으며 축제장의 분위기를 달궜다.
 
화려한 축제장 안과 달리 축제장 밖 단감천막에서 단감을 팔던 농민들의 표정은 어둡기만 했다. 농민 박해옥(50·여) 씨는 "사람들이 감의 품질은 따져보지도 않고 무조건 값을 낮추려고 한다"고 하소연했다. 다른 농민은 "경기가 어려운지 관람객 수는 적고, 단감은 지난해보다 덜 팔린다. 단감축제를 한다고 해서 판매량이 늘지는 않는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김해뉴스 /김예린·배미진 기자 beaurin@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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