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 지나면 남은 나물류에 탕국 등을 비벼먹는 비빔밥 맛이 일품이다. 냄비에 탕국 건더기와 고사리, 도라지, 무, 콩나물, 시금치 등등 여러 가지 나물과 함께 흰 밥을 넣고 데운 다음 고추장과 참기름을 곁들여 슥슥 비벼먹는 맛으로 차례를 지낸 노고가 위로되는 듯하다. 

조선시대 유학자들의 별미가 '헛제사밥' 아니던가. 밤늦게까지 글을 읽던 유생들은 속이 출출해지면 하인들에게 제사를 지내야 한다고 거짓말을 하고 '헛제삿상'을 차리게 했다. 제사는 지내지 않고 제삿밥만 나누어 먹는다는 것이다. 제사를 지내지 못했던 평민들도 헛제사를 열어 제사음식을 즐겼다는 설도 있으니 예전이나 지금이나 한국인이 즐겨하는 대표적인 식사가 바로 밥과 나물의 조합이다.

한국인의 밥상은 그야말로 풀밭이다. 산과 들에 나는 모든 채소와 나물들을 반찬으로 이용한다. 먹을 수 있는 식물은 거의 모두 식재료로 이용하는 것 같다. 식물 전체를 쓰기도 하지만 잎, 열매, 줄기, 뿌리, 껍질, 새순처럼 여러 부위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다듬어서 사용한다. 생으로도 먹지만, 말리고 찌고 데치고, 숨을 죽이고 볶아내고 양념을 하여 무치는 등 먹는 방법도 여러 가지이기에 손이 많이 간다.

이러한 정성 덕분에 나물은 다양한 질감·식감을 느끼게 한다. 총천연색으로 눈을 즐겁게 하고, 코와 입안에서 맴도는 천연의 향으로 식욕을 자극한다. 식물이 나는 지역과 계절에 따라서도 다양한 나물과 반찬이 가능하니 참으로 매력적인 요리의 재료가 아닐 수 없다. 여기에 쌀과 보리 등의 곡식과 함께 어우러진 게 우리의 밥상인데 짚어야 할 점이 있다.
 

바로 식이섬유 섭취가 지나치게 많을 수 있고 단백질은 부족할 수 있다는 것이다.

통곡식, 채소, 나물, 과일 등에 풍부한 게 식이섬유다. 섬유소 자체로는 영양적 가치가 적지만 포만감을 주어 열량 섭취를 줄여주고 흡착 능력이 뛰어나 '몸속의 청소부'로서 역할을 하므로 건강에 유익함을 제공한다. 하지만 식이섬유를 과다 섭취하면 지나친 가스 생산과 함께 복통을 유발할 수 있고, 비타민·미네랄·단백질과 같은 영양소의 흡수를 방해해 오히려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

보건복지부가 정한 '한국인의 영양소 섭취 기준'에 따르면, 식이섬유 1일 충분 섭취량은 1~2세 최대 10g, 3~5세 최대 15g, 6세 이상 20~25g이다. 2015년 '한국인의 영양소 섭취 기준'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18세 이하 소아청소년 가운데 식이섬유를 충분 섭취량 이상 먹는 사람이 60만 명이나 되었다. 게다가 성인에게서는 식이섬유의 과다 섭취비율이 더욱 높았다. 한국인이 즐겨하는 상차림 때문인지 식이섬유 과잉 섭취 정도가 50~64세에서 37.8%로 가장 높았다. 65~74세에서 33.5%, 75세 이상은 31.0%, 30~40대는 21.0%, 20대 10.8% 순이었다. 모든 연령층에서 섬유소 섭취가 높다.

식이섬유는 흡착력이 좋아 지방과 콜레스테롤에 달라붙어 몸 밖으로 배설을 하기도 하지만, 과다 섭취할 경우 철분·칼슘 등 소중한 미네랄까지 몸 밖으로 배출하여 빈혈과 골다공증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적절히 섭취해야 한다. 특히 성장기에 있는 어린이가 식이섬유를 과다하게 먹으면 영양 흡수에 방해를 받아 성장 장애와 함께 설사, 복부 팽만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인체를 구성하는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면서 알맞은 정도의 밥과 나물 반찬을 먹어 건강한 상차림을 만들어 보자.

김해뉴스 /조병제 한의학·식품영양학 박사 부산 체담한방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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