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는 대표적 도농복합도시다. 도시 지역은 급격한 성장을 이뤘지만 농촌 지역은 오히려 갈수록 황폐해지고 있다. 도농복합도시의 불균형을 경험한 뒤 이를 극복한 다른 도시의 사례를 통해 김해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해 본다.



급증 인구 대다수 기흥구·수지구 편중
원도심 처인구, 20년간 달라진 게 없어

시, 2035년 계획안 2도심 체제로 추진
교통망 구축·산단 유치로 미개발 해소

농촌테마파크 만들어 농업자원도 활용
이용객 중 시민 70%… 화합에 큰 도움
로컬푸드·둘레길·체험농장 등 추가 조성


 


경기도 용인은 김해에서는 북서쪽으로 약 350㎞ 떨어져 꽤 먼 도시다. 자세히 보면 김해와 용인은 꽤 닮은 점이 많다. 먼저 인천과 서울, 부산과 창원 등 대도시에 접해 있다. 두 도시 모두 20년 사이 괄목할 만한 인구 성장을 이뤄냈다. 경전철로 인한 적자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도 그렇다.
 
용인의 인구는 약 101만 명으로 전국 기초지자체 중에서 네 번째로 많다. 인구는 기흥구와 수지구에 집중적으로 몰려 있다. 기흥구와 수지구는 빽빽한 아파트가 들어서 외관은 서울 못지않다. 용인 전체 면적 591.33㎢ 중 약 20%인 111.49㎢가 농지지만, 농업 인구는 전체 인구의 2.5%에 불과한 2만 5000명이다. 농가는 대부분 원도심인 처인구에 있다.


 

▲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에 위치한 용인농촌테마파크 전경.

 
용인의 한 택시 운전자는 "10년 사이 용인이 엄청나게 달라졌다. 백화점도 있고 번화한 신도시다. 기흥구와 수지구는 서울과 일산 분당에 살던 사람들이 많이 내려왔다. 반면 원도심인 처인구는 별로 달라진 게 없다. 용인의 첫 관문이라고 할 수 있는 처인구 용인공용버스터미널은 100만 도시에는 부끄러운 수준이다. 지은 지 30년 가까이 돼 규모도 작고 낡았다. 여기서 조금만 벗어나면 처인구는 거의 시골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미래 도시계획은 구도심 중심
용인시는 이같은 개발 격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통망 구축, 산업단지 유치 등을 통해 미개발 지역 발전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지난 5월 용인시가 발표한 '2035년 용인도시기본계획안'에 따르면 용인시는 기흥과 수지를 중심으로 하는 1도심 5생활권 체제에서 행정도심인 처인중심권역을 추가해 2도심 체제로 나눠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2035년 계획안은 주로 처인구 개발을 중심으로 진행한다.
 
용인시는 처인중심권역에 포곡·모현문화관광복합밸리, 남사복합자족신도시, 양지첨단유통복합단지, 원삼교육중심복합밸리를 추진해 인프라가 부족한 처인구에 균형 발전을 이루겠다는 방침이다.
 
교통계획은 지역간 연계도로, 광역교통망 발전 등의 내용이다. 처인구에 있는 에버랜드~광주(수서광주선) 연결도로, 남사~동탄 간 신교통수단, 서울~세종간 고속도로 등 용인시의 방대한 교통계획이 완성되면 처인구가 교통의 중심지로 발돋움하게 된다.
 
용인시는 처인구에 산업단지 조성도 추진하고 있다. 소규모 공장으로 난개발이 심했던 용인시는 2014년부터 투자유치를 위해 방문, 상담을 벌이는 등 적극적으로 산업단지 유치에 나섰다. 그 결과 2013년 이전까지는 산업단지가 한 곳도 없었지만 지금은 20개가 넘는 산업단지를 유치했거나 조성하고 있다.
 
■농업시설 활용 관광객 유치
용인시는 농업 자원을 활용하는 데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농업뿐 아니라, 농산물을 활용한 가공, 관광 등에도 힘쓰고 있다. 2006년 처인구 원삼면 12만 7000㎡ 부지에 지어진 '용인농촌테마파크' 역시 이같은 노력의 일부다. 용인시는 2006년 농촌테마파크를 지으며 용인시농업기술센터도 이곳으로 이전했다. 용인시농업기술센터는 농촌테마파크를 관리하고 있다.
 
테마파크에는 휴식시설, 농경문화전시관, 농업·농촌 체험장이 마련돼 있다. 해마다 이곳을 찾는 관람객만 30만 명, 성수기인 5월 주말에는 9000~1만 명 수준이다. 이중 70%는 용인시민이다. 외지인들보다 용인 시민들이 더 많이 찾는 게 오히려 긍정적이다. 입장료는 1000~3000원이지만 용인시민은 무료다. 시민들이 테마파크를 찾는 가장 큰 이유는 가족단위로 찾기 좋은 휴식처이기 때문이다.


