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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샘물, 새 울음, 바람에 스친 나뭇잎… 산이 호흡하는 ‘숨결의 소리’여행-경남 둘러보기 (20) 고성 옥천사
  • 수정 2017.11.15 10:40
  • 게재 2017.11.15 10:20
  • 호수 347
  • 13면
  • 배미진 기자(bmj@gimhaenews.co.kr)
▲ 고성 연화산 옥천사를 방문한 불교 신도들이 천왕문을 지난 뒤 산책로를 거쳐 절로 향하는 계단을 오르고 있다.

 

천 년 역사 자랑하는 고성 연화산 옥천사
대웅전 옆 감로수 솟는 ‘옥샘’에서 절 이름
정유재란 때 구국승병 기지 역할 하기도

사찰 올라가는 ‘나무 터널’ 산책길 인상적
단풍에 깊이 물든 노거수 아름다운 풍경
도 문화재 120점 보관 성보박물관 ‘눈길’




가을이 무르익는다. 조금만 고개를 들면 오색 단풍으로 물든 형형색색의 산을 볼 수 있다. 산 하면 빠질 수 없는 단짝은 바로 사찰이다. 불도를 닦기 위해 존재하는 공간이지만 산 풍경과 어우러진 고즈넉한 사찰의 풍경은 불자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의 마음까지 빼앗는다.

1000년 역사를 자랑하는 고성 옥천사는 연화산 산봉우리에 둘러싸여 신비로운 매력을 자아내는 사찰이다. 김해에서 고성 개천면까지 약 1시간 30분 가량 운전하면 가을 낭만 가득한 연화산에 도착한다. 이 산은 현재 경남도 도립공원으로 지정돼 관리를 받고 있다.

연화산의 옛 이름은 비슬산이다. 조선 인조 때 학명대사가 연화산을 보고는 '산세가 웅장하면서도 아기자기해 연꽃이 솟아 오른 듯한 모습'이라 하여 산 이름을 고쳐 불렀다.

옥천사는 신라 문무왕 16년이던 676년 의상대사가 창건했다. 그는 당나라에 가서 지엄법사에게 화엄사상을 배우고 돌아와 제자들과 함께 여러 절을 세워 화엄십찰을 지정했다. 옥천사는 그중 하나다. 연화산에 포근히 안겨 있는 사찰의 자리는 명당이라고 한다. 이 절에서 공부해 고시에 합격한 사람이 많다고 전해진다. 옥천사 아미타삼존불에 기도해 부자가 되거나 득남한 사례는 100건이 넘는다고 한다.
 

▲ 천왕문으로 지나면 나타나는 그림같은 풍경의 산책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만큼 다녀간 인물도 많고, 여러 차례 중창을 거치기도 했다. 통일신라시대 진경국사와 고려시대 진각국사 등이 절에 기거하며 수학했다. 정유재란 때는 구국승병의 기지역할을 수행해 일본군에 의해 불타기도 했다. 1700년대에는 이전보다 훨씬 큰 규모로 중창됐다. 일설에 따르면 단순한 종교적 기능과 동시에 호국사찰 기능을 수행하면서 국가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절 이름은 대웅전 옆에 감로수가 나오는 '옥샘'에서 유래해 지어졌다. 이 샘물은 '한국 10대 사찰 명수'로 선정되기도 했다. 옥천사 원명 스님은 "절에서 가장 유명한 게 옥샘이다. 돌구멍에서 달고 맛있는 샘물이 끊임없이 솟아나온다"고 자랑했다.

▲ 달고 시원한 감로수가 나오는 '옥샘'.

사찰 입구에도 주차공간이 있지만 580m 떨어진 매표소 앞 주차장에서 올라가면 나무 터널로 이뤄진 산책길을 즐길 수 있다. 길모퉁이에 소복이 쌓인 낙엽 더미가 탐스럽다. 사찰을 오가는 차량을 피해 옆걸음질 치다 살짝 밟았더니 갓 튀겨낸 과자인 듯 바삭거린다. 샘물이 바위 모퉁이에 부딪히는 소리와 새 소리, 바람에 고갯짓하는 나뭇잎 소리까지 모두 산이 호흡하는 숨결이다.

"옥천사에 있는 나무들은 전부 100년은 넘은 것 같네" 한 어르신이 사찰 풍경을 둘러보더니 감탄사를 연발했다. 옥천사의 노거수들은 단풍으로 물들어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내고 있었다.

절 입구로 들어가는 진입로는 두 개다. 극락교를 건너거나 사천왕이 지키고 서있는 천왕문으로 들어가면 된다. 무시무시한 표정의 사천왕을 보자 절로 어깨가 움츠러든다. 마치 심판을 받지 않고선 문을 통과할 수 없다는 듯 사천왕의 위세가 등등하다. 천왕문을 빠져나오면 숲속 산책로가 나온다. 심판을 받은 자들을 위로하는 선물 같다. 하늘 위로 곧게 뻗은 나무들과 시냇물이 흐르는 모습은 마치
그림 동화 속 한 장면처럼 느껴진다.

극락교를 건너면 옥천사 성보박물관이 자리한 보장각을 마주하게 된다. 절에 박물관이라니? 호기심에 신발을 벗고 들어가니 학예사실과 전시관이 갖춰져 있는 제대로 된 공간이었다. 지난 1999년 정부의 지원과 신도들의 시주로 건립된 성보박물관에는 보물 제495호 청동북과 보물 제1693호 지장보살도를 비롯해 옥천사 괘불, 동자상 등 120점의 경남도 유형문화재가 전시돼 있다.

▲ 옥천사 입구(위 사진) 와 경남도 유형문화재 120점이 전시돼 있는 성보박물관.

보장각에서 나와 오른쪽으로 방향을 돌리면 대웅전으로 들어가는 출입문이 나온다. 옥샘도 근처에 있었다. 항아리 모양으로 깊게 파인 샘에서 끊임없이 물이 솟아나오고 있었다. 달고 시원한 물을 마시니 옥천사의 정기가 몸에 스며드는 느낌이었다.

"여기 훼손된 흔적이 하나, 둘, 셋…" 대웅전 옆에 위치한 명부전과 나한전에서 수상한 움직임이 포착됐다. 지장삼존상이 있는 명부전과 석가삼존좌상이 안치된 나한전은 어두컴컴했지만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들은 전각 곳곳을 손전등으로 비추며 불상의 훼손 부위를 면밀히 관찰해 사진을 찍었다. 열심히 토론하고 무언가를 열심히 기록하기도 했다. 알고 보니 문화재 신청을 위해 방문한 문화재위원들의 현장조사 장면이었다. 성보박물관 관장을 맡은 원명 스님은 "명부전과 나한전은 문화재적 가치가 커 등록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방긋 웃었다.

명부전의 외관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스치는 바람에 뼈대가 드러나고 색도 희미하게 바랬지만 목조 본연의 멋을 보여주고 있었다. 옥천사는 전통을 보존함과 동시에 재정비도 진행하고 있다. 17세기에는 아담한 규모의 암자였지만 적묵당과 탐진당(1754년), 자방루(1764년), 칠성각(1897년) 등의 전각을 지으면서 사찰의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다. 공양간과 연화당을 건립하기 위해 2018년 3월까지 공사를 진행한다.

김해뉴스 /고성=배미진 기자 bmj@


▶고성 옥천사 / 경남 고성군 개천면 연화산1로 471-9.
가는 방법 = 김해여객터미널에서 고성여객자동차터미널로 이동, '고성-금곡' 농어촌버스타고 원동정류장 하차, 옥천사까지 약 1.32km 도보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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