 

▲ 농촌테마파크의 농경사회 재현 시설과 다랭이논 안내판. 농도원에서 치즈를 만들고 젖소에게 먹이를 주는 어린이들. 농촌테마파크의 텃밭 안내판(사진 위에서부터 시계방향).

 

용인농촌테마파크는 허브정원, 꽃 정원, 철쭉원, 물레방아 연못, 야생화원, 다랭이논, 산책로 등의 공원으로 이뤄져 있다. 특설 무대도 마련돼 있어 용인의 주요 축제가 열리기도 한다. 아름다운 자연환경 덕분에 드라마 촬영 장소로도 활용된다. 최근에는 서울, 경기도뿐 아니라 영남에서도 찾아오는 단체 단위 방문객이 있다고 한다. 농민들의 아들, 딸 들은 이곳에서 야외결혼식을 열기도 한다.
 
눈으로만 봐도 좋은 곳이지만 다양한 체험프로그램도 준비돼 있다. 특히 농민들이 직접 강의를 하고 농작물을 이용한 체험 학습을 진행하는 게 이색적이다. 버섯농가에서는 표고버섯 오감체험, 곤충 사육 농가에서는 장수풍뎅이 키우기, 다육이 농가에서는 다육이 화분 만들기, 오미자 농가에서는 오미자 젤리 만들기 등을 교육하고 있다. 농민들은 체험료를 받고 농가를 홍보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방학 때에는 농산물 교육을 다양하게 열어 도시민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용인농촌테마파크 최일숙 팀장은 "수지구, 기흥구에 살고 있는 시민들 중에는 서울에서 이사 온 경우가 많다. 용인에 애향심이 적을 수밖에 없다. 이들은 용인농촌테마파크를 이용하면서 용인을 알아가고, 시민으로서 자부심을 갖기도 한다. 용인농촌테마파크가 동서 격차를 허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민들은 언제든지 용인농촌테마파크에서 운영하는 부스에 농산물을 가져가 직거래 판매를 할 수 있다. 현재 40여 농가가 직거래 매장에 참여하고 있다. 로컬푸드 직거래 매장의 경우 친환경 농산물로 품목이 제한돼 있지만 언제든 자유롭게 팔 수 있다. 농가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장도 마련돼 있다.
 
최일숙 팀장은 "처음부터 농민들이 반겼던 것은 아니다. 농업기술센터가 농민들을 위한 일을 하는 대신 도시민들을 위한 휴양시설을 짓는다고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그러나 도시민들의 방문이늘면서 활기를 띠고 농가 소득으로 이어지자 농민들의 인식도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용인농촌테마파크가 들어서기 전에는 허허벌판이었던 처인구 원삼면 사암리의 모습도 많이 바뀌었다. 땅값이 오른 것은 물론, 주변에 체험활동을 할 수 있는 6차 산업 농장들이 많이 들어섰다. 농촌테마파크를 중심으로 용인에는 다양한 6차산업 체험농가가 있다. 그중에서도 '농도원'은 용인 뿐 아니라 전국 체험농가 중에서도 선두 주자를 달리는 곳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목장'으로 선정되기도 한 이곳은 10년 전부터 최고 품질의 우유와 아름다운 목장이라는 자산을 앞세워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2006년 1500명, 2007년 6000명, 2008년 1만5000명으로 방문객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자 생각을 바꿨다.
 
용인시농업기술센터에서는 앞으로 체험농장, 테마파크, 주변 저수지를 연계한 '둘레길'을 조성할 예정이다. 체험농가와 용인농촌테마파크를 이용할 수 있는 공동 이동수단을 마련하고, '용당호수에 빠진 농촌테마파크(가칭)'라는 스토리텔링을 앞세워 방문객들의 발길을 더욱 끌어당길 계획이다.
 
용인시는 또 농가 판로 확보를 위해 현재 포곡농협에 조성돼 있는 로컬푸드 직매장 1개소에서 구성농협, 원삼농협 등 로컬푸드 직매장 3개소를 추가할 예정이다. 또한 140㎡ 규모로 원예 산업 특구를 지정해 국내 최대 규모 원예유통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용인시 관계자는 "6차산업지, 농촌테마파크 등 처인구의 농경지를 보존하고 발전시켜 우수 농업을 이뤄가야 할지, 더 이상 개발 공간이 없는 기흥·수지 지역의 인구·개발 과잉을 해결하기 위해 처인구를 개발시켜야 할지 다양한 견해와 고민이 있다. 지역별, 환경·경제의 균형이 잘 맞도록 방안을 모색해가고 있다"고 밝혔다.

용인(경기도)= 김해뉴스 /조나리 기자 nari@gimhaenews.co.kr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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